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6)-김원봉과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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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6)-김원봉과 논픽션
  • 강신업
  • 승인 2019.06.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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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김원봉이 2019년 6월 6일 대한민국 정치 한 복판에 나타났다. 김원봉은 6.25. 전쟁 당시 북한 노동상을 지낸 동족상잔의 전쟁책임자다. 그가 대한민국 현충일 대통령 추념사에 등장한 것이다.

김원봉은 1898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났다. 1912년 의열단 활동을 하다가 그 후 조선의용대를 조직해서 독립운동을 했고, 1942년 광복군에 합류해 광복군 부사령관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냈다. 독립 후 귀국했으나 1948년 월북하여 제 1기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내고 6.25 전쟁 때인 1952년에는 노동상을 역임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공로훈장을 받고 1957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으나 1958년 김일성에게 숙청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 앞에는 진보 보수가 없다’는 말을 하는 가운데 좌우는 물론 무정부주의자까지 독립 운동에 힘을 합쳤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김원봉이 이끈 조선의열단이 합류한 광복군이 해방 후 국군의 토대가 되고 한미동맹의 초석이 되었다고 했다. 독립운동을 위해 좌우가 힘을 합쳤듯이 ‘애국’이라는 대의명제 앞에서는 진보,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자를 현충일에 언급하면서 정치적 논란에 불이 붙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정치권과 국민에게 누구 편이냐고 다그치며 내 편, 네 편을 갈라치는 정치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사회통합을 말하려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손학규 대표는 또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신념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원봉이 독립운동에 공이 크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김원봉은 독립운동 당시의 김원봉일 뿐이다. 독립운동가 김원봉은 우리 대한민국과 양립 가능하지만 그 이후 그의 인생 궤적은 대한민국과 양립할 수 없다. 그는 자진 월북해서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사람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죽고 다치고 과부가 되고 고아가 되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우리 국민들이 가난해지고 불행해지고 오랜 세월 잊히지 않는 아픔과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그런 그가 현충일에 마치 위인이나 되는 양 언급된다면 엄연히 존재하는 6.25의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의 고통은 커지고 도지고 덧나게 된다.

정치인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들고 나오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정치인은 가해자와 희생자 등 역사적 사실과 관련 인물이 살아있는 동안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역사적 사건과 이리저리 얽힌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그 사건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오늘의 정치인이 불과 엊그제 역사를 평가하는 것은 그래서 대개 부적절하다. 물론 한 인물을 평가할 경우 그 공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어떤 역사가는 역사는 적어도 200년이 지난 후에야 평가가 가능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원봉은 인생 역정이 다단하고 논란이 많을 뿐 아니라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물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우리 후손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통령은 국헌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할 책무를 진다. 그리고 헌법상 대한민국은 엄연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는 세습독재 공산국가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 전쟁 공로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을 추켜세우는 건 국가 정통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는 행위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다. 대통령의 말이 정쟁의 불씨가 되고 국민 분열을 낳아서는 안 된다. 오늘 벌어지는 김원봉 논쟁의 논픽션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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