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내용의 공개와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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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내용의 공개와 수사
  • 송희성
  • 승인 2005.08.2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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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수원대법대교수ㆍ공법학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과거 국정원이 비밀리에 대화 내용을 녹음한 사실과 그 녹음내용의 일부가 언론에까지 공개되어 법리적 공방이 행하여지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도 문제되지만, 과거의 정치적 악습을 하나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녹음내용이 설사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적인 것을 담고 있더라도, 녹음 자체가 위법적 행위이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견해가 있는 것 같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제한조치를 허가 받을 수 있는 일정한 범죄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통신비밀보호법제5조), 감청을 하려면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여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6조제1항,제2항등참조). 따라서 이번 녹음테이프에서 밝혀진 내용이 아예 통신제한 조치의 대상인 범죄가 아니거나, 설사 그에 해당 하더라도 법원의 허가가 없었고, 법원의 허가 없이 통신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경우(동법제8조제1항참조)도 아닌 위법행위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와 같은 불법도청에 의하여 지득하거나 채록된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동법제4조참조). 고로 정치자금법 등 각종 실정법을 어기는 행위가 도청내용에 담겨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수사개시의 단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 내용을 가지고 수사개시를 하는 것은 위법을 묵인ㆍ방조하는 결과도 된다는 것이다.

 

                              비 공개주장도 일리는 있어


이렇게 볼 때 비밀리에 법을 위반하여 녹음한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른다. 또 이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한다면 국가 기관이 간접적으로 불법도청을 묵인한다는 비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수사개시의 단서마저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을 갖고 있을 것 까지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본다. 국민의 “알권리”의 충족차원에서 보더라도 그것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까지 해당하여 유죄까지 인정되는 사실일 것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법을 위반한 녹음테이프 내용을 수사 개시단서로 수사하여 중대 범죄사실이 밝혀지고, 그 범죄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 능력 있는 증거가 나타나면 처벌할 수 있지 않나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 광범하게 행하여져 온 정치적 관행을 파해치면 정치적 혼란을 가져온다는 견해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개는 개혁에 유리


내 생각으로는 그 내용이 정치적으로 위법이거나 부도덕 한 것이면 정치개혁차원에서, 독과점기업들의 우월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남용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면 우리 병폐인 경제인의 사고를 바꾸는 계기로 삼기 위하여, 언론이 정치ㆍ경제세력과 유착하여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하여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진정 정치인ㆍ기업인ㆍ언론인들이 사회의 존경받는 지도층으로 되려면 부도덕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숨길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고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일 녹음테이프 내용이 공개되고, 그것 중 수사를 불가피하게 하는 경우 수사주체의 문제다. 처음부터 검찰을 불신하는 것은 취할 태도가 아니고, 검찰수사가 철저하지 못하여 의혹이 커지면 그때 가서 특별검사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언필칭 전가의 보도마냥 특별검사제를 들고 나오나, 이문제의 장구성ㆍ광범성으로 보아 그 조직 내지 능력의 한계성에서 또는 실효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끝으로 나는 허가 받는 등 합법적인 필요최소한의 감청은 국가 안위를 보장하고, 범죄인을 수사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허용되어야 하는 필요악(必要惡) 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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