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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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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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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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초심으로 돌아가는 자세

 

미쉘 위 선수가 방한 중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17세 남짓의 소녀이지만 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골프 실력 또한 뛰어나다. 다른 여자골퍼들이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남성골프의 벽을 허물겠다는 도전정신은 그를 벌써 여덟 번째 PGA에 도전장을 내게 만든다. 일곱 번 모두 컷오프 당하였지만 마지막 일곱 번째는 한 타 차로 컷오프가 되었음에 비추어 이번에는 잘 하면 칠전팔기의 신화가 창조될지도 모른다. 여성골퍼치고 어느 누구도 남성과 대등한 티업에서 출발하는 PGA에서 컷을 통과한 자가 없으니, 만일 미쉘 위가 이번에 컷오프 되지 않고 통과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골프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임은 틀림없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골프만큼 섬세한 경기도 드물다. 심리상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 날의 컨디션도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사소한 각도의 차이가 공 낙하지점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 것, 그래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애를 먹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홀에 인할 때의 그 짜릿한 감격 또한 대단한 묘미를 가져오는 경기이다.


슈퍼땅콩이라는 별명을 가진 KTF 소속의 김미현 선수가 3년 9개월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드 리유니온리조트골프장에서 열린 진클럽스앤드리조트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5승을 올린 지 3년 9개월 동안 무관의 시절을 보내며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술회하며, 첫 번째 우승컵을 안았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당찬 골퍼, 김미현 선수가 기어이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은 아름답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다음해에 미국에 진출한 김미현은 154센티미터의 작은 키 때문에 수퍼땅콩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장타력이야말로 먼 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골퍼들로서는 첫 번째 갖추어야 할 조건이지만, 작은 키라는 신체적 약점 때문에 비거리가 짧은 수밖에 없었던 김미현은 여자 골퍼 중 최고의 장타력을 자랑하는 미쉘 위에 항시 견주어졌다. 거의 30센티미터의 키 차이에서 오는 장타력은 거의 4-50야드의 평균 차이를 가져왔고, 이는 정확하게 골프공을 그린 온 시키는데 커다란 장애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3년 9개월 동안의 무관생활 중에도 준우승 두 번에 이어 톱10에 진입한 것만도 31회나 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갖게 되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최고 우승자만 조명될 뿐 준우승자나 톱10에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진입한 기록은 거의 조명을 받지 못한다. 그게 우리 세상 살아가는 이치인 걸 어찌 하겠는가? 우승자만이 조명 받은 세상,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준우승자는 쓸쓸히 무대의 뒤에 서 있어야만 하는 현실, 그게 우리 세상살이다.


미쉘 위 선수는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갤러리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까닭은 혹시 그녀가 금녀의 벽을 깨고 남성들의 PGA에서 컷을 통과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프로세계 뛰어들어 남성들과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외모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승을 거둔 뒤 김미현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작은 키에서 오는 장타력의 부진을 씻기 위해 드라이버의 길이가 긴 것을 사용해 보았지만,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그 말 말이다. 그런데 그런 욕심을 접고, 종래의 작은 드라이버로 채를 바꾸고, 5년 전에 쓰던 퍼터를 창고에서 찾아내어 초심으로 돌아가 경기에 임했더니 우승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용한 긴 드라이버가 그녀에게 덕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래의 폼까지 망쳐버리는 악으로 돌아왔다는 그 평범한 사실을 통해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초심의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WTO체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는 전쟁 중이다. 인재만이 살 길이라고 세상은 아우성이다. 아이엠에프로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박찬호 선수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고, 박세리 선수가 우리에게 불굴의 의지를 일깨워주었다.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했다는 말, “중국은 13억 인구 대국이 아니라 인재 대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매일경제신문은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핵심인재 40만명 더 키우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핵심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 맞는 말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핵심리더를 키우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5.31 지방선거를 앞둔 금품공천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정당당한 대결, 그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여야 함에도 여전히 뒤에서 구린내를 풍기며 악을 행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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