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은 여러분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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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은 여러분 안에!"
  • 법률저널
  • 승인 2005.11.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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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號 선장이 예비선원들에게 띄우는 메시지 


변형섭 중앙인사위 정책홍보팀장

 

우레 같은 박수와 푸른 함성이 터져 나왔다. 11월 9일(수) 오후 3시. 중앙공무원교육원 대강의실은 공직 입문을 앞둔 수습사무관들의 패기와 열정, 에너지로 가득 찼다. 새내기 사무관들이 열광한 '스타'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호(號)의 선장, 노무현 대통령. 단상으로 향하는 대통령의 발걸음마다 강의장이 떠나갈 듯 한 환호성이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박수 쳐주면 좋죠." 단상에 오른 연사가 입을 떼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박수가 이게 묘약입니다. 말이 막혔을 때 박수치면 말 나오고, 가슴 떨릴 때도 박수치면 가라앉습니다. 제가 들어오기 전에 여러분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하던데 들어오니까 긴장한 사람들이 웬 소리를 지르는지 모르겠어요. 대한민국 신임 사무관들은 긴장하면 소리를 지르나요?"

 

◆ 대한민국號 선장과 선원이 만나다 ◆
단하(壇下)는 온통 웃음바다가 돼버린 가운데 대통령의 특강이 시작됐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는데 소문난 강사 별로 들을 말 없다."고 운을 뗀 대통령은 강의 준비과정의 고충부터 토로했다.


"여러분과의 강연을 약속해 놓고 준비를 안 했습니다. 왜? 강연의 도사니까.(좌중 웃음) 근데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오니까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할 말이 너무 많으면 이말 꺼냈다 저 말 꺼냈다 실패하는 게 도사의 운명 아닙니까. 여하튼 내가 강연을 한다니까 청와대 혁신수석실에서 강연 안을 적어왔는데 대한민국에 좋은 말은 다 들어있는 겁니다.(웃음) 그 얘기하려고 하다가는 아무것도 말 못하고 끝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남들 다 노는 일요일에 붙들고 앉아 씨름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주제가 여러분 마음에 들면 성공한 것이고 내 딴에는 선정했는데 욕심을 부리다 여러분에게 아무 공감을 못 주면 그걸 뭐라고 그러죠? (…) '헛방'이라고 하는 것입니다.(웃음) 하여간 오늘 헛방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의는 이제부터 본론. 새내기 사무관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더욱 빛난다. 이틀 후(11일)면 중앙공무원교육원 신임리더양성과정을 수료, 공직에 첫발을 내딛는 예비사무관 255명에게 이날 대통령과의 만남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현직 대통령이 교육중인 수습사무관들을 만나러 온 것은 중앙공무원교육원 설립 56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지금 한국호의 선장과 만났습니다. 우린 같은 배를 탄 것 맞죠?", "예"


"지금은 내가 가장 책임이 무거운 주인의 자리에서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년 반 지나면 나는 가고 여러분은 그냥 이 대한민국호에 계속 책임있는 선원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말뚝처럼…. 그러니 여러분이 배의 주인입니다. 나는 손님이고 여러분은 주인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사명감에 불타야 하는 이유입니다."

 

◆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 
대통령은 자신의 성장과정과 정치역정, 인생관을 소개하는 데 강의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말보다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 살아온 행적을 봐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비교적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을 떨쳐버리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고행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매우 인간적이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꼽아보니까 8년 지나면 내 아이가 대학교를 가야 되는데 대학교에 가면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버지처럼 유신헌법이나 달달 외워서 고시공부를 해야 하나 아니면 불의와 부정에 과감하게 항거하는 양심 있는 젊은이가 돼야 할 것인가?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래 애비가 대신하자. 그렇게 진짜 순수하게 내 아이를 위해서 이제 인생을 걸자. 우리 아이가 대학 들어가기 전에 독재를 무너뜨리자. 당신 망하지 않으면 내가 망한다. 망할 때까지 투쟁하자, 결심했습니다. 부정(父情)은 용감한 겁니다."


"(변호사 시절) 아이를 위해 위인전집을 책장 째 사서 집에 들여 놓은 적이 있는데 책 속의 사람들이 모두 위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인은 성공한 사람과 다르잖아요. 그건 위인이 아니라 영웅이죠. 적어도 위인은 남에 고통을 준 사람은 아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린 시절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노라고 그렇게 맹세해놓고 무얼 하고 있는가. 나를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런 성찰이 독재와 불의에 저항하는 편에 서게 한 것 같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의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그는 온갖 정치적 격변과 세풍 속에서도 '바보처럼 원칙과 명분을 지켜온 것'이 유일한 성공의 밑천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돈키호테는 아닙니다. 명분 있는 일도 가능한 일을 할 때 신뢰하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일도 가능성 있는 경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진지하고 현실성 있는 태도로 뭔가 말이 되는 쪽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이 돼버렸습니다. 대통령되고 난 뒤 스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당선보다 원칙을 선택했고, 행운이 내 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의 성공비결은 '사즉생(死則生)'입니다.(박수)."


그는 자신의 정치역정에서 '가능성이 없었던 도전'은 3당 통합거부, 야당 통합, 부산동구 출마, '가능성 있었던 도전'은 부산시장 출마, 그리고 2000년 강서구 출마였다고 꼽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라"◆
강의 열기가 더해가자 대통령은 외투를 벗었다. 톤이 높아질 때마다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지자 "서로 마음만 맞으면 밤까지 가자"며 강의를 이어갔다.


2시간여에 걸친 이날 강의의 백미는 예비 공무원들을 위한 당부의 메시지다. '수요자의 관점에서 사고하라' '정책의 과학화, 표어화에 힘써라' '정책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라' '언론과의 관계에서 원칙대로 당당하게 대처하고 실력으로 경쟁하라'…. 대통령은 수습사무관들이 공직생활 내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을 만한 화두를 던졌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그리고 일을 사랑하십시오. 공무원은 공복입니다. 봉사해야 하는데 사랑하지 않고는 일 못합니다.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공직을 선택했습니다. 나머지를 포기하고 여러분이 선택한 인생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공직자가 창조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면 국민들은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블루오션을 찾아 망망대해로 나가라"◆
강의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의 문제에 관해 묻는 질문에 "분배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만큼 성장과 분배에 대해 이분법적, 획일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며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중요하며 분배 과잉 얘기는 지표상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기밀"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긴장과 피로는 잠으로 푼다. 잠이 피로회복에 제일 좋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당초 예정보다 1시간은 넘긴 열띤 강연과 수습사무관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 이날 대통령의 클로징멘트는 예비 공무원들의 가슴 속에 깊게 새겨졌을 법 하다. "블루오션은 이 안에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직사회 안에 있습니다. 그 블루오션은 바로 혁신입니다. 혁신하려면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려면 안방에서 나와야 합니다. 망망대해로 나가야, 위험이 있는 곳에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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