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박연철 엄상익의 담소-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죽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적폐에 대하여
상태바
[LAW & JUSTICE] 박연철 엄상익의 담소-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죽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적폐에 대하여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12.25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Q. 세월호 사건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사령관이었던 이재수 씨의 투신 사망을 두고 사회는 또 한 번 술렁였습니다. 자살의 원인이 비인격적인 검찰 수사 방식 때문이라는 의견과, 소위 ‘적폐 수사’, 즉 세월호 수사의 끝맺음을 위해서라는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두 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연철
이재수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막내 동생인 박지만 씨와 육사 동기이면서 친분이 깊은 사람이라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4·16 세월호 사건 당시 유족을 사찰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그에 대하여는 “많은 군인들이 투입됐기 때문에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군사 보안을 담당하는 군 수사정보기관으로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족은 군과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권한 밖 행위를 한 것이고, 워낙 정치적 파급력이 컸기에 이재수 씨가 느낀 부담도 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듣기로는 지난 번 촛불 집회 때 계엄령, 위수령 등 비상조치가 검토되었다고 하니까 검찰은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이재수 씨에게 이 점을 같이 추궁한 것 같습니다. 그 비상조치 논의가 어디까지 이루어 졌는지, 그 범주를 조사하는 데 대하여 이재수 씨가 느낀 심적 부담감이 상당했을 걸로 생각됩니다. 본인의 가담 정도를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진술이 일으킬 파장 등을 견디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그 모든 것이 본인의 죽음에서 끝맺음되기를 희망한 것 같습니다.

이재수 씨의 심정적인 측면을 떠나서, 검찰의 강압적이고 비인격적인 수사 행태도 자살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었던 분들은 다 이 검찰 수사를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자존심이 바닥에 내팽개쳐진다고들 표현하는데, 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이 많습니다. 검찰의 이런 수사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바뀌어야 할 ‘적폐’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재수 씨의 죽음이 우리 사회 전반에 불안함, 흉흉한 기운 등을 크게 던져줬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보입니다.

엄상익
박 변호사님 말씀대로 우리 검찰의 수사 방식은 아주 큰 ‘적폐’입니다. 나는 이번 이재수 씨 사건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점이 핵심으로 부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론이 더욱 검찰 수사의 적폐 문제를 짚어줘야 합니다.

저도 군 검찰에 있으면서 수사를 한 사람이다 보니 잘 압니다. 우리나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수사 실무라고 할까, 내부적인 수사 지침이 있습니다. 하나의 수사 전략이라고 할까요. 이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내려온 것입니다. 일제가 우리 독립 열사들을 수사해서 자백을 받아내고 고문하는 행태, 인간성을 말살시켜 복종시키던 방법들이 그대로 내려져 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모욕주기는 지금까지 행해지는 아주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인데, 대상에 따라 그 지침을 세분화해 놓기까지 합니다.

고위층, 지식인층들이 징역형 등 다른 형벌보다 더 괴로워하는 것이 이 모욕입니다. 교수나 장군처럼 명예욕 강한 사람들은 들어오자마자 변기 청소를 비롯해 스스로 수치심을 느낄 만한 일들을 시킵니다. 자산가의 경우 며칠을 굶기다가 나중에 싸구려 빵 하나를 던져주면 허겁지겁 와서 그 빵을 집어 들고 먹는데, 그때면 이미 최소한의 자존심과 인간성은 말살됐다고 파악합니다. 코를 꿰서 이리 끌든 저리 끌든, 사람이 질질 끌려옵니다.

내가 연수원 시보 시절에 검찰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후배들을 이런 말로 가르칩니다. “검사는 30년 위까지 맞먹을 수 있어야 한다”, “검찰청 오갈 때 누가 인사해도 고개 빳빳이 들고 절대 고개 숙이지 말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건방져 지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렇게 부풀려진 자의식을 갖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 ‘적폐’가 안 되는 게 더 어려울지 모릅니다.
저도 이번 이재수 씨 사망 사건은 검찰의 적폐 수사 과정에서 느낀 모욕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연철
사실 새 정권은 이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걸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데, 그 적폐 청산의 기수 역할을, 마찬가지 적폐 세력인 검찰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월호 수사에 대해서는 사건이 발발한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핵심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비율로 이야기한다면 90% 정도는 조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남은 10%가 핵심이라는 겁니다. 온 국가가 대통령 한 사람과 그 측근을 비호하기 위해 왜곡되게 작동하고 또 온갖 비정상적인 수단이 동원되지 않았습니까. 그 모든 것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다시는 국가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수사는 계속 진행이 되는 거라고 봅니다.

국가적으로 큰 재난이 일어났을 때, 그 재난에 이르게 된 과정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면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존재했다는 걸 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여러 번 있었던 기회 중 어느 한 번만이라도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문제를 제기해서 올바르게 행동했다면 그 많은 어린 희생자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온 국민을 울린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이러한 열망, 진상을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말자는 열망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무대응’이었습니다. 무대응이면서 한편으로는 덮고 감추기에 바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대응 방식 문제를 비롯해서 세월호 소유 문제를 둘러싼 당시 국정원과 종교 단체의 유착설 등,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전부 ‘낭설, 허구’ 등으로 치부하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민과 눈높이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같은 위기가 지금의 사법부에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련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처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응 방식이 이전 정권 수뇌부와 매우 흡사한데, 일단 감추고 덮기 바쁩니다. 여러 문제제기들을 ‘근거 없는 낭설’로 치부하며 해명을 하지 않습니다. 수장이기 때문에 맨 뒤에서 끝까지 침묵한다는 태도가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습니다. 직접 나서서 문제들에 대해 해명하고 오해를 풀어주는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지금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인해 아랫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치고 있습니까.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도록 잘 봉합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는데, 일을 너무 크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엄상익
이전 정권,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과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 그것만이 해답이었을까를 생각하면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좌우로 양분되어서 서로를 적대시 하는 현상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아무리 한 쪽이 진실을 말하고 해명을 해도 듣는 사람이 들을 마음이 없다면 진실이란 것도 소용이 없습니다. 해명도 왜곡하여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모든 말과 행동 이면에 어떤 음모가 있는 것으로 의심을 하고 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에서는 해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7시간이라든가, 종교 단체의 유착 의혹 등 어떠한 문제제기라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상대방이 듣든 안 듣든 기록 차원에서라도 해명 과정을 거쳤으면, 역사는 또 다르게 평가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잠시 가려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 말이 없고 대응이 없으니까 소문이 진실처럼 되고 오해만 쌓이는 겁니다.

저는 이번에 이전 정권의 국정원장 중 한 사람의 변호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기록을 본 게 있습니다. 검찰 조사 때 스스로 밝힌 내용인데 ‘대통령의 7시간’이 국민적 관심사로 크게 떠오르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것에 비하면 그 대답 내용이 너무 김빠지고 심플해서 뭐라 할 맥락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검찰도 발표를 안 했고, 아직까지 남자가 왔다갔네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네 하는 억측들이 진실처럼 여겨지고 있지요.

저는 이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삐딱한 시선은 사회 전체를 음모론과 술수, 부정이 가득한 암울한 공간으로 만듭니다. 자기 영혼이 맑고 정신이 맑으면 사물과 사람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사회는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지요. 의심하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절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역풍을 맞을 때가 오는 것 같아 우려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람을 믿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시시콜콜 해명을 하지 않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가 몇 번을 찾아와도 접견하지 않고, 친박 의원들의 수많은 편지에도 답장을 안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로 인해 자신이 의도치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역풍의 구심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박연철
엄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신 ‘역풍’의 우려를 저도 이따금씩 느낍니다. 역사의 폭군들이 처음부터 폭군인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처음은 성군의 모습으로 시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이상하게 풀린 경우들이 많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인품이 훌륭하다는 점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위험신호가 조금씩 울리는 것을 봅니다. 얼마 전 기내 기자회견 때 ‘국내 질문은 안 받겠다’고 선을 그은 경우가 그것입니다. 상당히 위험한 모습이지요. 요즘 논란이 되는 민정수석실 비위 문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8개월이 되었습니다. 적폐 청산이라는 것은 중요하고 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한편으론 과거에 매여 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이나 이전이나 다를 게 없다”는 목소리까지 들려오는 이 시기에는 완급을 조절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수사도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지금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중대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발전적인 구상과 노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적폐 수사’가 망나니 칼춤처럼 계속 국민 눈과 귀에 자주 어른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하나 여론에 흘리지 않고도 내실 있게 지속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할 때 더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속도감을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엄상익
저는 적폐를 이야기할 때 국회를 빼놓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하는 척 하지만, 이들이 보이는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적폐의 전형이 되어 있습니다. 특권 의식에 젖은 모습, 특혜를 당연히 여기는 모습, 이런 것들이 다 심각한 적폐입니다.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료 시스템 속에서 상관 눈치 보기가 바쁘기 때문에 이들이 ‘사람이 우선’인 행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사람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제 단짝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취임한지 보름이나 됐을까, 업무 파악도 다 되기 이전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습니다. 장관이 돼서 큰 사건이 터졌으니 장관으로서 걱정도 되고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가 바로 팽목항으로 달려갔지요. 저하고도 연락을 계속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들어 보니, 법적으로는 재난 책임자가 안행부 장관이지만 현실적으론 청와대 비서실의 진두지휘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나서는 데 허락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국 “너는 나서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장관이지만 전권이 없어 어정쩡하게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국가 시스템이 다 적폐입니다. 눈앞에서 배가 침몰하는데 재난 담당자인 장관이 멀뚱하게 지켜봐야 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침통했겠습니까.

다른 부처라고 다를 게 없을 겁니다. 공무원들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문제에 집중할 수가 없고, 상부의 눈치를 보는 데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점은 ‘적폐’는 자신이 ‘적폐’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겸손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리 김주미 기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