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항고 제기기간 3일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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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항고 제기기간 3일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12.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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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나치게 짧은 기간으로 재판청구권 침해”
두 차례 합헌 결정 뒤집혀…내년 말까지 잠정적용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3일로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제40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심판대상조항은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즉시항고 제기를 어렵게 하고, 즉시항고 제도를 단지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권리로서만 기능하게 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청구인 A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재판장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으나 2014년 9월 19일 기각됐고 같은 달 26일 그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A는 30일 기피신청 기각결정에 대해 즉시항고 했지만 형사소송법 제405조가 규정하고 있는 3일의 즉시항고 기간 도과를 이유로 즉시항고가 기각됐다. 이에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고 재항고심 계속 중 형소법 제405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청구인 B는 자신이 고소한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자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B의 재정신청은 2015년 7월 10일 기각됐고 17일 그 결정문이 송달됐다. B는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하려 했으나 결정문을 송달받은 직후가 주말이어서 관련 공공기관 등이 휴무였고 월요일에는 개인사정으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없게 돼 즉시항고 제기기간 3일을 지킬 수 없게 됐다. B는 형사소송법 제405조가 자신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먼저 즉시항고 제도의 취지에 대해 “당사자의 중대한 이익에 관련된 사항이나 소송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속한 결론이 필요한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해 간이하고 신속한 판단을 하기 위한 절차라는 점에서 그 제기기간을 단기로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형사재판에는 정식재판청구 기각결정, 상소권회복청구 허부결정, 집행유예 취소결정, 선고유예한 형을 선고하는 결정, 항소기각결정 등과 같이 당사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이 있으므로 항고권자의 재판청구권 보장 측면에서 항고를 위한 숙려 및 준비를 위한 실효적인 불복기간의 보장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1054년 제정된 이래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3일로 제한하고 있는데 형사재판 중 결정절차에서는 그 결정 일자가 미리 당사자에게 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항고 절차를 준비하는데 있어 상당한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형사사건의 내용이 더욱 복잡해져 즉시항고 여부를 결정하는 데 과거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확대·정착돼 주말동안 공공기관이나 변호사로부터 법률적 도움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우편접수를 하는 경우에도 서류 제출에 관한 도달주의 원칙과 발송, 도달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 특급우편도 일반적으로 발송 다음날 우편이 도달하는 점 등을 언급하며 “심판대상조항은 변화된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당사자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지체할 경우 즉시항고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시했다.

짧은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헌법불합치 판단에 고려됐다. 헌재는 “형사재판절차의 당사자가 구속돼 있지 않더라도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하기 어려운 상황은 발생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344조의 재소자 특칙 규정은 개별적으로 준용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을 받을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상의 법정기간 연장조항이나 상소권회복청구에 관한 조항들만으로는 3일이라는 지나치게 짧은 즉시항고 제기기간의 도과를 보완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봤다.

아울러 “3일이라는 즉시항고 제기기간은 민사소송, 민사집행, 행정소송, 형사보상절차 등의 즉시항고기간 1주일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즉시항고기간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짧다”며 “형사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신속하게 법률관계를 확정할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형사재판에 대한 당사자의 불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형사재판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사소송 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둔 것이 형사절차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즉시항고 자체가 형사소송법상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므로 기간 연장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단순위헌 결정을 내리는 경우 즉시항고 기간의 제한이 없어지게 돼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즉시항고 제기의 적정한 기간에 관해서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이유로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잠정적용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반해 이은애,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선례 변경의 사정들은 선례 결정 이후에 발생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을 변경할만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헌재는 앞서 동일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헌재 2011. 5. 26. 2010헌마499; 헌재 2012. 10. 25. 2011헌마789)을 내린 바 있다. 이들 선례는 이번 결정 취지와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됐다.

헌재는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그 입법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나 이 사건의 경우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3일로 제한한 것이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공허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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