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이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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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격시험이 이래서야
  • 법률저널
  • 승인 2006.04.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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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격시험에서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16일 실시된 제43회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영어문제가 한 문항이 아예 누락되고, 무려 다섯 문제가 중복 출제됐다. 이 정도면 명색이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나올 수 있는 실수의 수준이 아니다. 출제를 담당한 국세공무원교육원은 문제된 6개 문항에 대한 재시험을 실시하겠다고 한 섣부른 발표도 문제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영어과목 B형 시험문제 6개 문항에 대해서만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사흘만에 대책을 번복, 오류문항 11문제 전체를 정답으로 인정키로 해 국세청의 '오락가락' 설익은 대책이 국가공신력에 대한 회의와 불신만 더욱 가중시킨 꼴이다.

국세청의 초기 대응책을 보면 관계자들의 안일함과 무책임 그대로다. B형 문제지를 받은 수험생만을 대상으로 6개 문항에 대해서만 재시험을 실시키로 발표한 것은 한편의 코메디를 보는 것 같다. 재시험을 볼 경우 A형과 B형의 난이도에 따른 형평성 유지가 어렵고, 설령 난이도를 맞춘다 한들 3과목을 따로 시간 줘서 시험 본 것도 아닌데 영어만 뚝 떼어내어 재시험 본다면 3과목 전체에 시간안배를 하고 시험을 본 수험생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 게다가 2차시험을 앞두고 재시험을 치르면 수험생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쯤은 상식있는 관계자들이라면 내놓을 수 없는 해법이었다.

예상대로 수험생들이 재시험에 반발하자 결국 국세청은 재시험 방침을 철회했다. 시험난이도의 형평성 유지가 어렵고, 2차시험을 앞두고 재시험을 치르면 수험생의 부담이 가중되는데다 1차시험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11개 문항 모두를 정답 처리키로 함으로써 수험생들은 나머지 29개 문항에서 불과 5개 문항만 맞추면 과락(40점)을 면하게 돼 이번 세무사시험은 시험으로서의 기본적인 변별력마저 갖추지 못하게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게 시험이었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국가자격시험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게 됐다.

이번 파동으로 시험을 주관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의 사표가 수리되고, 교육원 서무과장과 고시계장이 직위 해제됐지만 국가자격시험에서의 출제오류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데도 도무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거의 매년 복수정답, 난이도 조절 실패 등이 문제되고 있거니와 지난 2월 치러진 공인회계사 1차시험의 경우에도 모두 10개 문항에 이의가 제기돼 정답이 변경돼 공정성을 해쳤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대표적인 국가시험에서도 정답없음이나 복수정답 등의 말썽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2004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는 두 개의 답이 나오는 대입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시험에서는 특정 문항에 대한 해석이나 미묘한 표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나중에 출제위원들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불거질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거의 모든 국가고시에서 출제오류가 매년 되풀이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가시험에 대한 신뢰 상실은 당연히 우리의 국가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험을 주관하는 모든 기관들이 이번 세무사시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수험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시험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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