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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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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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진정 아름답게 살다 간 사람 이야기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장례식이 지난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거행되었다. WHO 본부가 있는 제네바 중앙역 앞 노트르담 성당에서 WHO 주관으로 거행된 장례식에는 찰스 영국 왕세자를 비롯한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여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고 한다. 그가 61살의 아까운 나이로 운명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에 대하여 잘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유엔 산하 세계기구 중 하나인 세계보건기구의 사무총장이 되었을 때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이 되었다는 외형적 사실에 대하여 언론이 반짝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 영국의 찰스 황태자를 비롯하여, 북한조차도 애도의 뜻을 표하고 그의 장례식장에 리철 북한대표부 대사를 참석토록 할 정도였고, WHO 직원들이 그의 타계 소식에 일제히 발을 구르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니 그의 인품과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그는 한국인 의사로서, 백신의 황제 또는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리어왔다. 아니 한국인이라는 새장에 갇혀 있었다기보다 인류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해온 세계적 인물이다. 젊은 시절 그와 함께 의과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병원을 개업하여 돈을 벌고 일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가고 있을 때부터 안양에 소재한 나자로마을이나 태평양의 서사모아 섬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그의 젊음을 불태웠다고 한다. 문둥병 환자를 돌보며 낮고 낮은 곳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런 희생의 젊은 삶 속에서 국제적 봉사활동을 하러 온 일본인 가부라키 레이코를 알게 되었고 국경을 넘어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였다고 한다. 그녀 역시 페루의 자선단체 소시오스 엔 살루드에서 의료 및 기아 퇴치 등의 자선봉사활동을 하는 등 부부가 인류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하여 왔다고 한다.


이종욱 총장은 WHO 백신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세계 최고의 백신 전문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전생애는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 안에 갇혀 너와 나, 우리와 너희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계 인류의 질병 퇴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라리아, 폴리오, 에이즈, 일명 사스로 불리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최근에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세계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내었다. 특히 이종욱 사무총장은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자 태국 캄보디아 등 피해지역을 직접 찾아가 방역 체계를 점검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해 정보 공유, 개도국 지원, 백신 개발과 치료약 비축을 촉구하는 등 세계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업적을 쌓기도 했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의료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세계의 질병퇴치를 위해, 가난하고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의 의료체제 정비를 위해 애를 써왔다. 단순히 의사라는 개인적 자리에 머물지 않고 탁월한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여 마이크로 소프트사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수많은 기부금을 출연토록 하여 가난한 개도국의 질병퇴치에 사용하는 등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사람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국민들조차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음지에서 조용히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한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30만 킬로미터가 넘는 출장을 다녔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수장으로 당연히 비행기 1등석을 탑승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데도 WHO 분담금에는 가난한 나라에서 보내온 돈도 있고, 그 돈은 가난한 개도국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돈이라면서 2등석을 고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차량도 소형차량을 타고 다녔고, 식당도 주로 구내식당만을 이용할 정도로 예산을 절약한,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인 삶을 산 것이 그를 우리 곁에서 일찍 떠나보내게 한 원인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29일 그의 운구가 한국으로 옮겨져 와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였고,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현장에 급파하여 조사를 낭독케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노트르담 성당에서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아들 이충호씨는 어린 시절 바쁘게 일하는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시느냐고 물었더니 100% 사랑한다라고 대답했다며 흘리는 눈물 앞에 모든 조문객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고 한다.


어린 아들을 100% 사랑한다는 것, 어쩌면 모든 아버지들의 공통적인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얼마나 사랑하기에 100%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그의 아들을 향한 100% 사랑하는 마음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개도국의 전염병과 기아를 퇴치하기 위한 그의 일생의 삶의 모토가 되었을 것이고, 소형차를 타고 비행기의 항공료를 절약해 그 적은 돈일망정 실질적인 질병퇴치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겸손과 헌신의 마음이 그의 일생을 아름답게 했으리라 믿는다.


그의 인류보편애에 바탕한 숭고한 희생정신과 사랑의 헌신이 지역이기주의와 계층간 위화감이 극에 달한 한국의 현실에서 작은 빛이 되고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리사욕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삶의 대부분을 허송하고 있는 욕심 가득한 우리의 가난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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