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1)-재판소비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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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91)-재판소비자운동
  • 강신업
  • 승인 2018.12.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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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오늘날 우리 생활은 좋든 싫든, 원하든 그렇지 않든 재판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재판을 단순히 내 일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거나 수동적 관점에서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능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그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소위 재판권이라고 하는 청구권적 기본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재판은 여전히 많은 경우 국민의 권리가 아닌 국민의 의무인 것처럼 여겨진다. 국민이 재판을 능동적으로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이 소위 ‘재판소비자운동’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 역시 이 지점에 자리한다.

재판소비자운동이 마땅히 구현해야 할 목표를 ‘재판다운 재판’이라 명명할 때, 이 때 완성적 의미의 재판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공정한 재판’이라는 이념이다. 이때 공정한 재판이 함의하는 바는 매우 넓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도 여럿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법적 형질로서의 ‘증거재판주의’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법원이 사실을 확정하는 데 있어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에 그치지만 실질적 의미에서는 사실 인정에 있어 법원의 전단(專斷)을 막아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이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재판부의 나태와 부패, 그리고 이념적 편향성 때문이다.

현대 법치주의의 태동 이전에도 공정한 재판은 재판의 화두였다. 가령 성경은 모든 재판이 하나님에게 속했음을 말하면서 공의로운 재판을 강조한다. 따라서 뇌물로 판결을 왜곡하는 행위, 외적 조건으로 판단하는 행위, 다수를 따라 부정을 저지르는 행위 등 불의한 재판을 엄중히 경고한다. 재판을 담당한 자는 재판을 진행에 있어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재판정을 설치한 후 공개 재판을 원칙으로 고소자의 발언과 증인의 증언을 꼼꼼하게 듣고 사실을 판단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는 두 세 사람의 증인을 두어야 한다. 이 원칙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재판정에서도 물론 당연히 적용된다. 판사들은 증인의 증언 등 제시된 증거를 면밀히 판단해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한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공개재판이 필요하다. 이는 너무 중요한 원칙이어서 특별히 강조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원칙이다. 과거에도 재판은 주로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성문에서 이뤄졌고, 출애굽 당시에는 회막문 앞에서, 왕정 시대에는 궁궐에서, 로마 지배 하에서는 총독의 관저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재판, 특히 성범죄 등 재판에서 피해자의 개인보호를 이유로 비공개재판이 자주 행해진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이나 2차 피해 방지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재판 공개의 원칙이 후퇴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공개재판은 공정한 재판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신속한 재판이다. 신속한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지체된 정의’는 이미 ‘완성된 정의’로부터 멀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사법은 신선할수록 향기가 높다”는 말로 신속한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헌법 제27조 3항 역시 이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 현실에서 이 원칙은 너무도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법원이 신속한 재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러나 신속한 재판 없는 공정한 재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판 지연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재판제도 개선이나 대법관 증원 등 재판의 신속성을 확보할 방법을 빨리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판다운 재판은 곧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재판’이다. 재판다운 재판은 또한 증거에 의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하는 재판이다. 물론 이는 우리 사법이 이미 상정하고 있는 재판의 이념이자 목표다. 그러나 아직도 책속에 머물러 있는 목표다. 재판소비자운동은 바로 이렇게 책속에 머물러 있는 재판의 이념을 현실에 구현해 내기 위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다. 재판소비자운동의 활발한 전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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