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정답으로 얼룩진 법원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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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정답으로 얼룩진 법원행시
  • 법률저널
  • 승인 2005.09.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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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험이든 국가고시에서 복수정답으로 인한 논란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험당국이나 수험생 모두의 바램이자 당위였다. 해마다 국가가 시행하는 중요한 시험이 '정답없음', '복수정답' 등 잘못된 출제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사법시험 등 대부분 주요 국가고시의 출제오류가 최근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터에 올해 법원행시에서 3과목 120문항에서 '정답없음 및 복수정답'이 4문항이나 쏟아졌다니 시험을 주관하는 대법원 법원행정처로선 비난을 면키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 법원행시의 문제점은 복수정답에 그치지 않고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점이다. 예년에 비해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고, 늘 나오는 유형이 정해져 있어 어느 정도 공부가 된 사법시험 수험생이라면 어지간히만 공부해도 이번 시험에선 95점 이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말이다. 최상위권 수험생이라면 만점도 쉽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시의 이런 형편없는 변별력 가지고는 대충 아무렇게나 뽑겠다는 얘기 밖에 안된다.

더욱이 올해는 시험과목이 축소되어 사법시험 과목과 같아져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대거 몰려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보여 상당한 변별력과 정치(精緻)한 문제를 요하는 시험이라는 것을 수험가 뿐만 아니라 시험당국자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시험에 대해 '이게 시험이냐' '대한민국 고시역사상 최악중의 최악'이라는 수험생들의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은 시험당국인 대법원이 무능력해서인지 아니면 무책임해서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시험당국은 철저한 대책수립으로 들끓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합리적인 지혜를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수험생에게는 자신의 장래와 직결되어 있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법행정'을 바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합한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선발할 수 있는 시험제도를 정착시켜나갈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복수정답 등 시험출제와 관련 소모적인 논쟁을 없앨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관행이라는 틀을 깨는 것에서부터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시험행정에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관행이라는 올가미에서 과감하게 벗어버리지 못한 탓도 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입법고시, 변리사 등 주요 국가고시를 주관하는 기관들이 앞다퉈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펼치고 있는 점을 대법원은 배워야 한다. 우선 여타 고시처럼 출제위원을 실명제하여 보다 책임과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봄직 하다. 출제위원 실명제가 비실명제로 얻게 될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출제위원 선정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검증체제를 확립하고 출제위원의 다변화와 상시적인 관리체제 구축하고 출제위원 자격요건에 대한 검증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단순히 암기형인 문제보다는 법학적·논리적 사고 등 종합적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문제를 개발, 출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자정부의 출현과 더불어 행정의 정확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매일 체득하고 있다. 사법·행정제도를 비롯한 모든 제도와 조직이 공정성과 투명성, 효율성 위에서 가치가 창출되고 평가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과거에는 수험생의 편의보다는 관리·보안 유지에 초점을 맞춰 시험관리를 해왔지만 이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행정 서비스의 요체는 공개행정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며, 고객인 수험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시험행정 서비스일 것이다. 따라서 질 높은 시험행정 서비스에 대한 수험생들의 요구에 대법원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홈페이지 '질의응답'란을 통해 수험생들의 목소리가 활발히 개진되도록 성실한 답변을 통해 한 단계 높은 고객만족을 추구해야 한다.

대법원은 고객인 수험생의 사랑과 신뢰를 얻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여론에 귀 기울여 수험생과 더불어 적극적인 공개행정을 실천한다면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투명성 확보는 저절로 얻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용훈 새 대법원장의 말대로 대법원이 언제나 국민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줄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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