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최춘희 시인의 “부록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최춘희 시인의 “부록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 오시영
  • 승인 2018.11.16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최춘희 시인이 시집을 보내왔다.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라는 시집 속 “부록처럼”을 읽는다. “어쩌다 그 자리에/ 날아와 앉은 걸까/ 앞마당에 불시착한/ 멧새 한 마리/ 고양이가 앞발로 툭, 건드리며/ 노려보고 있다/ 죽은 듯 몸 웅크린 채/ 깃털 속에 부리를 묻고/ 심장 팔딱이며/ 이 낭패를 어찌하나/ 골똘히 궁리하는 숨죽인 시간/ 겁먹은 까만 눈이 애처롭다// 고양이에게 저 작은 새는/ 때로 삶이 지루할 때/ 들어가 읽고 싶은/ 한낮의 무료 일깨운/ 신기한 책이 아닐까?”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에 수록, 천년의 시작 간, 2018). 멧새와 고양이의 만남이 긴장이다. 방관자는 그냥 침묵 속에서 지켜보면 그만이지만, 멧새에게는 생명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고양이의 발톱 앞에 죽은 듯 몸 웅크리고 있는 멧새의 모습에서 거대한 조직사회 속의 톱니바퀴 같은 우리네 모습을 읽는다. 중요한 책을 사면 부록이 딸려 나올 때가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부록이 욕심나 사지 않아도 될 책을 살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록은 대부분 무료할 때 잠시 꺼내 시간 죽이는 데 이용된다. 배고프지 않은 고양이에게 멧새는 먹잇감은 아니다. 그런데도 무료한 고양이는 우리가 부록을 펼쳐 들 듯 멧새를 툭 툭 건드리며 생의 존재를 맛본다. 한쪽은 생명이 걸렸는데, 다른 한쪽은 무료함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세상사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분식회계를 하였다고 발표하였고, 한국(증권)거래소는 이 결정에 따라 삼바의 주식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에 돌입하였다. 삼성이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삼바에 투자한 8만 명 가까이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대한민국 대기업 삼성을 생각할 때마다 “왜 자랑스러운 삼성은 스스로 수치스러운 일을 자행하며 저렇게 추악함에 젖어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담능력이 없다면 살아남기 위해 약간의 꼼수를 부리더라도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능력에도 작은 이익을 챙기겠다며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음험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데 이골이 나 있는 것은 당당함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합법적·탈법적 방법이 있고, 정당한 방법과 부당한 방법이 있다. 또 방법별로 이익이 큰 것과 적은 것이 있다. 우리들은 그중에서 합법적이고 가장 이익이 큰 방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배워왔고, 실천하여 왔다. 그런데 삼성의 일 처리 방법을 보면 이상하게도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할 때가 많고, 나중에 그 불법적 방법들이 들통나 욕을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삼성맨들의 몸속에는 불법이더라도 최대의 이익을 낼 수만 있다면 그 방법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못된 인식이 체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조차 하다. 이는 나중에 불법적 방법이 들통나더라도 또 다른 불법을 동원하여 무마하거나 해결할 힘이 있다는 못된 자부심(?)이 체질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제 삼성은 세상이 달라져서 자신들의 불법이 더는 용인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삼바에 대한 상장 폐지 심사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첫날, 벌써 삼성에 우호적인 언론들은 “상장 폐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퍼트리고 있다. 상장이 폐지될 경우 수만 명에 이르는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국이 상장 폐지를 차마 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꼴이다. 스스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서도 “나를 어떻게 할 건데? 나는 공룡이야!”라며 자신을 죽이는 것이 사회공동체에 해악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꼴이다. 마치 사립유치원들이 정부지원금을 정당하게 회계처리하지 않은 비위 사실이 적발되자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유치원을 폐원할 수도 있다고 겁박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삼바 사태는 참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일반 국민은 도대체 무슨 일로 삼바의 분식회계를 놓고 이렇게 거래정지사태가 벌어지고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회계전문가와 주식투자 관련 경제전문가들만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삼성미래전략실의 내부문건 및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사태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삼바의 분식회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완성”을 위한 첫 단추 꿰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불과 0.65%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부회장(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회장이라고 하지만 거의 식물인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은 이재용 부회장이 모든 결정권을 가진 회장인 셈이다)으로서 세계 최대 전자회사인 삼성전자를 오너로서 지배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통해 삼성전자의 의사결정권을 이재용 부회장이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사실상 이재용의 회사가 아니라 국민(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회사이다. 삼성생명보험회사는 보험회사의 속성상 보험가입자들이 낸 보험료 적립금이 회사 재산의 중심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보험가입자들이 실질적인 주주로 대접받아야 한다.

보험가입자들이 행사해야 할 권리를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행사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고, 보험가입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삼성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7.92%에 이른다. 그리고 삼성물산도 삼성전자의 주식을 4%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확보한 약 19.4%의 주식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업을 하는 기업은 계열사 증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되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수를 내다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발행주식 시가총액이 약 18조 3천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이의 3%에 해당하는 5,500억 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한다. 5,500억 원이면 삼성전자 발행주식의 0.2%에 불과하여 삼성생명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7.7% 정도를 팔아야 하고, 결국 7.92%의 지배력이 0.2%의 지배력으로 축소되게 됨으로써 삼성전자를 지배하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삼성생명이 내다 팔 삼성전자 주식 7.7%를 자신이 사야 하는데, 그 돈이 무려 21조 8천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약 3조 원 정도로 알려져 18조 원이나 되는 추가 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할 뿐 아니라 저 3조 원도 주식 매입에 묶이게 되면 가용자금이 없게 되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저 잘못 꿴 첫 단추인 “삼바의 분식회계”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정책 당국은 유예기간을 두어 삼성이 스스로 경영권 보호 방법을 마련하도록 연기해주고 있는데, 삼성은 그 유예기간 내에 조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위 잘못된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은 삼바를 지배하고 있고, 삼바(신약 연구 등을 하고 있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주로 약을 제조하고 있다)를 지배하고 있다. 삼바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90% 넘게 소유하고 있어 종속회사 관계에 있다. 종속회사란 발행주식의 50% 이상을 다른 기업이 보유(모기업)할 경우 그 발행기업(자회사)을 말한다. 그런데 국제회계규칙상 모회사와 종속회사는 연계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모회사는 자회사의 영업실적을 합하여 기업실태를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바가 미국기업인 바이오젠과 합작하여 설립한 회사로, 설립 직후에는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90%가 넘는 지분)으로 경영하지만 일정 조건을 갖춘 회사로 성장하게 되면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시가로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행사권을 바이오젠에 주었다. 이처럼 미국기업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삼바 대 바이오젠의 주식보유비율이 49.9%대 50.1%로 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콜옵션 조건은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소액투자자들이 이를 알고 투자하도록 공시할 “공시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그런데 삼바는 이런 콜옵션 조건을 공시하지 않은 채 은닉하였다.

그런데 2015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적자가 누적되어 약 1조 9천억 원의 자본잠식이 있었는데, 종속회사라는 이유로 삼바와 연계재무제표를 작성하다 보니 삼바 역시 적자상태로 내몰리게 되었고, 삼바의 모회사인 제일모직 또한 자산규모가 급격하게 나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생각해 낸 것이 제일모직(이재용 부회장이 약 23%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과 삼성물산(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하여)의 합병이었다. 그런데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에피스 때문에 자산상태가 나빠지게 되자 삼성물산과의 합병 조건이 나빠지게 되었다. 제일모직의 합병조건을 유리하게 조성해야만 제일모직의 23%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합병 후 법인의 주식취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자산 악화를 가져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그 방법이 미국의 바이오젠이 행사할 콜옵션을 공시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가까운 미래에 행사하게 된다는 미래가치를 평가에 참작해야 한다면서 콜옵션 후 바이오젠이 50.1%의 주식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삼바의 주식보유비율이 49.9%로 낮아져 50%에 미달하기 때문에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관계회사는 20%에서 50% 이하의 주식 보유 회사)로 그 지위가 바뀌었으므로 연계재무제표 작성의무가 면제되었다며 연계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배제함으로써 제일모직의 자산 악화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이르렀다.

덩달아 관계회사가 될 경우 “취득가격”이 아닌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기업회계원칙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재평가함에 따라 재평가차익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그 금액이 무려 5조 원 가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제일모직의 평가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수직 상승하게 되었고, 삼성물산과의 합병 조건을 1대 0.3 정도로 높여 제일모직 한 주가 삼성물산 세 주에 해당하는 부당한 합병비율을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재용의 제일모직 23% 보유 주식은 69%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됨으로써 합병 후 법인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었고, 예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이재용 부회장이 행사하게 됨으로써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 외국인 주주(33% 정도) 중 투자회사인 엘리엇이 부당한 합병비율이라고 반기를 들었지만 박근혜 국정농단사태의 한 축이었던 1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기금의 찬성을 얻어내 합병에 성공하였다. 결국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분식이 첫 단추가 되어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었고,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확보된 셈이다. 하지만 이제 분식회계임이 밝혀져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폐지 여부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게 되었는바, 정부 당국도 주식시장의 안정화 및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용서하고 상장을 유지할 것인지, 미국의 엔론 사태처럼 시장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정한 주식시장 육성이 더 큰 가치라며 상장폐지라는 본때를 보여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최춘희 시인의 멧새와 고양이처럼, 부록처럼 우리는 이를 지켜볼 일이다. 부록의 마지막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적힐지 아무도 모른다. 멧새가 하늘로 날아갈지, 고양이에게 붙잡힐지, 삼성이 멧새인지 고양이인지, 필자는 모르겠다. 그냥 삼성이 좀 삼성답게 수치스럽지 않게, 자랑스럽게 새롭게 태어났으면 싶을 뿐이다. 많이 창피하지 않는가?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