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보호 치중한 로스쿨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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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보호 치중한 로스쿨 법안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5.12.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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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봉·건국대 교수 헌법학
 
많은 국민들은 우리 법조인들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가 말 그대로의 '서비스'라는 데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이겠지만, 억울한 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도 정작 변호사는 법정에 가서야 만날 수 있다면 누가 그것을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라 말할 수 있겠는가.


최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만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로 보내졌다. 결론부터 말해, 명칭상으로는 로스쿨 법안임이 분명한데 법안에서 그리고 있는 로스쿨의 모습 속에 로스쿨 제도의 원래 본질은 빠져 있다. 오히려, 이제 법학 교육까지 좌지우지하면서 적은 변호사 수가 주는 독점적 기득권을 어떻게 해서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법조(法曹)의 처절한 집착만이 '로스쿨'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속에 가려 있을 뿐이다. 원래 미국에서 탄생하고 성공을 거둔 로스쿨 제도의 본질은 '다양성과 경쟁'에 있다. 즉, 다양한 학부 전공을 가진 학생들에게 '법률가로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토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염가로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데 로스쿨 제도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법안에는 이런 핵심이 빠져 있다. 오히려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독소(毒素) 조항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 이전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전체 로스쿨 입학정원을 법원행정처장·법무부장관·대한변협회장·법학교수협의회장 등과의 협의를 거쳐 미리 정하게 하고 있다. 로스쿨 인가신청을 낸 개별 학교들이 얼마나 양질의 교육여건을 갖추었나를 살펴보기도 전에, 법조인 대표들이 모여 전국 로스쿨 입학생 수를 무 자르듯 결정케 하고, 그들의 합의 없이는 전국의 로스쿨들이 단 한 명의 정원도 더 늘릴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앞으로 로스쿨 졸업생만이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게 된다고 봤을 때,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오로지 법률서비스 공급자인 법조인들의 기득권만 굳건히 보호되는 구조다.


로스쿨 인가 기준도 너무 높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12인 이하, 최소 전임교원 20인 이상, 국내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5년 이상 실무 경력을 가진 실무가 교원 5분의 1 이상이 최소 필요요건으로 요구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가 기준이다. 이 기준에 의할 경우 현재 공인된 183개 미국 로스쿨 중 93.4%가, 68개 일본 로스쿨 중 69%가 우리나라에서는 로스쿨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로스쿨 인가 주체도 문제다. 판사 1인, 검사 1인, 변호사 2인을 전체 11인으로 구성되는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으로 반드시 위촉토록 하고, 로스쿨 설치인가 신청 등의 경우 반드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즉, 4인의 법조인 위원이 반대하는 한 로스쿨 인가 자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그야말로 '기성 법조인을 위한, 기성 법조인에 의한, 기성 법조인의 로스쿨'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가 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로스쿨 제도가 '법률서비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장이 있다. 로스쿨제 도입으로 법률서비스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며 변호사들의 평균수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왜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신경써야 하는가. 오히려, 어떤 법학교육 제도가 국민들이 응당 누려야 할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해주는가가 핵심기준이 돼야 한다. 국민들은 로스쿨 법안 심의과정을 통해 어떤 의원이 이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분투하는가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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