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살아있는 말”과 “죽어 있는 말”,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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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살아있는 말”과 “죽어 있는 말”, 나비효과
  • 오시영
  • 승인 2019.06.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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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현대는 망(網)의 시대이다. 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채로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망의 시대에서 오는 결과이다. 서로가 분리된 개체의 시대에서는 홀로 독거가 가능하겠지만, 이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독야청청하며 살아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까닭에 어떠한 생각이나 행동도 무심히 시작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세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실핏줄과 천라지망(天羅地網)의 세상에서 거미줄 안에 갇힌 채 살아가야 하는 자아의 몸부림이 극심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특히 천라지망의 폭이 넓을수록, 공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회 지도자들일수록 그러한 압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발표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이러한 망의 법칙을 잘 설명해 준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나중에 커다란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오는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한 나비효과는 현대사회를 잘 설명해 주는 이론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나비효과는 로렌츠가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유동(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이라는 논문을 통해 “결정론적 카오스(Deterministic Chaos)”가 유발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이론이다. 극단적 표현이지만, 브라질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과학에서 발달한 나비효과이론은 오늘날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에서 더 많이 차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죽은 말”을 자주 사용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주 명쾌하고 올바른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말에 “현실성과 생명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함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죽은 말”은 깊은 종교적 세계에 갇힌 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언어현상이기도 하다. 종교는 궁극적으로 “사후세계”의 영역을 관장한다. 내세의 천국이나 극락세계를 전제로 발전되어 온 종교적 세계관이다 보니, 종교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비현실적 환상의 세계”에 정주하게 된다. 그런데 진정한 “궁극의 사후세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려운 현실세계를 철저히 극복해야 하는데, 많은 종교적 신념론자들은 치열한 현실세계의 투쟁과정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보다는 외면하는 방법으로 현실세계에서 도피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언어 또한 죽은 언어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런 결과로 주변에서 보기에 그들의 언어가 비현실적이 되고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파악하지 못한 이상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서도 종교적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며 타인과의 타협을 패배라 인식하고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이는 고집을 보이게 된다. 황교안 대표의 국회 등원 거부 및 장외 투쟁의 장기화 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다기해진 세상은 인터넷이라는 천라지망에 갇힌 채 세계 곳곳에서 나비효과 현상이 나타나는 상호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다. 까닭에 서로가 서로를 물고 무는 “꼬리물기현상”이 일상화되어 있다. 지난 주 통계청은 통계청이 통계 작성한 이래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67.1%)”를 기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5월 생산연령인구(15세-64세, OECD 비교 기준)가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하였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 취업자가 증가하였지만 30·40대 취업자가 감소하였다는 부분 통계도 함께 발표하였다. 이 현상을 놓고 고용상태가 좋아졌다고 평가(전체 고용율이 높아졌으므로)하는 이들도 있고, 나빠졌다고 평가(30대·40대의 고용율이 감소하였으므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률 지표 향상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국가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전 국민 대비 고용률 증가는 일하는 국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소득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긍정적 효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의 3∼40대 연령의 고용감소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구감소현상으로 3∼40대로 편입되는 20대의 절대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3∼40대인 그들은 5∼60대로 편입되다 보니(고령화사회의 당연한 현상이다) 앞으로 3∼40대의 절대고용인원은 계속 감소될 것이고, 5∼60대의 절대고용인구는 일정시점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전체 고용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부 통계발표에 의하면 5월 취업자는 2,732만2천 명 정도로 전년 동월 대비 25만9천 명 정도가 늘었다고 한다. 지난 1∼5월 월평균 취업자가 약 19만2,400명 정도로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폭 목표인 15만 명을 웃돌고 있고, 특히 지속적인 상용직 취업자 증가, 9개월 연속 청년층 취업자 증가, 여성 고용률 증가 등 고용의 질적 증가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한 마디로 하면 전체적인 국가경제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이러한 객관적 경기지표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불안해 하는가 하는 점인데, “대기업 위주의 낙수효과이론”에 함몰되어 있던 보수정권의 경제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의 양극화 해소이론”을 추진하는 진보정권의 경제정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을 “경제부진”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착시현상”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이 아닌가 추론해 본다. 강남역 주변이나 압구정로데오거리 주변 등 기존의 “점포 상가의 고액 임대료 지급 상업지역”의 몰락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수언론이나 경제일간지 등 주로 부자들의 입김을 대변해 오던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위와 같은 “종래 상권 활성화지역의 일부 폐업” 현상을 경기침체의 한 가시적 현상인 양 대서특필하여 국민들의 경제적 심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러한 언론보도야말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의 성공적 현상”임을 대변해 주는 긍정적 효과로 비쳐진다. 왜냐하면 그러한 “고액 임대료 상권의 거품경제현상”은 결국 고액의 임대료를 통해 “부익부”를 도모하던 건물주 집단의 배를 채워주는 현상이었을 뿐, 국민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서민들과는 무관한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고액 임대료 지급은 결국 상품 판매가격을 인상시켜 이를 소비하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가난하게 만들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빈익빈”의 가난현상을 상존시키는 것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론에 기반한 최저임금제의 상당한 현실화는 결국 “지대와 임금의 전쟁”에서 “임금의 승리”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담 스미스의 고전학파 경제학을 완성시킨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리카도의 지대론”이 “비교우위론과 절대우위론”이론을 통해 “비교우위론”이 극성을 부리던 시대가 있었다. 그 비교우위론의 상징적 현상이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였고 “강남역 상가지대”였다. 그곳에서 많은 유동인구 덕에 더 많은 돈을 버니 상가임대료(지대)를 대폭 올려도 되고, 그래도 장사가 되니 더 임대료를 올리는 악순환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건물주(지주)는 임대료 인상과 건물가격상승이라는 이중적 이익을 누려왔던 것이다. 그러니 비싼 임대료를 지급하고서도 그러한 비교우위의 상가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상인들로서는 종업원들에 대한 “인건비(임금)”를 낮출 수밖에 없어 “임금이 지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결국 노동의 가치가 자본의 가치에 홀대당하는 현상이 고착화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들고 나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시도는 “최저임금의 보장”이라는 고강도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따라서 “동일한 한계수익”으로 “임금과 임대료를 분배”해야 하는 상인들로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부담을 “고액의 임대료 지급 유지”로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고액 임대료 상가에서 철수하여 낮은 임대료 상가로의 이전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빈 상가 건물주들의 계속 버티기”가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임대료 인하”라는 “현실적 차선책”을 도모할 것인지는 앞으로 1-2년 정도가 고비일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의 시그널이 정상 작동하게 되면 결국 건물주들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임대료 감소현상(최고액 임대료 상가지역이 임대료를 낮추게 되면, 그 나비효과는 그 다음 단계의 고액 임대료 상가지역의 임대료 인하 현상으로 연쇄반응이 나타날 것이다)을 통해 “상품 판매가격의 인하 및 임금의 적정한 보장”을 통해 서민경제가 나아지게 되고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획기적 개혁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론”은 200년 전 리카도에 의해 확립된 “비교우위론 내지 차액지대론”이라는 “자본 중심의 경제학”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이자 역공을 어떻게 잘 견뎌내고 이겨내느냐이다. 얼마 전 한 인터넷 매체가 “르포” 기사로 쓴 “암울한 압구정로데오‧가로수길”의 빈 상가 임대 사진은 “자본에 입각한 경제불안현상”을 보여주는 기사로 채워져 있지만, 필자에게는 위와 같은 “대한민국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 시그널로 읽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하여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이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라는 “죽은 말”을 하였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모인 자본가들의 “귀맛에 맞는 교언영색의 아부”를 하고 만 것이다. “입맛”도 아닌 “귀맛”의 말이다. 듣기에 얼마나 달콤한 말이겠는가마는 “죽은 말”의 상징이자 “나비효과의 나”자도 모르고 한 말이 되고 말았다. 이 말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비인간적 언어라는 몰개념,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게 되면 더 많은 외국인들의 취업으로 국내 노동자들의 취업 감소가 나타나는 나비효과에 대한 천라지망 속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몰개념,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동일한 차별을 받게 될 역차별의 불이익을 내다볼 줄 모르는 혜안 부족의 몰개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막말”인 것이다.

바로 저런 몰개념의 언어가 “막말의 극치”인 것이다. 막말은 “거친 쌍말이나 욕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판단에 제대로 이르지 못하는 “몰개념의 언어”에도 내재되어 있다. 언어 사용은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세상에서 한 마디 말의 실수는 평생 쌓아온 한 인격의 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지식과 지혜의 깊이를 판단케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지도자는 살아 있는 말, 생명을 살리는 따뜻한 말을 해야 한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하나를 죽여야 할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말이 어려운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U-20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축구대표팀을 청와대로 초청하였다. 그들의 공로와 수고를 치하하고, 국민들을 행복해 준 지난 것에 대하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사진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좌우에 서서 키가 큰 정정용 감독을 가운데 세우고 올려다보며 선수들과 함께 걷는 사진이 나온다. 환영 행사장의 주인공이 대통령이 아닌 감독과 선수들임을 은연 중 보여주는 겸손한 모습이어서 보기에 참 좋았다. 결승전 후반전을 스웨덴 국빈방문을 마치고 공항 가는 차 안에서 휴대폰 앱으로 보면서 “우리 부부가 계속 소리를 지르니까 앞 좌석의 스웨덴 경호관이 그때마다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서 ‘지고 있다’고 했더니 안타까워 했다.”는 설명 앞에서 소탈한 대통령의 살아 있는 말을 느끼게 된다. 천라지망의 세상에서 ‘죽은 말’이 아닌 ‘살아 있는 말’의 “나비효과”를 깊이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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