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변호사 김지영의 책 속을 거닐다- 「사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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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변호사 김지영의 책 속을 거닐다- 「사기열전」
  • 김지영
  • 승인 2018.10.29 12: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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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summum ius, summa iniuria :
“법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극단적인 불법이 된다.”

「사기열전」 3, 김영수, 최인욱 역해, 신원문화사, 2006

사법농단의 끝은 어디일까요. 시간이 갈수록 밝혀지는 진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할 만큼 충격적입니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변호사였던 키케로는 “summum ius, summa iniuria”라는 명언을 했다고 하는데요. 법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극단적인 불법이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극단적인 불법의 상황에서도 사법부는 사법거래는 없었다고 발뺌을 하고 있지요. 사기선집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나, 요즘 사법농단사건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기열전>의 구절이 있어 언급하려고 합니다.

* 토붕(土崩)인가? 와해(瓦解)인가?

평진후·주보 열전에 “천하의 근심은 밑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토붕(土崩)에 있을 뿐 위가 갑자기 허물어져 내리는 와해(瓦解)에는 있지 않다(p49). 토붕을 진나라 말세의 모습이라고 할 것인데, 백성이 괴로워해도 왕은 이를 돌보지 않고 아래가 원망을 해도 위에서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이때 진섭이라는 자가 가난한 뒷골목에서 들고 일어나자 온 천하의 백성이 그를 따르게 되었다. ‘와해’란 오·초 등 7국이 반란을 도모하였으나, 선황제의 은택이 줄어들지 않았고 백성들이 그 땅에 편하게 살며 세상을 즐기고 있으니 위 제후들의 반란을 지지하지 않았다(p 50)."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요약되는 사법농단사태는 토붕에 해당될까요, 그저 와해에 해당될까요. 일부 세력들은 말합니다. “이번 사태가 붉어졌을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거래나 사법행정권 남용은 없었다’라고 선언을 하고 수사를 막았어야 했다.”라고요.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발언을 한 이후, 대법관들은 똘똘 뭉쳐 ‘사법거래’는 없었다고 입장 발표를 하였지요. 국민들이 믿던가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란 민주주의의 햇빛 아래, 사법부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사법권 독립, 절대 권력을 누려왔지요. 국민들이 그렇게 희생해가면서도 사법부를 지켰던 이유는 사법부가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죠. 국민에 의하여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자들이 사법 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저지른 사법거래. 이제 국민은 사법부를 믿지 않습니다. 사법부는 아래로부터 무너져 내린 토붕의 사태를 맞이한 것입니다.

키케로의 말처럼 절대권력이 된 사법부가 지난 수십년간 국민에게 내렸던 판결들 중에 과연 극단적인 불법을 행한 적은 없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불법을 저질렀다면, 법에 의한 처벌을 받고 헌법이 예정한 원래 사법부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 장자와 디오게네스가 경계한 것은?

초나라 위왕이 장자에게 사신을 보내 많은 예물을 주고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했습니다. 이에 장자는 “교제(고대 제왕이 해마다 동짓날에 하늘에 올린 제사)를 지낼 때 희생물로 바쳐지는 소를 보지 못했소? 그 소는 여러 해 동안 잘 먹다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종묘로 들어가게 되오. 나는 차라리 시궁창에서 노닐며 즐길지언정, 제후들에게 얽매이지 않을 것이오.”라며 거절을 했습니다.

이 장면은 알렉산더 대왕이 현자인 디오게네스를 영입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 소원을 묻는 장면과 오버랩 됩니다. 디오게네스는 답하지요. “당신이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주시오.”라구요. 장자나 디오게네스는 사람이 이름이 나거나 권력을 얻는 것이 경계하여야 할 비극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게지요.

* 물극필반(物極必反)

세상만사는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인데요. 술이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면 슬퍼진다고 합니다.

저는 물극필반을 잘 이해한 인물이 ‘범려’라는 생각을 합니다. 원래 초나라 사람이었던 범려는 가난해서 초나라 정계에서는 정치를 할 수 없는 인물이었는데, 월나라에서 대부라는 직책을 얻어 정치를 하였습니다. 범려는 자신이 모시던 ‘구천’이라는 인물됨을 간파하고 정계를 떠납니다. 그리고 월나라를 떠나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읍니다. 대부호가 된 범려는 세 번이나 재산을 사람들에게 베풀었는데요, 이를 두고 삼취삼산(三聚三散)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지요.

범려는 “천금의 재산을 얻고 관직에 있을 때 경상에 이르렀으니 이는 보통 사람으로서 정점에 도달한 것이다. 존귀한 이름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달이 차면 기울 듯, 범려는 물극필반의 이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 고통이 빚어낸 인간과 권력에 대한 성찰

“사기”는 사마천이 한 무제의 미움을 사서 궁형을 받는 고통 속에서 일구어낸 대작입니다.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마천의 역작 “사기”를 읽으며 우리의 삶과 세상사를 비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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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2018-10-30 22:23:04
무슨 소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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