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11명 줄어든 433명 합격…응시자는 역대 최다
20대 이하 비중 10.25%p↓…최연소 19세·최고령 64세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는 일본 예비시험 합격자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올 예비시험 최종합격자는 지난해보다 11명이 줄어든 433명이다. 지난 2011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6년 연속 이어온 증가세가 처음으로 꺾인 결과다.
예비시험은 경제적 약자와 직장인, 가정주부 등 로스쿨에 진학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법조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첫 시행인 2011년 6,477명이 지원한 후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지난해보다 568명이 증가한 13,746명이 지원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원자가 늘어난 만큼 응시생도 증가했다. 이번 시험에는 전년대비 393명이 늘어난 11,136명이 응시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합격률은 3.89%였다. 예비시험이 도입된 이래 합격률은 거의 3%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올해 합격자가 감소한 이유에 대해 법무성은 “예년 수준의 합격률로 돌아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합격자들의 평균 연령은 27.43세로 지난해(26.9세)보다 다소 높아졌다. 최연소 합격자는 19세, 최고령은 64세였다. 연령대별 합격자 현황을 살펴보면 19세 이하 1명, 20~24세 260명, 25~29세 67명 등 20대 이하 합격자가 75.75%의 높은 비중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86%가 20대 이하 합격자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시험에서는 고령자들이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50대 8명, 60대 2명이 합격하는 등 연령층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64명, 31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출원자 중에서는 70대 173명, 80대 이상 24명 등도 있었으나 최종 합격에는 이르지 못했다. 성별은 남성이 352명, 여성이 81명으로 합격률은 각각 4.09%, 3.21%로 집계됐다.
합격자의 73.7%는 상대적으로 수험에 집중할 수 있는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이었다. 구체적으로 대학생이 170명(39.3%)으로 가장 많았고 법과대학원생은 148명(34.2%)이 합격했다. 법과대학원 외의 대학원생은 1명(0.2%)이었다.
이 외에 무직 47명(10.9%), 회사원 26명(6%), 공무원 20명(4.6%), 법률사무소 사무원 6명(1.4%), 기타 5명(1.2%), 학원교사 4명(0.9%), 자영업 4명(0.9%), 교직원 2명(0.5%) 등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예비시험 합격자들이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법시험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합격자들도 상당수가 사법시험에서도 합격할 것으로 보인다. 올 사법시험에서 예비시험 출신의 합격률은 로스쿨 출신(24.75%)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77.6%에 달했다.
합격자 수도 336명으로 전체 합격인원의 22%를 차지했다. 이는 로스쿨 중 최대 합격자를 배출한 교토대의 128명에 비해서도 3배 가까이 큰 규모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예비시험에는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로스쿨은 지원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 봄 로스쿨에 입학한 인원은 총 1,621명으로 전체 입학정원 2,330명(지난해 2,566명)의 70% 수준에 그쳤다. 도입 당시 74개교에 달했던 로스쿨 수도 최근 모집정지를 선언한 긴키대까지 포함해 37개교가 문을 닫으며 반토막이 났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 중 먼저 내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공통도달도확인시험’은 전 로스쿨에 공통적으로 시행되는 시험으로 시험 성적을 진급 판단과 학습 및 진로상담의 기초로 사용하게 된다. 향후에는 시험의 결과에 따라 사법시험의 단답식 시험을 면제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공통도달도확인시험은 당초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미수자에 대해 법학 적성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도록 돕고,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상됐지만 로스쿨 입시에서 관련 시험을 통과했거나 법학을 전공한 기수자에게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정, 내년 봄 마지막 시범 실시를 진행한 후 최종적인 분석·검증을 거쳐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 외에 로스쿨 진학자가 사법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한 ‘법조코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일본에서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으려면 예비시험에 통과하지 않는 한 학부 4년에 기수자 코스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 2년을 더해 총 6년, 미수자 코스인 경우 총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법조코스’는 법학부와 로스쿨을 연계해 법학부 3년, 로스쿨 2년 등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을 총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으로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에게 학부 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법조코스 수료예정자를 면접을 중시하는 추천입학 방식 등 특별 선발 대상으로 해서 정원의 5할을 상한으로 선발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으며 추천 입학 방식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각 로스쿨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입 시기는 2020년도의 학부 2학년들을 대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