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우리 주변 어딘가에선 ‘냉혹한 현실’인 아동학대 문제를 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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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우리 주변 어딘가에선 ‘냉혹한 현실’인 아동학대 문제를 짚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1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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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1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베란다, 화장실에 감금되고
손발 묶여 추운 겨울 찬물 뒤집어써...

10년 동안 입봉을 준비하다가 첫 장편 영화 <미쓰백> (한지민 주연, 10월 11일 개봉)을 세상에 내어놓은 이지원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 사회에 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전했다. 

이지원 감독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경악할 만한 아동학대 사례 뉴스들을 보며 시나리오를 다듬었고, 실제 바로 옆집에서 아이가 맞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내 문제에 집중하느라 그 아이를 외면해야만 했던 지난날에 대한 회한의 감정을 응집하여 주인공인 ‘백상아(미쓰백)’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미쓰백>에 나오는 학대 피해 아동 ‘지은’은 실제 사례 6~7가지 경우가 혼합되어 탄생했다. 부모의 분노와 우울감의 분출 대상이 된 아동은 영문도 모른 채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감금되고, 손발이 묶이고 찬물을 뒤집어쓰는가 하면 핏자국 묻은 낡은 옷만 걸친 채 맨발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웅크려 있다. 자신을 구원할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며...

관객들은 처절하고 비참한 이 영화 속 ‘지은’의 모습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그 상황이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는 실제 일어나는 ‘현실’이란 사실이 더욱 우리네 가슴을 할퀸다.

영화 속 가해자들(부모) 역시 실제 존재하는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본을 따서 만들었다. 게임이나 음주에 빠져 있는 가장, 기르는 개는 애지중지하면서 오히려 아이는 짐승처럼 대하는 계모, 이들 가해자가 외부인의 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인상이란 것도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옆의 아동학대 피해자를 지나쳐야만 했던 감독의 지난날에 대한 죄책감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비단 감독의 심적 부담감을 더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이 영화를 준비하고 개봉하기까지 아동보호센터와도 많은 교류를 가져온 이지원 감독은, 학대 아동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관련 제도의 불완전함과 법적 미비 또한 엄중하게 지적하고 있다. 

학대 아동의 보호, 어째서 잘 안 되고 있는 것일까.

판사, 변호사, 의사, 경찰 등 모인
‘아동권익보호학회’,
공동심포지엄 갖고 다학제적 모색

지난 9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대강당에서는 아동권익보호학회(회장 곽영숙)가 주관하고 아동정신치료의학회, 부모교육공동연구회, 가정아동보호실무연구회 등이 공동주최, 인천가정법원 및 법원행정처가 후원하는 제2회 공동심포지엄이 개최됐다.

‘학대아동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체계적 보호조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판사, 변호사, 정신과 교수 등이 각자의 시각에서 학대 아동 보호의 현실을 되돌아 보고 개선을 위한 전문가적 입장을 개진했다.

2017년 7월 21일 창립한 아동권익보호학회는 법원의 판사 및 가사조사관, 소아정신과 전문의, 변호사, 관련 전문가 및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적 학회다. 가사 및 이혼 재판과 관련된 아동학대, 가정폭력, 청소년 비행, 이혼, 입양 등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법원과 지역사회 및 관련 전문가들이 연계하여 가족과 그 구성원인 아동·청소년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연구 및 학술 활동, 정보교환, 교류, 네트워크 형성, 인식 및 제도 개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동학대 피해를 겪은 아동은 성장하면서 정서, 행동, 인지발달에 심각한 부정적 후유증을 겪는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상 아동은 학교 적응 문제, 정서행동장애, 향후 사회적응부재까지 겪을 수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 후유증은 세대 간 전이를 통해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져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된다.

크고 작은 아동학대 이슈들이 세간에 파장을 일으키면서, 지난 몇 년 간 관련법들이 강화되고 인식 개선이 이뤄져 왔다. 우리나라는 1961년 ‘아동이 건전하고 행복하게 육성되도록 그 복리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아동복리법’을 제정한 이래로 1981년 ‘아동복지법’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전부개정, 1991년 국제연합의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비준한 이후 200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아동복지법을 전부개정 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법과 현실, 정책과 현장 사이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동 입장에서 실제적인 도움과 섬세한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 법원, 아동보호시설, 의료서비스 등 모든 보호 조치 경로의 각 단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제3조 제2호에서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조화롭게 성장 발달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지원(을 하는 것)”을 ‘아동복지’라고 하고 있고, 제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의 안전,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정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함과 아울러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권리 및 복지증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공동 심포지엄에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현실을 법이 명시하고 있는 바에 한발 더 부합하게 만들려는 주최 측의 의지가 모였다. 관련 전문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국가와 지자체가 아동 복지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 줄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음은 물론이다.

아동권익보호학회 곽영숙 회장은 “이 심포지엄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며 “실제적 측면에서도 제도가 보완되어 현장에서 학대 아동들을 돕는 분들의 좌절감과 답답함이 덜어지고, 연대를 통해 힘을 얻어 전문성을 겸비한 현실적 대처 방안을 습득하는 한편 각 영역에서 이분들이 보다 자신 있게 능력을 발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 제2회 공동심포지엄 당시 모습 / 사진 김주미 기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관련 규정 살펴보니...

먼저 현장에서 학대 아동들을 돕는 관계자들이 조치를 취하는 근거로 삼는 아동학대처벌법(이하 특례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특례법은 피해아동의 보호와 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처분을 위하여 아동보호절차와 피해아동보호명령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조치의 종류와 명령의 종류가 나타난 규정들을 옮겨 본다.

제12조 (피해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① 제11조 제1항에 따라 현장에 출동하거나 아동학대 범죄 현장을 발견한 사법경찰관리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은 피해아동 보호를 위하여 즉시 다음 각 호의 조치(이하 ‘응급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3호의 조치를 하는 때에는 피해아동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다만, 피해아동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아동학대범죄 행위의 제지
2. 아동학대 행위자를 피해아동으로부터 격리
3. 피해아동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4.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
제13조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긴급임시조치)
① 사법경찰관은 제12조 제1항에 따른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른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직권이나 피해아동, 그 법정대리인(아동학대 행위자를 제외한다. 이하 같다.), 변호사(제16조에 따른 변호사를 말한다. 제48조 및 제49조를 제외하고는 이하 같다.)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의 신청에 따라 제19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제14조 (임시조치의 청구)
① 검사는 아동학대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사법경찰관이나 보호관찰관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제19조 제1항 각 호의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제19조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임시조치)
①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원활한 조사, 심리 또는 피해아동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아동학대행위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1.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가정구성원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주거로부터 퇴거 등 격리
2.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학교 또는 보호시설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3.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4. 친권 또는 후견인 권한 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
5.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의 상담 및 교육 위탁
6. 의료기관이나 그밖의 요양시설에의 위탁
7. 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제36조 (보호처분의 결정 등) 
① 판사는 심리의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1.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2.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3. 피해아동에 대한 친권 또는 후견인 권한 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
4.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회봉사·수강명령
5.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관찰
6.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설치한 감호위탁시설 또는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보호시설에의 감호위탁
7. 의료기관에의 치료위탁
8.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소 등에의 상담위탁
② 제1항 각 호의 처분은 병과할 수 있다.
③ 제1항 제3호의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피해아동을 아동학대행위자가 아닌 다른 친권자나 친족 또는 아동복지시설 등으로 인도할 수 있다.
제47조 (가정법원의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명령) 
① 판사는 직권 또는 피해아동, 그 법정대리인, 변호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피해아동보호명령을 할 수 있다. 
1. 아동학대 행위자를 피해아동의 주거지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2.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3. 아동학대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접근하는 행위의 제한
4. 피해아동을 아동복지시설 또는 장애인복지시설로의 보호위탁
5.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의 치료위탁
5의2. 피해아동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소 등으로의 상담·치료위탁
6. 피해아동을 연고자 등에게 가정위탁
7. 친권자인 아동학대행위자의 피해아동에 대한 친권 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
8. 후견인인 아동학대행위자의 피해아동에 대한 후견인 권한의 제한 또는 정지
9.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결정
② 제1항 각 호의 처분은 병과할 수 있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각각 어떤 어려움 안고 있나

서울지방경찰청 박미혜 경감은 크게 세 가지를 경찰이 겪는 문제점으로 짚었다. 첫째는 현장 대응 전문성 부족, 둘째는 현장의 인식 미비, 셋째는 법률의 미흡함이다.

먼저 ‘현장 대응 전문성 부족’과 관련한 박 경감의 주장을 살펴보면, 지역경찰관은 수많은 다양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다 보니 아동 학대 사건만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경찰로 들어오는 신고의 대부분은 아동 학대 해당 여부가 모호한 경계선상의 사건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경찰관이 아동 학대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인식이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이 그녀가 꼽은 문제점이다. 또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개별 사건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가정폭력 신고로 출동하였을 때 아동학대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박 경감의 설명이다.

사건이 아동학대에 포함된다고 하여도 관련 서류 작성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다. 여청수사팀 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동행 출동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많은 경우 아동학대 의심자 및 아동이 경찰 개입을 원치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판단만으로 지속적 개입을 하려 할 때엔 경찰관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거나 감찰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경찰 입장에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상황도 전했다.

한편 박미혜 경감이 보는 현장의 인식은 아직도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상당히 느슨한 편이다. “아동은 시설로 보내질 게 뻔한데, 그래도 남보다는 부모가 키우는 게 낫지”라거나, “자식 잘 되라는 훈육과 체벌인데 경찰이 개입하는가”라는 식의 합리화와 거부감이 만연해 있다는 것.

끝으로 박 경감은 현장경찰관들이 현장출입이나 조사, 가해자의 경찰활동 방해나 거부에 대해 즉시강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동학대 의심자에 대한 실질적 격리 또는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의 김민애 관장도 많은 말을 쏟아냈다. 김 관장은 먼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장성, 위급성뿐 아니라 재학대 여부, 재발가능성, 지속성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응급조치를 요청하는데 경찰관리들의 응급조치에 대한 판단이 보호기관과 달라 결과적으로 응급조치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을 짚었다.

또 피해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서울시에 두 개뿐으로, 강남구 수서동 소재 서울아동복지센터와 동대문구 장한평 소재 서울시립아동치료센터다. 그렇다 보니 김 관장이 재직하고 있는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이 두 곳에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요하는 시간은 왕복 3~4시간에 이른다. 김 관장은 아동이송과 보고서 작성 작업에 대하여 경찰과 보다 합리적 분담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상담위탁과 관련해서는, 임시조치에 의한 상담위탁 진행의 경우 2개월 정도의 단기간 상담만 진행되고 이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 보호처분이 이루어져 상담진행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것이 김 관장의 설명이다. 이에 긴 시간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임시조치에 의한 상담위탁 시 대부분의 경우 담당심리치료사의 의견과 관계없이 보호처분에 의한 상담위탁이 이루어지는 추세인데, 담당 심리치료사가 상담위탁이 필요치 않은 경우라고 판단한 경우에도 보호처분에 의한 상담위탁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의사소통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끝으로 김민애 관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상담원들이 여전히 행위자들로부터 폭언과 민원에 시달리고 있고, 조사 이후 사례관리를 위해 방문했을 때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사례개입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관련 법 보완뿐만 아니라 민간 상담원들이 경찰청과 법원에 효과적으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해석,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세미나와 교육을 상시적으로 개설해 주고 실무 지침서도 배부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조인이 바라보는 
특례법상 임시조치 및 임시보호명령의 문제점은?

특례법 제12조 제1항은 사건 초기에 사법경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현장에서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하여 취할 수 있는 4가지 응급조치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법경찰관은 이러한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여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수 없는 경우 특례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제3호에 해당하는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청주지방법원 이광우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 “특례법 제19조에 정한 임시조치가 행위자에 대한 조치에 한정되어 있고 응급조치 규정의 취지와는 다르게 피해아동이 보호시설에 인도된 이후 특례법의 적용을 벗어나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즉 응급조치로 인해 보호시설이나 의료시설에 수용된 피해아동을 어떤 절차에 의하여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광우 부장판사는 “특례법에 피해아동에 관한 임시조치 규정을 신설하여 응급조치에 상응하는 임시조치 규정을 마련하고, 임시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응급조치의 효력을 상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광우 부장판사에 따르면, 현재 청주지역 수사기관의 실무는 응급조치 후 피해아동이 보호시설로 인도된 경우 검사는 주로 행위자의 보호시설에의 접근금지와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를 임시조치로 청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임시조치 단계에서 수사기관이 제출하는 자료만으로 행위자의 친권행사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 많은 사례에서 청구를 인용하지 않았다”며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 청구의 적정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실무는 특례법에 따른 응급조치로 보호시설에 인도한 피해아동을 일반적인 아동복지법의 보호조치로 시설에 입소한 요보호아동과 동일하게 처우함으로써 친권자와 후견인의 권한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응급조치는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한데도 그 결과를 곧바로 아동복지법의 영역으로 포섭함으로써 특례법의 취지가 몰각됐다는 게 이 부장판사의 시각이다. 이 부장판사는 “응급조치로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아동은 일반적인 요보호아동과 구분되어야 한다”면서 “법률의 흠결이 해소될 때까지는 시설미성년자후견법에 따라 후견인이 되는 보호시설장의 권한을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한 범위로 제한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행위자에 대한 치료위탁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장기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문제나 정신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행위자에 대한 의료위탁은 그 필요성에 비해 활용빈도가 낮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의료기관에서는 법원의 결정으로 강제입원이 불가능하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어 긴밀한 의견교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아동보호조치의 신속, 효과적 적용을 위한 입법적 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아동 보호명령 사건이 접수되었을 경우 얼마의 기간 내에 심리 및 결정을 해야 하는지 처리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음 ▲국선 보조인 선임의 경우처럼 피해아동의 법정대리인, 가족, 아동보호전문기관 등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피해아동을 위한 보조인 선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함 ▲특례법 제11조는 현장출동 및 아동, 행위자 및 관계자에 대한 조사, 질문 권한, 업무수행 방해금지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 방식 등에 대한 규정이 없음 등을 짚었다.

또 ▲특례법 제61조에서는 업무수행 방해죄로 처벌하는 보호대상을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그렇게 한정할 이유가 없고, 현장 출동 경찰 및 상담소 종사자 등도 보호대상으로 추가해야 함 ▲유아 인도 판결 이후 집행 단계에서 아동이 싫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실무에서는 불능 처리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유아인도소송 결과를 무력화 시키므로 유아인도재판의 집행에는 민사집행법의 유체동산집행 규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가사소송법에 별도로 가사사건 집행 관련 규정을 두어야 함 ▲미성년 자녀를 면접교섭한 후 양육권자에게 돌려주지 않을 경우 정당한 사유에 대한 적극적 증명이 없으면 ‘자의 인도거부죄’로 처벌하는 형벌규정이 필요함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나아가 “아동 지원 환경의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며 △신고의무자(교사, 의사, 시설보호자 등),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수사관, 지자체 사회복지상담사 등의 회의체 구성 및 작동 필요 △아동보호시설 확충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인력의 확충 필요 △전문상담원의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낮은 임금, 과다한 행정 업무, 현장의 빈번한 폭력상황 등의 개선 필요 △신고의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의 심각성, 신고필요성, 사례 포착 단서에 대한 정기적 교육 필요 △학대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 단계별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파편적 접근이 아닌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의 사례회의를 통해 다면적으로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학대아동의 치료,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피해아동 및 정서, 행동상의 어려움이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전문적 상담치료와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종합시설인 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 윤종경 과장은 ‘학대아동의 장기 보호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제한점’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의 입소대상을 보면, 서울시 거주 만 18세 미만으로 정서, 행동상 어려움이 있는 아동과 아동학대처벌법상 응급조치된 피해아동, 서울시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의뢰된 피해아동 등이다.

이들의 입소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으로는 아동 본인의 입소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증가하여 공동체 생활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점, 학대가해자나 학교, 친구 등과의 이별에서 비롯된 상실감으로 인해 아동이 시설의 기본적인 규칙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점 등이 있다.

또 명령 변경 또는 취소에 대한 절차적인 어려움이 있어 원가정과 보호자와의 차단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학대 문제 이외에도 다문화가정, 발달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등을 수반한 아동의 경우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중요한 현실적 장애라고 윤 과장은 정리했다.

한편 가천의과대학교 정신과 배승민 교수는 ‘학대아동과 가해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트라우마 중심 정신치료적 개입’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학대-재학대, 학대의 세대 간 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피해아동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관계를 회복하고 안정된 정서행동발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 목표라는 주장이다.

배 교수는 2016년 형사정책학회 토론문을 인용, “정신의학 측면에서 개인의 문제는 가족과 자라온 환경과 분리될 수 없으며 결국 사회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학대나 심리적 외상 등의 취약성을 가진 개인을 방임하는 사회는 취약한 개체가 자신이 가해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트라우마가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다시 불타오르고, 많은 경우 불씨가 주위에 옮겨 붙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아동학대는, 취약하고 위기에 몰리거나 몰렸다고 인식하게 된 개체가 나름의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더욱 취약한 개체를 희생시키는 역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학대 악순환 고리를 끊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과의 신뢰 관계로, 학대 피해의 역사가 있는 어머니는 이 같은 신뢰 관계를 통해 자신의 아이들에게 학대를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때 치료의 목표는 1.어린이를 먼저 보호하기 2. 가족의 강화 3. 과거 학대의 영향 다루기가 된다.

치료자는 치료적 저항과 속도에 민감해야 하며, 피가해자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학대 현실을 곧장 직면하는 것보다 지지적이고 문제 해결주의적인 접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음에 유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 초기에는 치료 시작의 이유와 학대를 불러온 비적응적인 행동 패턴을 정리해야 한다고 배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가족 기반 치료는 평가절하된 부모의 가치를 향상하고 자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도록 돕는다. 아동에 대한 학대와 부모가 겪었던 학대의 경험을 연결하는 요소들을 해석해 주고, 자녀 양육에 있어 긍정적인 부모 모델을 제공한다.

아동의 정신 치료 과정에서는 아동이 트라우마를 다룰 수 있는 치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배 교수는 외상적 기억의 검색과 통합은 아동으로 하여금 반복적인 행동에 머무르게 하기 보단 학대와 관련된 기억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출된 분노에 대해 제한을 가함으로써 아동의 충동 조절 능력은 강화되고, 아동의 불신 감정과 유쾌함을 서서히 중립시키는 치료사를 통해 아동의 자부심은 점차 향상된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나이든 청소년에게는 그룹 치료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종종 지나치게 열성적인 치료사로 인해 트라우마가 재발하기도 하는데 초기 단계에서의 신뢰 구축이나 부모와의 견고한 협력을 무시한 경우가 그렇다. 이상적인 후보자는 타인의 치료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경험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감정과 인지 능력을 갖춘 자다.

부모를 위한 가족 치료 또는 개별 치료 과정에서는 자녀의 희생에 대한 부모 자신의 반응과 타협하게 하는 조력자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죄책감과 우울증의 치료는 학대 아동의 사회심리적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끝으로 배승민 교수는 툴레인 대학교 소아팀의 모델을 소개, 학대 아동 가정의 재결합을 위한 보호자의 준비상태와 치료 반응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부모는 학대에 대한 책임과 자신의 행동 변화 필요성을 알아야 하며, 자녀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케어하는 데 해가될 만한 오래된 정신과 물질 사용 장애 여부 관계문제를 알아야 하고, 자신의 필요보다 자녀의 필요를 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변화의 가능성과 자녀 관점에서 합리적인 시간 틀 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다루는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작업해야 하며, 가능한 지역 사회 자원들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는 부모의 지원에 더하여 치료받는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배승민 교수의 설명이다.
 

취재, 정리 김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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