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올해도 내년에도 ‘信汗不亂(신한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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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올해도 내년에도 ‘信汗不亂(신한불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12.28 14: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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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자고로 땀 흘리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한다. 그런데 2018년 한 해는 땀 흘리지 않고 먹기만 한 불한당 얘기들이 우리 사회를 가득 메웠던 것 같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피해 권력, 인맥, 지연, 혈연 등을 이용해 남의 취업자리를 뺏은 치졸한 채용비리.

기자는 수많은 격언들 중 ‘信汗不亂(신한불란)’을 꽤나 좋아한다.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자주 드는 용어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과 같은 뜻일 게다.

숱한 청춘들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듯’한 취업을 두고 오직 땀과 노력, 그리고 그 대가로써의 실력만을 의지한 채,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데, 누군 뒷구멍으로 쏜살처럼 그 자리를 꿰찬다는 것이다. 그 어느 해보다 참으로 울분을 참을 수 없는 한 해였다.

강원랜드 등 이루 나열하기조차도 힘든 공공기관들의 경악스러운 채용비리 행태는 신한불란에 의지하는 이 땅의 취업준비생들을 분노를 넘어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유사한 작태의 채용비리가 얼마나 더 많을지...

비단 공공기관만의 일이 아니다. 사기업은 차치하더라도 소위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도 입시부정, 성적비리, 심지어 제자의 논문성과를 가로채는 행위까지... 이 모든 것도 신한불란을 거역하는 악의 한 축을 이룬다. 그럼에도 신한불란을 내팽개친 높은 분들이나 가진 자들은 자숙은커녕 그것을 지켜내려고 ‘누가 이기나 보자, 감히 너 같은 것들이...’라며 끝내 법정으로까지 끌고 간다.

가난하고 힘든 자들을 위한 십시일반 공공모금, 심지어 기부헌혈까지 그들의 속주머니 채우기에 바쁜데, 그까짓 채용비리 쯤이야 대수냐는 것일까.

하지만 어쩔까 싶다. 힘없고 배경도 없는, 그저 신한불란만을 믿고 미래를 투자하는 소시민의 아들딸들이 무슨 수로 저 단단한 채용비리의 옹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며, 또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최후의 보루인 법원마저 짜고 치기는 마찬가지라는 불신이 만연할 진데,,,

애통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은 다하되, 그래도 운이 좋으면 합격하겠지 라는 막연한 신뢰와 기대감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의 현실. 그 운마저 또 어느 놈이 훔쳐갈지, 주눅 든 어깨는 더욱 늘어지기만 한다. 동시대를 살지만, 누구는 땀을 흘려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반면 누구는 뒷구멍으로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는 2018년 대한민국.

그나마 이제 몇 남지 않은 공개경쟁시험. 그 중 공정성과 객관성이 가장 담보된다는 공무원시험, 그리고 자격시험들. 무너진 정의에 상처 입은 청춘들은 이를 사다리 삼아 원하는 꿈을 이루려고 발버둥이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공무원 선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판사 선서,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검사 선서.

2018년 세모에 꿈을 이룬 이들은 신한불란에 감사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2019년에도 신한불란에 의지하면서 또 한 해의 도전을 시작하려 할 것이다. 모두가 꿈을 이뤄 공무원으로서, 법조인으로서, 각종 전문자격사로서, 동시대 청춘들을 위한 신한불란을 부르짖으며 사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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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12-28 20:33:43
이런 좋은 글 읽기 불편한 인간들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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