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5)-버닝썬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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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05)-버닝썬 나비효과
  • 강신업
  • 승인 2019.03.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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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2019년 초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은 단연코 ‘버닝썬 게이트’다. 2018. 11. 24. 버닝썬 클럽에서 폭행을 당한 김상교씨가 112에 신고를 했으나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체포를 당한 그 순간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강남 클럽을 한 바퀴 돌아 대한민국 공권력을 정조준하고 있다. 도대체 버닝썬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고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버닝썬의 모습은 이렇다.

오전 2시. 이 때 강남은 다른 세계로 변한다. 파티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늑대들이 슬슬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것도 이 때쯤이고 오후 9시를 넘어 서서히 달궈지던 강남의 시계가 금기가 사라진 ‘리얼 파티 타임’으로 바뀌는 것도 이 때쯤이다. 드디어 강남 클럽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이 때쯤 버닝썬의 간판도 불타오르는 태양처럼 번쩍인다.

버닝썬에 들어서면 이곳에는 다른 법이 적용된다. 이곳은 세상의 바깥과 담을 쌓은 또 하나의 세계다. 이곳에서 인간의 내면은 모두 거세된다. 돈을 가진 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다. 이곳엔 ‘대륙 세트’라는 5천만 원 하는 메뉴가 있고 중동의 부호 이름을 딴 1억 원 하는 ‘만수르 세트’도 있다. 만수르 세트는 이곳에서 황제의 징표다. 만수르 세트를 주문한 VIP는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닝썬 클럽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요란한 퍼포먼스 속에 그 날의 황제로 등극한다. 그와 일행은 뭇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 환락의 밤을 만끽한다.

버닝썬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다. 외국에서 오는 VVIP 투자자에게 환락의 접대를 하는 아방궁이다. 이곳에서 소비되는 것은 술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여성의 성이다. 술과 성이 만나고 심지어 물뽕(GHB)이 만나며 환락은 배가 된다. VIP룸에선 성매매, 성추행과 성폭행이 거리낌 없이 벌어진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촬영해서 돌려보는 자들도 있다.

버닝썬이 이렇게 무법천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연예권력 때문이다. 연예권력은 K-pop 스타들이 세계적 유명세를 타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형성된 신흥권력이다. 그런데 이 신흥권력자들 중 일부는 그 유명세를 이용해서 투자를 유치하고자 버닝썬을 아방궁으로 만들었다. 둘째로 곰이라 불리는 자들 때문이다. 곰은 버닝썬 측에서 경찰을 부르는 은어다. 곰은 버닝썬과 유착되어 불법을 비호한다.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피해자를 가해자로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도 곰이고, 버닝썬에서 성폭행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그냥 뭉갠 것도 곰이다. 버닝썬은 이렇게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서 연예권력과 공권력이 이종교배를 해서 태어난 괴물이다. 그런데 이 괴물이 무서운 것은 그 포식성 때문이다. 그 정체가 이쯤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버닝썬이 대한민국을 삼켰을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대한민국 연예권력을 점검해야 한다. 버닝썬 사태를 일부 연예인이나 연예기획사의 일탈행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연예권력이 과연 권력을 정당하게 형성하고 사용했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최근 로이터 통신이 ‘K-pop의 노래와 안무는 도덕 교육을 받을 시간을 희생해 만들어졌다’고 진단하며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내놓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또 여기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공권력의 부패를 점검해야 한다. 어떻게 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 권력이 곰이 되어 온갖 불법에 눈감을 수 있었는지 그 뿌리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 곰 외에 불법과 탈세를 눈감은 여우와 이리도 찾아내야 한다. 악의 소굴 지킴이 노릇을 한 사악한 동물들을 찾아 깊은 산속으로 쫒아내야 한다.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권력을 가진 일부 연예인과 공권력을 가진 일부 공직자의 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네가 누군가의 인성을 시험해보고자 한다면, 그에게 권력을 주어라”라고 말했다. 인성을 갖추지 않은 자가 권력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연예인은 공인이다. 공직자의 업무는 말할 것도 없이 공무다. 공인들은 모름지기 명철보신의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모쪼록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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