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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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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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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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교수/변호사/시인

 

대추리에 열릴 대추는 무엇일까?

 

대추리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반대측의 시위가 격렬하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와 진압하는 전투경찰이 수백 명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지만,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더 확대되어가고 있다. 미군의 존재는 우리에게 있어 과연 어떠한 존재일까? 1945년 8월 하순, 대한민국의 남쪽을 일본으로부터 인수한 미국은 하아지 중장의 지휘아래 3년간에 걸쳐 미군정을 실시하였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이 있기까지 3년 동안 실시한 미군정 치하에서 주한미군의 주둔은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그로부터 60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우리는 여전히 전쟁시 미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한미사령부 지휘체제 아래 놓여 있다. 우리의 국방은 주한미군의 존재로 상징되고, 우리 군의 모든 현대식 무기는 미국의 제품으로 채워졌다. 비행기에부터 전차, 구축함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 무기 일색이던 것이 점차 우리의 과학 발달과 무기생산 기술의 발달로 자체 생산 제품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여전히 미국방력이 우리의 안보와 군사력 체제 유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을 둘러싸고, 국민 사이에서 갈등이 첨예하다. 미군이 떠나간 용산은 공허해질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에게 이익을 주는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서 오히려 활기찰 것인가? 새로운 미군기지가 옮겨가는 평택은 미군들이 뿌리는 달러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인가? 아니면 미국식 퇴폐음란문화가 판을 쳐 평택 주변을 타락과 저질스러운 군인도시로 피폐화시킬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저렇게 극렬히 반대하는 대추리 주민들은 평생 동안 지어온 농토를 강제수용당하고 어디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어갈 것인가? 물론 정부에서는 주민들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주었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돈만 가지고 살 수 있겠는가? 여태까지 살아온 방식, 그 삶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도, 신세대는 손쉽게 적응해 나가지만, 수십 년 동안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로서는 농사 이외에 다른 아는 것이 없는 까닭에 두려움이 클 것이다. 수십 년을 함께 더불어 살며 정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그 심정적 의존집단과의 결별 또한 커다란 두려움일 것이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가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또한 클 것이다.


그렇지만 대추리 일대에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국가적 선택의 문제이고, 우리 국방력만으로는 아직 우리나라 전체를 지키기에 역부족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반대만 일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추리 문제에 민주노총까지 가담하는 현실을 보며, 정말 나설 데 안 나설 데 가리지 않는 시민단체의 월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물론 대추리 주민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여론의 중심에 놓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그 적은 주민만으로는 국가의 공권력 집행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보상을 했고, 농사를 계속 짓고 싶어 하는 주민들에게는 서산 간척지의 상당한 농토를 대토로 제공하겠다고까지 했다. 평택에서 서산 간척지까지는 불과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하고, 대추리의 농토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의 농토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보상해 주기 위해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추리 농민들은 백이 마음에 들지야 않겠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수긍해야 할 필요성 또한 크다. 그렇지만 저렇게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농민들의 죽봉과 시위대의 방패 싸움으로 서로를 다치게 하는 불행한 일을 양산해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이야 어찌 북한이 남쪽으로 쳐들어올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여전히 수많은 군 관련자들과 군사 전략가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쳐들어 올 것에 대비한 유비무환의 자세로 군비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이미 남쪽의 군사력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군사장비가 노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훈련용 기름이 없어  탱크와 트럭의 운행을 못하고, 비행훈련을 못한다는 북한으로서는 제 앞가리기도 바쁜 판에 남쪽으로 쳐들어올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군은 우리나라에 주둔해야 하는가? 그것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의 일환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것이다. 겉으로야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 전쟁억지력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이야 미군의 세계지배라는 국가 정책에 맞춘 세계군사전략의 일환 때문이다.

 

그러기에 군사적 유연성을 내세우며 그들은 서울의 용산기지를 과감히 포기하고, 보다 더 안전하고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과실을 따먹고 있을 뿐이고......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는 외국군의 주둔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구한말 일본군대의 진주와 청나라 군대의 주둔에서 시작된 외국군의 주둔은 이제 10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었다.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남북이 통일되는 날, 미군이 완전철수를 발표하는 날이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우리의 국력을 더욱 강하게 키워나가야 할 것이고,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추리로 내려올 미군들이 평택 시민들에게 탐스런 대추열매가 될 것인지, 대추 - 큰 추가 되어 지축을 흔들어 평택 시민을 혼란에 빠뜨릴 것인지 심히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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