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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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첫 판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11.01 16: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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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정당한 사유’에 해당”
“정당한 사유는 질병 등 객관적 사유에 한정” 반대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죄 선고 이후 14년 만에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종교적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먼저 대법원 다수 의견은 입영 및 소집 등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처벌하도록 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해석과 관련해 “병역법은 국민의 다양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병역 의무의 부과 여부와 그 종류·내용 또는 면제 등을 결정하고 있다. 즉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에 합당한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사정이 대다수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규정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모습으로 표출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라며 “그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라도 감수하고서 병역의무를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이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여야 하고 이는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야 하며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다수의견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에 관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동원 대법관은 “국방의 의무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되는 의무”라는 입장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별개 의견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서는 “병력 규모,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수와 현실적으로 그들을 병력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의 안정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했다.

이와 달리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정당한 사유는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므로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비록 소극적 부작위이기는 하지만 역시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행위이므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제한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거나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수의견과 대립했다.

또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안보상황,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정하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처벌조항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의 해석론을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현재 재판중에 있는 이들의 경우 구제될 수 있지만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들이나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수감되면서 변호사 등록이 취소돼 재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백종건 변호사 등과 같은 이들의 불이익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 및 대체복무제 논의 등 아직 끝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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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ㅐ독 박멸 2018-11-01 20:36:49
종교적 병역거부라 해라.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다 비양심이라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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