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변동 속의 법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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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변동 속의 법률가들
  • 강경근
  • 승인 2006.06.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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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숭실대 법대교수

 

같은 법률가이지만 법학 교수와는 또 다른 이유로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일은 그것이 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적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원고와 피고라는 위치에 있는 또는 있게 될 소송의뢰인들과 한 몸이어야 하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사람 타는 직업일 수밖에 없는 데서 오는 대인적 피로감이 심한 것 같아 보인다는 게 관전자인 법학자로서의 개인적 소회다.


아직은 법정 변호사의 길이 주류를 차지하는 우리의 법조 풍토에는 재판정에서 마주쳐야 하는 판사와 검사 그리고 상대편 변호인과의 소송 관계적 사이는 그 하나하나가 법률적으로 유의미한 일들이 될 수밖에 없기에, 그것들은 법률 '노동'이라 할 만하겠다는 것이 주로 연구실과 강의실에서의 작업을 일로 하는 법학자의 입장이다.


사실 이렇게 법조인과 법학자를 구분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논의를 통하여 일고 있는 한국 법률시장의 지각 변동의 움직임 속에서는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법조 일원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고, 자연적으로 법정 변호사보다는 사내 변호사나 자문 변호사 등의 쓰임새가 더 커질 상황에서, 법조인은 생짜의 인적인 부딪침보다는 전문적 소송 논법을 익히고 법학자는 연구실에서의 한적(閑寂)을 버리고 역동성 있는 논제들을 전문적으로 펴내야 하는 일 등으로 질적으로 다른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거다.


법학자, 법조인 공히 지금의 법률 지식으로는 파워풀한 소송의뢰인이나 학생들의 바람을 풀어 주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전문 변호사와 점두(店頭) 변호사가 갈리고 전문 법학자와 교양법 교수로 나뉘어 사실상 사양 산업으로 떨어질 직군(職群)이 생길 것이다. 기본법으로 일컬어지는 헌법, 민법, 형법, 상법, 소송법에서 일반론에 머무는 정도의 지식은 예방법학 정도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마치 국민 건강도의 증진에 따라서 일반 내과의 영역이 가정의학과로 대치되듯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향방에 따라서는 대학개방이나 변호사 개방의 문제와도 맞물려 급속하게 그리로 변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법과대학 체제가 이를 담보할 수 있으려면 결국은 커리큘럼, 교수 충원 등에서 근본적인 개편이 요구될텐데, 현실적으로는 일정 부분 로스쿨의 형태로 가는 것이 되겠다.


현재 각 대학은 로스쿨 대비로 변호사 자격이 있는 분들을 비정년 트랙의 교수로 모시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면피에 지나지 않을 것 같고, 앞으로는 법정 변호사 업무는 할 수 없게 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원 초빙이 주를 이룰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충족할 수 있는 자원들이 총집합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다.


학계에 있는 인사만 아니라 법조계 나아가서는 각계 실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모두 모아져야 한다. 현직의 법조인과 교수 모두 예외 없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을 만큼의 자기 혁신이 요구될 것이다. 일반인들과 함께 공유하는 상식이지만 이를 한 차원 높은 전문지식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법률가로부터 이제는 또 한 단계 더 높은 세계화된 법률의 눈으로 일반인의 상식을 조감할 수 있는 법률 종사자들을 요구하는 시기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각 세대마다 그의 법을 가진다.


2010년대의 법을 누가 선점할 것인가.


나를 포함한 법률가 누구도 이 흐름으로부터 소외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래야 한 차원 높은 법률 서비스를 일반인들에 전할 수 있으며 법률가의 사회 형성 능력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고 직업으로서의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변호사들에게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이 되어 행하는 변호사 연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하여 지금보다 더 단기의 그리고 항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요즘 학생들 어학연수 가듯이 선택 가능한 프로그램을 전시하여 한 차원 높은 업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여야 할 것이다. 법조인이나 법학자 공히 그런 것을 배우는 데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날이 이제 온 것이다.


칸트니 셰익스피어니 하는 것은 항상 중요하면서도 묵직한 그 무엇을 갖게 해 주지만 역시 법정의 현실에서는 그냥 그것에 그치는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공부하고 쓰는 법의 지식이나 법정 기술 등은 회억(回憶)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윌리엄 워드워즈(William Wordsworth)가 "유년시절 추상(追想)으로부터 잊지 못할 회억에의 송가(頌歌)"에서 말한 바를 빌린다면, '한 때 그렇게도 밝았던 빛나는 모습이었음에도 이제는 내 시야로부터 사라져 버렸네, 그 어떠한 것도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렇지만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깨달으리라 그 뒤에 남아 있는 그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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