UPDATED. 2019-08-17 19:48 (토)
[기자의 눈] 검찰 기수 문화
상태바
[기자의 눈] 검찰 기수 문화
  • 이성진
  • 승인 2019.07.26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이는 초임 검사 임명식에서 선언하는 검사 선서문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검사임을 강조한다. 검찰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만 개개인의 검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력권의 집행자라는 뜻이다. 그만큼 사명감이 크고 업무의 엄중성이 요구된다는 공직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25일 4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윤석열 검사가 한 국정감사장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막강한 권력으로 호가호위했던 과거의 검찰조직에 익숙한 국민들에게는 속 시원함을 선사했다. 퇴임한 전임 문무일 총장을 통해서는 과거사 반성에 대한 회한의 눈물도 목도했다.

검찰의 상징은 대나무다.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 직선을 병렬 배치하여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때, 그 대나무가 죽창이 되어 오히려 국민을 옥죄던 과거를 거쳐 왔다고 말한다면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제 대한민국 검사들이 “단지 국민에게 충성할 뿐, 조직에도, 어떤 사람에게도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각오로 대변혁의 길로 나아가길 한 국민으로 기대하고 응원한다. 강자든, 약자든, 가진 자든, 없는 자든, 고위직이든, 하위직이든, 화이트칼라범이든, 블루칼라범이든, 신분 여하를 따지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올곧은 검찰의 위상을 다져갔으면 한다.

쇄신의 기로에서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면, 검찰 기수문화라는 구습의 폐단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사법연수원 23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으로 내정되면서 봉욱 대검 차장검사를 시작으로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윤 신임총장이 임명되면서 그 윗 기수 고위직 검사 22명 중 절반 정도가 현재까지 사표를 냈고 또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법조계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후배인 검찰총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것이 역대 줄사표 관행의 대의명분이었다.

한 명의 고위직 검사를 양성하는데 엄청난 국민의 세금과 기회비용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이같은 대의명분론은 사치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가족의 지원과 개인의 노력, 국비 운영의 사법연수원 교육, 검사 임명으로부터 20~30년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갖은 고생의 결과로 오른 검사장급의 최고위급 검사들이 아니든가.

축적된 경험과 실무능력들이 한끝 기수라는 거품에 비교나 될까 싶다. 이같은 경륜은 오히려 후배 기수 검찰총장에게 더 큰 힘이 될지언정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론 검찰총장이 선배 검사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선배 검사들은 후배 검찰총장을 점잖게 꾸짖을 수도 있다면 금상첨화일 듯싶다.

사법연수원 기수보다 국민을 선배로 삼고 후배로 삼는 검찰조직을 상상해 본다. 젊은 검찰총장이 선배 평검사에게 목례를 하는 모습도 아름다울 것이며, 일반 국민들은 백전노장의 삶이 묻어나는, 백발도 제법 성성한 평검사를 접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이같은 경륜을 자산 삼는다면 일신하고자 하는 검찰에 득(得)이 됐으면 됐지 절대 실(失)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비단 기자의 머릿속에만 머무는 것일까.

법조인력배출이 이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혹여나 변호사시험 기수, 법무연수원 기수가 과거를 답습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쳤으면 한다. 아울러 차제에 검찰도 ‘젊고 패기 있는’ 검사만 임용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 판사 출신을 임용하는 검찰의 법조일원화 확대라는 묘수도 구했으면 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