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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아, 토트넘과 리버풀의 대역전극, 정치인들이여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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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아, 토트넘과 리버풀의 대역전극, 정치인들이여 배우라
  • 오시영
  • 승인 2019.05.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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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둥근 것은 정직하다. 둥근 것은 평등하다. 둥근 것은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둥근 것은 선하다. 하지만 둥근 것은 모든 곳이 비탈이다. 둥근 것의 모든 면은 둥긂의 일부를 이루면서도 스스로는 모나다. 날카롭다. 송곳이다. 둥근 것 위에 설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둥근 것은 원만하면서도 날카로운 것이다. 이러한 둥근 것의 날카로움은 불의를 용서하지 않고,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다. 둥근 것의 본질이다. 양궁이나 베드민트처럼 사용되는 기구가 둥글지 않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둥근 공을 사용한다. 축구, 배구, 농구, 골프, 테니스, 탁구 등 모든 구기 운동에 사용되는 공은 둥글다. 크기나 단단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모든 구기 종목에 사용되는 공은 둥글다. 공의 둥긂이 스포츠의 정정당당함을 증명하는 첫 번째 상징이 되는 까닭이다.

어제(5월 9일) 새벽 네 시, 암스테르담 아레나 축구장에서 네덜란드의 아약스 축구팀과 영국의 토트넘 축구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2차)이 열렸다. 이미 지난 1일 치러진 1차전에서 1:0으로 패배한 토트넘에게 아약스 팀의 홈구장인 아레나 축구장에서 치르게 될 2차전 원정경기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1차전에서는 4강전의 레드카드 경고로 손흥민 선수가 뛸 수 없었고, 토트넘은 무력하게 1:0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2차전 전반에서 아약스가 먼저 두 골을 넣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라세 쇠네가 찬 코너킥을 마타이스 더 리흐트 선수가 해더골을 넣었고, 35분에 두산 타다치 선수가 왼쪽 측면에서 내 준 공을 하킴 지예흐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었다. 1차전 골까지 합하여 3:0으로 끌려간 토트넘의 패색이 짙었다. 네델란드 아약스 응원팀은 아레나 축구장을 함성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원정팀인 토트넘은 절망상태로 내몰렸다. 그렇게 전반전은 끝이 났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한 지 10분 만에 브라질 출신 미드필드 루카스 모우라 선수가 첫골을 만회하였고, 이어 4분 후 다시 추가골을 넣어 2대 2가 되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 졌기 때문에 비겨서는 토트넘의 결승 진출은 무산되고 말 운명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으니 후반 종료 후 주어진 추가시간 5분, 그 5분마저 다 지나 패배가 거의 확실 시 되는 마지막 순간 루카스 모우라 선수가 해트 트릭을 완성하며 세 번째 골을 넣어 3대2로 역전되면서 1승 1무, 3대 3 동률이 되었으나 원정 다득점승 규정에 따라 원정 경기에서 3골을 넣은 토트넘 팀이 결승에 진출하였다. 루카스 모우라 선수의 세 번째 골이 터진 순간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눈물을 터뜨림과 동시에 운동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대었다. 1882년 창립된 후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으니, 토트넘 홋스퍼 팀으로서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감격은 더욱 컸으리라 생각된다. 둥근 공의 기적, 둥근 공의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90분 경기 중 1차전에서 1:0으로 이기고, 2차전에서도 전반전에서 2대 0으로 이긴 상태에서 경기를 지배하고 있던 아약스 팀, 후반전에서 두 골을 내줘 2대 2가 되었지만, 규정 시간 90분이 경과하고, 추가로 주어진 5분 중 4분 30초가 지날 때까지 이긴 상태에서 그 30초 동안에 역전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아약스팀은 세 번째 골이 골망을 뒤흔드는 순간 망연자실,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누워 버렸고, 졌다며 절망상태에 빠져 있던 토트넘팀은 하늘을 날 것처럼 뛰어 올랐고,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진 자도 이긴 자도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그 마지막 1분, 거기에는 오직 정정당당한 경기, 정정당당한 승리만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하루 전인 지난 5월 8일 새벽 네 시에는 또 다른 준결승전 영국의 리버풀팀과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팀 사이에서 영화 같은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 두 팀 사이의 1차전은 지난 5월 2일 FC바르셀로나팀이 3대 0으로 승리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가 현재의 방식으로 개편된 1993년 이후 토너먼트에서 1차전 3:0을 뒤집은 팀은 단 5개뿐이었으니, 아무리 리버풀 홈구장에서 2차전이 펼쳐지더라도 역전극이 펼쳐지리라고 장담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리버풀이 역전승할 확률은 불과 6.2%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었다. 그 확률조차도 La Liga의 선두주자인 FC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는 팀을 4:0으로 누르고 이뤄내야 한다는 점에서 더더군다나 불가능한 승률이라는 것이 축구 전문가와 도박사들의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리버풀의 최고 공격수인 살라흐 선수가 직전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출전할 수 없게 되어 전력 손실이 컸던 리버풀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라흐 선수의 결장으로 대체 출전한 디보크 오리기 선수가 경기 시작 7분 만에 조던 헨더슨 선수의 슈팅을 골키퍼 마르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 선수가 튕겨내자 그 공을 그대로 골안으로 밀어 넣어 첫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리버풀의 주전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이 부상을 당하여 조르지오 베이날둠 선수가 교체 투입되면서 수비 불안 염려가 가중되면서 추가로 세 골을 더 얻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베이날둠 선수는 보란 듯이 트렌트 알렉선더 아널드가 낮고 빠르게 올린 크로스를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하여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처럼 살라흐를 대체한 오리기 선수가, 로버트슨 선수를 대체한 에이날둠 선수가 각각 한 골씩을 넣는 이변을 보였으니, FC바르셀로나팀을 승리의 여신이 외면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어 후반 34분경 세르단 샤키리 선수가 세 번째 골을, 그리고 첫 번째 골을 넣었던 오리기 선수가 마지막 네 번째 골을 넣으면서 승패 1대1, 점수는 4:3으로 리버풀이 대역전극을 펼치고 승리하였다. 리버풀팀의 홈구장 리버풀 안필드를 가득 메운 리버풀 응원팀은 열광의 흥분상태에서 기쁨을 만끽하였다.

이제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리버풀과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진다. 두 팀 다 1차전에서 패배한 후 2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어낸 팀이다. 리버풀의 응원가는 “You’ll never walk alone”이다. 너를 결코 혼자 걷게 하지 않겠다는 응원가는 리버풀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리버풀의 영광이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자신들 역시 홈팀을 응원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공동 평화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1950년대 주로 2부 리그에 머물렀던 아픔도 있지만, 영국 축구사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이 바로 축구명문 리버풀이다. 토트넘의 앰블럼은 ‘축구공을 밟고 서 있는 수평아리(싸움닭)’이다. 그 아래에 라틴어로 “Audere est Facere”라는 모토가 쓰여 있다. “실천이 곧 도전이다.”라는 뜻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2018-2019 시즌에서 리버풀은 멘시티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토트넘은 첼시에 이어 간신히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2019-2020 시즌에서도 역시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하였다.

두 영국 프로축구팀은 스페인 마드리드로 날아가 전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 팀에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가 주전으로 우뚝 서 있다. 그 이전에 박지성 선수가 2008-2009 시즌과 2011-2012 시즌 두 번에 걸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소속으로 출전한 바 있지만 두 번 다 바르셀로나팀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준결승전에서 리버풀은 바르셀로나팀을 이겼고, 토트넘은 8강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이겼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준결승전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후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이처럼 울었다고 외신들이 평가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축구팬 중에서도 이틀에 걸쳐 새벽잠을 설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같은 이마저 새벽잠을 설쳤으니 젊은이들은 오죽 할까 싶다. 포체티노의 환호와 어린아이 같은 눈물, 이 상반된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 온 것은 그 경기가 정정당당했기 때문에 오는 감동이다.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주어진 그라운드 안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동일한 경기룰에 의해 이루어진 정정당당한 경기, 종료 1초 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협력하여 이루어내는 묘기와 열정, 그러한 열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이 결국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상정되었다. 이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장외 투쟁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가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권이 “독재 정권”임과 “안보와 경제 무능 정권”임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대정부투쟁에 나서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극렬한 반대를 받기도 한다. 평생을 공안검사로 살면서 독재권력에 기승해 온 사람의 입에서 “독재 타도”라는 구호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자꾸 양말 속에 모래 몇 알이 들어가 있는 듯, 걸음 걷기가 마뜩잖다. 혀에 바늘이 솟은 듯 불편하고, 귀에 쇠 갈리는 소음이 들려오듯 이질적이다. 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과정에 있는 황교안 대표가 대중의 환호에 정치 맛을 들인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타임인 것 같은데, 이왕 내친 걸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듯이 엑셀 페달을 냅다 밟고 있는 형국이다. 뭔가 어색하다.

극보수층의 결집이야 그가 나선들 나서지 않은들 맹목적 지지를 보내겠지만, 시대정신, 촛불정신을 외면한 채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독재 정권”이라고 일갈하는 것은 중도 보수층의 외연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은 듯싶어 하책 중의 하책을 택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거기에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다이나마이트로 청와대 담벼락을 폭파하자는 막말과 한선교 사무총장이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 “X 같은 XX야”라고 쌍말을 퍼부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저런 쌍말은 점잖은 신문에서는 표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당연히 상상력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구태여 좋은 우리말로 사실감 있게 표현하지 않고 구태여 영어로 “X”라고 돌려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저 “X”가 영어 “X”가 아니라 부정을 뜻하는 가위표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말이 거친 사람은 반드시 말로 인해 자멸케 되어 있다. 문맥과 상황으로 볼 때 “독재 정권”이라는 구호와 “X”나 “청와대 폭파”라는 말 중에 더 큰 막말은 전자이다. 후자는 오히려 철없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전자는 의도적 왜곡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은 축구경기에서의 둥근 공과 같은 것이다. 둥근 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까닭은 “둥근 공의 정정당당함” 때문이다. 정치인이 말을 통해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열받게 한다면 정치를 접는 것이 옳다. 지지자를 감동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반대자를 진정 승복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데, 막말하기 콘테스트라도 하는 양 서로 막말하기에 경쟁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막말 뒤에는 후회만 남는다는 것이다. 인품의 낮음과 저급함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사람들, 또 지위는 높다고 큰소리는 잘 친다. 국회의원들이여, 당신들은 결코 높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들은 나 같은 국민들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그러니 제발 좀 겸손해라. 철없이 굴지 말고. 우선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행동을 겸손하게 할 것이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국민을 대하라. 당신들이 제일 아랫사람임을 좀 명심하고 행동하시기 바란다. 주인인 국민을 향해 고개 빳빳이 쳐들고 막말을 늘어놓는 당신들, 좀 뻔뻔하지 않은가? 국민을 존경하고 납작 엎드리기 바란다.

토트넘의 앰블럼, 둥근 공 위의 수평아리가 아무리 싸움닭이라 하지만 “실천이 곧 도전이다.”라는 모토가 상징하듯 미래 지향성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리버풀은 “함께 걸을 것”이라며 축구팬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처럼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향해 전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감동이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여, 제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막말이나 퍼부어대고, 부정부패나 저지르는 못된 짓 좀 그만 하고. 아셨는가? 실천이 곧 도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천 좀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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