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본드”(Kimchi B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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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본드”(Kimchi Bond)
  • 한상영
  • 승인 2006.06.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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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일 dyream@chol.com


“김치본드”라는 용어를 접할 때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가 연상될까? 어떤  독자는 김치에 왠 본드(접착제)냐고 하면서 본드 섞인 불량식품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독자는 본드(bond)가 주식(share)과 같이 유가증권의 일종인 채권인데 김치와는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의문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미국계 투자은행인 Bear Stearns 그룹의 지주회사인 The Bear Stearns Companies Inc.(이하 편의상 “Bear Sterns ”라고 함)와 채권발행 관련계약을 체결하여, Bear Sterns 회사가 국내에서 약 3억 달러의 가칭 “김치본드”를 발행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김치본드”는 비거주자인 위 Bear Sterns 미국 회사가 자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현지 통화인 “원화”가 아니라 “달러” 표시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우리은행측이 명명한 것이다. 이 채권은 발행회사가 자국이외의 지역에서 발행지의 통화 이외의 통화표시로 발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유로채(Euro Bond)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Bond)은 발행지역과 통화표시에 따라 국내채(Domestic Bond)와 국제채(International Bond)로 구분된다. 국내채는 내국인 기채자(채권 발행인)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국통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하며, 국제채는 기채자가 해외 자본시장에서 해외 현지 발행지의 통화표시로 발행하거나 또는 기타의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국제채 중 전자를 외국채(Foreign Bond), 후자를 유로채(Euro Bond)라고 한다.

 

외국채에는 채권이 발행되는 해당지역에 따라 양키본드(Yankee Bond: 미국), 불독본드(Bulddog Bond: 영국), 사무라이본드(Samurai Bond: 일본), 렘브란트본드(Rembrandt Bond: 네덜란드), 아리랑본드(Arirang Bond: 대한민국)등이 있으며, 유로채에는 채권의 표시통화에 따라 유로달러(Euro Dollar), 유로마르크(Euro Mark), 유로스털링(Euro Sterling), 유로엔( Euro Yen)등이 있다.

 

이 중 유로달러는 미국 달러가 세계통화제도의 기축통화가 된 이래  미국에서 유럽으로 미국 달러가 과잉 공급되자, 기채자들이 미국 달러를 미국이 아닌 유럽 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는데, 이후 에는 위와 같이 독일의 마르크화, 영국의 스털링화, 일본의 엔화 등에 대하여도 해당 표시통화국 이외의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에도 유로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번에 미국 Bear Sterns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 이는 채권의 표시 통화인 미국 달러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조달하는 것이므로 유로채 중 유로달러(Euro Dollar)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은행은 외국채인 “아리랑 본드”와 구별하기 위해 유로채로서 “김치본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외국채로서 아리랑본드는 1995년도 이후에 ADB(Asian Development Bank)와 같은 국제금융기관들에 의해 국내에서 발행된 적은 있으나, 김치본드와 같이 유로채가 발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MF위기 이후 꾸준히 달러자금을 확보해 온 결과 2006년도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20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되고, 오히려 이제는 달러의 과잉공급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환율이 연일 하락함에 따라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단가의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되는 상황인지라, 우리은행측의 이번 김치본드 발행은 우리나라의 달러 과잉공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것 같다.

 

이번 김치본드가 최종적으로 발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 3억 달러라는 달러표시 채권을 소화할 수 있는 외화표시채권 인수 시장 및 유통시장의 발달이 전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발행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김치본드는 증권거래법 제2조 제7호의 “외국법인등이 발행한 증권 또는 증서로서” 제4호의 사채권에 해당하는데, Bear Sterns사는 증권거래법상에 규정한 제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특히 증권거래법 제3장에 규정된 유가증권신고절차에 따라 유가증권신고서를 작성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의 신고수리를 받아야 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달러환율 안정 차원에서도 김치본드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치본드가 발행되면 국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일부는 해외의 투자가들에게도 판매될 전망이다. 채권이 순조롭게 발행되기 위해서는 채권 발행이후 채권 유통시장에서 채권이 자유롭게 거래되어 채권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 전제된다.

 

채권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서는 채권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투자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증권거래법 제88조(상장규정)의 위임을 받아, 유가증권시장상장에관규정 제44조 (외국채권의 신규상장심사요건)제4호에서 외국채권의 신규상장을 위해서는 채권이 등록채권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채권의 등록은 채권발행비용의 절감과 절차간소화를 위해 채권증서의 실물발행 없이 등록기관의 채권등록원부에 채권의 내용만을 등록하는 간편한 제도이다.

 

그런데, 현재 공사채등록법 제2조 제4호는 등록가능한 공사채에 대하여 “외국법인이 발행한 채권으로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지정한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어, 위 김치본드가 등록채권으로서 거래소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지정이 요구되었는데, 때마침 금융감독위원회는 2006. 6.9. 정례회의에서 증권거래법의 위임규정인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대한 규정” 제41조의 2(등록대상채권의 지정)를 신설하였다. 이 규정은 “공사채등록법 제2조제4호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지정하는 것’이라 함은 외국법인등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원화표시채권 및 외화표시채권을 말한다 ”라고 하여, 김치본드와 같은 외화표시채권도 등록발행이 가능하여 거래소에의 상장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김치본드가 탄생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었고, 이제 남은 문제는 단지 미국 Bear Sterns사와 우리은행측의 협상과정과 금융시장의 동향만이 남게 되었다. 이번 김치본드의 원활한 발행을 통하여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도 유로채 시장이 활성화 되어 금융국제화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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