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삼일독립운동 100주년, 김정은과 트럼프의 하노이 선언, 일본이여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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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삼일독립운동 100주년, 김정은과 트럼프의 하노이 선언, 일본이여 내일 보자
  • 오시영
  • 승인 2019.03.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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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맨주먹으로 총칼에 저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폭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의지가 폭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 쉽지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억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 사용되는지도 모른다. 3ㆍ1 독립만세운동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에 분연히 저항한지 100년이 되었다. “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 此로써 世界萬邦에 告하야 人類平等의 大義를 克明하며, 此로써 子孫萬代에 誥하야 民族自存의 正權을 永有케 하노라.”로 시작되는 독립선언문은 지금도 그냥 입에서 술술 암기되어 나온다. 고교시절 국어선생님께서는 무슨 마음이셨는지 모든 학생들에게 “삼일독립선언서”를 전부 암기토록 시키셨다. 학창시절 외웠던 두 개의 장문, 하나는 3ㆍ1독립선언서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교육헌장이다. “나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과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야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서 자손만대에 고하여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로 시작되는 3ㆍ1독립선언서는 같은 듯하면서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 서로 닮았다. 국어선생님의 강요(?)로 전문을 외울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도 독립선언서를 줄줄 외울 수 있음은 어찌 보면 감사할 일이다. 그 긴 문장을 암기하면서 느꼈던 의기와 비분강개가 이를 읊조릴 때마다 내 심장을 뜨겁게 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하지만 전체 문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독립선언서에는 자주와 평화, 조선의 독립 및 민족자결과 자주독립의 전통정신을 정의와 인도(人道)에 입각하여 비폭력무저항의 독립의지를 밝히고 있음에 비해, 국민교육헌장은 알게 모르게 국가주의에 입각하여 인위적 국민개조운동을 전개해 국가에 종속된 개인에 대한 타율적 강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은 삼일독립운동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우리는 스스로 우리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극일의 완성이 이루어졌는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질문 앞에 감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슬프게도 위 심장을 끓게 만드는 삼일독립선언서를 초안한 죄로 2년 10개월의 징역생활을 해야 했던 육당 최남선마저, 나중에 친일파가 되어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사편수위원이 되어 일본의 입맛에 맞게 식민사관에 입각한 조선사편찬에 참여하였고, 조선총독부의 중추원참의가 되었고, 나중에는 재일조선유학생의 학병지원 권고를 위한 강연에 나서는 등 적극적 친일행위자 되어 지금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상황처럼, 모든 것이 꼬여 있기 때문이다. 민족지도자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되어 수많은 변절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슬픈 현대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아픔으로 남아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해방 이후 미군정에 빌붙어 단죄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방 정국에서 정치지도자가 되어 버린 반역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남북은 분열되고, 6ㆍ25전쟁을 겪었고, 그 상처의 후유증은 다시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민족의 갈등요소가 되어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화해무드가 급속하게 전개되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2차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에 이르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3ㆍ1독립정신이 삼일독립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 구체적 열매를 맺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보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간에 상호연락사무소가 개설되어 평양과 워싱턴에 미국과 북한 외교관이 상주하는 체제가 갖추어지는 합의가 도출되고, 북한 영변 일대의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단계적 폐기절차가 이행되고, 미국과 유엔의 대북경제제재가 완화되고, 남한의 경제협력이 실행되는 과정을 통해 한반도에 궁극적인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단초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양 정상은 후일을 약속하며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3ㆍ1독립선언서를 현대어로 고쳐진 것을 다시 읽어본다.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지난 수천 년 갈고 닦으며 길러온 인도적 정신이 이제 새로운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하는구나. 새봄이 온 세상에 다가와 모든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구나. 꽁꽁 언 얼음과 차디찬 눈보라에 숨 막혔던 한 시대가 가고,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볕에 기운이 돋는 새 시대가 오는구나.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이 나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나와 함께 나아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수천 년 전 조상의 영혼이 안에서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기운이 밖에서 우리를 지켜 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라며, 새롭게 쓰여진 독립선언서는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이루어지는 새 시대의 도래를 환호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음과 세계만방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임을 소망하고 있다. 양심과 진리가 함께 할 때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러한 독립선언서의 정신이 지금 이 시대에 현실로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본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민족의 독창성과 문화의식이 새로운 한류의 중심을 이루어 세계만방으로 뻗어나가고 있고, 부정과 불의, 혼돈과 무질서를 몰아내고, 정의와 공정, 평등과 자유, 복지와 통일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이 얼마나 활기찬지 감사할 일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촛불혁명을 통한 민주화의 진전을 이루었다. 이틀 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그가 이러한 시대정신을 바로 읽을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었으면 좋겠는데, 그의 첫마디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몰아내겠으며, 보수세력을 결집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당선소감이 진영논리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어서 염려스럽다. 현재처럼 남북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거시경제지표의 개선과 부동산투기억제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제조업 경기 지표가 향상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부정적인 폭정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서 싸울 것이며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겠다는 분열의 정치수사를 늘어놓는 것이어서 사뭇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득표율은 상당한 모순점을 시사한다. 전체득표율은 50%로 31%를 득표한 오세훈 후보에게 압승하였지만, 일반국민여론조사에서는 37.7%밖에 득표하지 못해 50.2%를 얻은 오세훈 후보에게 한참 밀렸기 때문이다. 즉 당심은 얻었지만, 일반 국민의 민심을 얻지 못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자유한국당 책임당원은 약 4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적은 당원들로부터는 55.3%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많은 일반국민들로부터는 37.7%의 득표율밖에 얻지 못하여,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한 총선이나 대선에서의 득표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내었다. 오히려 전체 2위를 차지한 오세훈 후보는 적은 수의 당원들로부터는 22.9%밖에 득표하지 못하였지만 약 4,2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 국민들로부터는 50.2%를 득표하여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설 것으로, 즉 확장성에서는 황교안 당대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러니하게 승자가 될 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될 자가 승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처럼 일반 국민의 지지와 달리 당내 세력에만 의존하는 황교안 당대표를 선출하는 축소지향적 투표를 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과연 제1당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은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합의에 실패하였지만, 실패 아닌 연기된 것일 뿐이라며 후일을 기약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우를 범하였다. 황교안 신임 당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내부를 빠른 시일 내에 결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당내 득표율이 55.3%에 달해 당 내부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비박계 및 중도계에서 눈앞에 다가온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황교안 신임 당대표에게 대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될 것이다. 앞서도 얘기하였지만, 사법고시 후배 기수인 오세훈, 김진태, 나경원 의원 등 당대표 후보경선에 나섰던 이나 원내대표 등은 당내 권력을 장악한 황교안 당대표에게 저항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삼일독립운동이 전개된 지 100주년이다. 정부에서는 유관순 열사에 대해 최고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였다. 독립운동의 상징으로서 전 국민에게 독립정신을 일깨워 국민통합과 애국심 함양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치하하고, 비폭력, 폭력, 평화, 민주 인권의 가치를 드높여 대한민국 기초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였음을 높이 평가하여 그에게 1등급 건국훈장을 추가 서훈한 것이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국제경제제재가 해제되어도 일본은 이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고,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역행하는 반문화적, 반지성적, 반세계사적 행동으로 나아가겠다고 몽니를 부린 것이다. 역시 섬나라 쪽발이 근성을 그대로 드러낸 졸장부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이 평화체제로 나아가 삼일독립만세운동을 통해 조선독립만세를 외치고, 인권과 민주, 세계평화와 인류애로 나아가려는 우리 민족의 높은 뜻을 따라오지 못하는 제국시대적 감정상태에서 여전히 대한민국에 대한 질시와 시기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독립선언서가 천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5천년 역사의 권위를 지키며, 민족의 자유발전과 인류 양심의 발로에 근거하여 세계 개조의 큰 기회와 시운에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맞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고, 손상된 민족의 존엄과 영예를 지키며, 새로운 기운과 독창력으로 세계 문화에 이바지할 길을 찾으면 된다. 가여운 아들, 딸들에게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리하여 자자손손 영구하고 완전한 행복을 보장해 주려면 민족의 독립을 확고히 하고,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칼날을 품어 굳게 결심하고, 시대정신인 양심을 지키면 꺾지 못할 강자가 어디 있으며 일을 꾀함에 능치 못할 일이 무어 있겠는가? 병자수호조약 이후 우리와 맺은 약조를 배신한 일본을 벌하려 하지 말고, 정복자의 쾌감을 탐하며 우리를 무시하는 일본의 의리 없음을 꾸짖을 필요도 없이,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우리를 스스로 강하게 할 것이며, 낡은 사상과 묵은 세력에 얽매여 있는 일본 정치가들의 잘못된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 잡아 큰 근본이 되는 길로 되돌아오게 하면 될 일이다.

지금 읽어보아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독립선언문이다. 의기에 의연하고, 탄압에 무릎 꿇지 않으며, 벌할 자를 용서하여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자주, 자강의 정신으로 스스로를 뛰어나게 갈고 닦으면 된다는 이 독립선언문의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배우고 익혀 실천덕목으로 삼아야 할 근본가치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독립선언서를 읽으며, 아니 소리 내어 암송하며, 삼일독립운동 100주년을 스스로 축하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한반도에 비핵화와 평화의 기운이 도래하여 통일 조국의 미래를 꿈꾸며, 우리를 강점하며 괴롭혔던 일본을 향해, 우리는 너희보다 위대하다고 스스로를 다짐해 본다. 북미정상결과가 호전되기를 기대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전혀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저 비겁하고 야비한 아베의 선언이야말로 일본 스스로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비굴함을 드러낼 뿐이니, 계속해서 드러내라,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강의 길로 걸어갈 것이다. 내일 보자,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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