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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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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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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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군자의 아홉 가지 생각

 

공자는 “군자는 생각하는 것이 아홉 가지가 있으니, 視는 밝아야 함을 생각하며, 聽은 총명해야 함을 생각하며, 顔色은 온화로워야 함을 생각하며, 용모는 공손해야 함을 생각하며, 말에는 信義 있어야 함을 생각하며, 일을 행함에 정성스러워야 함을 생각하며, 의심나면 물어야 함을 생각하며, 분하면 환난 있을까 생각하며, 이득을 보면 옳은가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가 추구하는 완전한 인격자는 신성에 의지하는 자도 아니며, 인생고를 논하며 해탈을 꿈꾸는 자도 아니며, 오직 근신하며 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실천하고 부당한 이득을 꾀하지 아니하는 생활 속의 인격자이다.


우리나라의 통계수치에 의하면 국민의 약 60% 가까운 비율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실제 삶 속에서 얼마나 종교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얼마 전 기독교 관련 단체에서 곧 상영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영화 “다빈치 코드”의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전면광고를 일간신문에 내놓았다. 영화 다빈치 코드의 주요 내용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후 사흘 만에 부활하여 하늘나라로 승천한 것이 아니라 마리아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살았으며, 그 자식들이 유럽의 왕족이 되었으며 현재까지 그 후손들이 살아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다루어진 내용으로 기독교계의 반발이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주의와 신념에 반하는 사람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적대시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와 같고 다름의 문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다름의 문화를 그름의 문화로 인식하고 결코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러한가. 이번에 미국의 슈퍼볼 슈터 스타로 떠오른 하인즈 워드 선수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모든 언론이 앞 다투어 그의 귀국 사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유력언론이 쉽게 끓고 쉽게 식어버리는 한국인들의 행태에 대하여 깜짝 스타에 대한 순간 관심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월 3일 제주 4ㆍ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4ㆍ3사태희생자위령제에 참석하여 국가가 잘못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58년 만에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사과하고 그들의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였다. 노 대통령의 염결성을 보게 된다. 노 대통령은 위 자리에서 “자랑스러운 역사이든 부끄러운 역사이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야 한다.”며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는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이 은폐되고 조작되어, 심지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어 억압받고 탄압받았던 가슴 아픈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같은 날 대통령 직속 군 의문사 진상 규명위원회는 아직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11건의 군 부대에서의 의문사 사건에 대하여 재조사를 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그 사건 속에는 1984년 22사단 지피에서 수류탄 투척으로 26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도 가보지 못한 채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런 억울한 일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수없이 자행되었고, 국가기관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처럼 진실이 국가권력에 의해 은폐될 때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다행히 최종길 서울대 교수의 의문사 사건에 대하여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타살임을 밝혀내었고, 이를 근거로 국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가 소멸시효 10년이 지난 후에 청구하는 것으로 국가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배척하며 국가권력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여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여 놓고서는 소멸시효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국가는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하여, 위 고등법원 판결은 확정되었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정 평가는 심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이처럼 수십 년 전에 국가권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대통령이 나서서 잘못을 인정하며 사죄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참으로 잘하는 일 중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현대 비자금 사건 수사의 확대와 함께 돌연 도피성 출국을 하자, 검찰은 부랴부랴 그의 아들 정의선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단행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가 공자가 꿈꾸는 인격의 완성자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점차 투명해져가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의식의 전환기에 도달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이 지켜져야 하는 세상, 공정한 Rule이 지켜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사랑으로 실천하는 마음들을 가져야 하리라 본다. 요즘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공익광고 중의 하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을 부축하여 걷는 친절에 걸리는 불과 17초의 시간, 다른 사람을 위해 버스의 하차 단추를 눌러 주는 불과 4초의 친절이라는 광고멘트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끼게 된다.


하인즈 워드가 흑인혼혈인으로서 느꼈을 청소년기의 슬픈 발자국들이 그의 웃음 뒤편에서 점차 희미해져감을 느끼면서, 순간이 아닌 긴 시간 영속할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득을 보면 옳은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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