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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73 / 감정평가업계와 협상력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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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1  11: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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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스카이캐슬이 종영을 하루 앞두고 있다. 중간부터 합류해서 아내, 두 딸과 시청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종영이 임박해서인지 작가부터 조연배우까지 인터뷰한 기사를 지면과 웹상에 쏟아내고 있다. 인기 얻은 방송 프로그램이 이 한철을 그냥 보내서 되겠는가. 중간 광고도 부쩍 많아지고 길어진 게 보인다. 화제를 뿌렸던 그 많은 드라마와 영화, 주연 남녀배우는 기억 속 저편에 있다. 이 드라마도 곧 그 길을 따르겠지.

고등학교 교사인 아내는 현 입시의 ‘복잡함’을 그렇게 비판한다. 부모의 손이 많이 가고, 경제력이 있는 부모의 지원이 궁극적으로 자녀 성적을 좌우한다나. 현 입시 제도에 철저히 무식한 사람으로 공격받는 내가 봐도, 뭐가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 일단, 큰 딸의 봉사시간을 채우려, 둘째와 아내가 주말마다 먼저 봉사현장에 가서 줄을 서야 할 상황이 짜증난다. 드라마도 그렇다. 부모가 철저히 입시 코디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이 권력구조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아쉬운 게 있으니까 성깔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사람들이 코디 앞에 그렇게 물러지게 된다. ‘네 아들과 딸 서울의대 보내고 싶으면 알아서 기든지’, 코디의 자신만만한 얼굴에서 대사가 없어도 읽히는 명령문이다. 협상력의 차이다.

신도시에 분양받은 상가도 좀 시끄럽다. 수분양자 단체 채팅방에서 ‘격양된 소리’는 하루에만 100여개다. 분양당시와 설계가 다르다, 임대지원프로그램을 약속했다가 말 뿐인 ‘안심임대지원’이었다 등등. 수분양자 개인이 건설사와 힘겨루기하려면 뭉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여기서도 협상력의 차이를 발견한다.

감정평가업계에 10년 있다 보니 여기도 협상력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외부와 내부 모두에서다. 감정평가업계를 지탄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이게 돈 문제여서다. 우리에게서 나간 보고서에 기재된 금액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들의 ‘유산’, ‘보상’ 금액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매 주 인터넷 검색창에 ‘감정평가’를 넣어 기사들을 훑어보는데 우호적인 기사가 드물어도 너무 드물다. 기껏해야 어디 장학금을 기탁했다는 얘기, 사랑의 나눔을 실천했다는 소식인데, 누가 봐도 딱 그 회사 홍보기사다. 숨어서 좋은 일 할 거면, 애당초 기사에 내보낼 이유가 없으니.

법인과 법인이, 감정평가사와 감정평가사가 척을 질 때가 자주 있다. 감정평가법인 선정 공고마다, 배점표는 왜 그렇게 특정법인을 위한 점수판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외관은 경쟁 입찰이지만 아는 사람 눈에는 경쟁 입찰의 탈을 쓴 수의계약인 게 너무나 분명하다.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배점표이면서 또 특정한 누군가를 만족시켜주는 배점표가 되었다면 얼마나 다듬은 평점기준이겠는가. 그 회사의 협상력이다.

보상현장에서는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의 기 싸움이 있지만, 사무실에서는 사업자 추천과 토지소유자 추천을 받은 감정평가사가 협상을 해야 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도, 언젠가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다.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그런데 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면 힘이 생긴다. 사업자의 PF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코앞에 지체배상이 굴러오는 데, 나랑 아무 상관없다는 배짱을 부릴 사람이면. 곧 있으면, 소속 감정평가사와 직원들이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을 텐데,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를 대리하는 총무이사도 협상력을 발휘하려 할 것이다.

감정평가사협회장의 재신임을 묻게 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회원사는 국토부의 훈령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이 흔들릴까 노심초사다. 업계를 지탱해 주는 ‘보수기준’이 흔들릴라치면 우리 모두는 한 자리에 모일 것이다. 너와 내가 없고, 당신 법인 우리 법인 편 가르는 게 무의미하다. 다 양보해도 그걸 건드리는 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기에. 협회장과 협회 임원이 협상력을 발휘해 주길 바랄 뿐이다.

남편은 용돈 인상을 위해, 아내는 쇼핑한도 증액을 위해 상대방에게 요구를, 양해를, 주장을 펼치고 있다. 수용과 용인을 위해 각자가 협상력을 발휘하듯, 감정평가업계도 협회장과 각 법인, 감정평가사 모두에게 협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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