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성영준 변호사의 여의도 스케치- 국정감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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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성영준 변호사의 여의도 스케치- 국정감사 준비
  • 성영준
  • 승인 2018.09.28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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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준 변호사
국회 안규백 의원실 비서관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정신없이 보낸 첫 국정감사 준비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지난 국정감사를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국회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 회의록을 찾아 의원님께서 과거에 하셨던 발언이나 질의를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의원실의 자료가 모여 있는 외장하드디스크를 샅샅이 살펴 백업자료를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만 봐서는 잘 모르겠더군요.

국정감사는 ‘국정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대상 기관의 업무 상황을 감독하고 조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대상기관의 업무 내용에 관하여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허를 찌르는 논리는 그 이후의 문제일 것입니다. 당연히 기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이 질의서만 읽어본다고 특별한 깨달음이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 기관의 업무보고 자료를 상세히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의원실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고, 저는 그 가운데 교통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업무분장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2차관 휘하의 부서와 공항, 철도, 도로에 관련된 제 공공기관들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국토교통부의 직제에 관한 법령을 찾아 조직도를 그려보고, 각 부서의 업무 매뉴얼이나 2017년도 업무보고 자료를 찾아 읽었습니다.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부했습니다. 모자란 부분은 관련 기관의 담당자를 찾아 전화로 혹은 대면해서 묻고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쌓은 수 년 간의 경험을 몇 주의 공부로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번듯한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시작은 신문기사였습니다. 보도된 기사는 기자나 소스를 제공한 의원실에서 한 번 다룬 것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덜했지만,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 기사가 주제를 발굴한 방법론이었습니다. 기사가 문제 삼은 기관 외의 기관에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하거나, 문제 삼은 항목 외 다른 항목에 유사한 방법을 적용하는 식이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각 기관의 규정이나 법무검토 자료를 검토하며 모순된 내용이 없는지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 중 하나가 모 기관의 민간에 대한 시설 임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국정감사 얼마 전부터 해당 기관은 재계약시 차임 문제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과도한 차임 부과로 기존의 업체가 결국 재계약을 포기하고,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가 해당 시설을 임차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를 접하고는 해당 기관의 시설 임대 현황 전체를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먼저 해당 기관의 시설 임대 기준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고, 임대 현황을 기관에 요청했습니다. 받아 본 자료는 규정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해당 기관의 규정은 분명히 시설 내에서 영업을 하는 경우 A 규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는데, 단순히 자산을 임대하는 경우를 상정한 B 규정에 따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대차 계약에 따라 임대하는 경우에도 규정상의 원칙과 달리 예외적인 차임 산정방식을 적용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차임 산정방식을 적용하는 기준이나 구체적 이유는 없었습니다. 임대차에 있어서 차임은 본질적인 요소인 만큼 차임을 결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고, 차후에도 의사결정의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명확한 기준이나 부실한 검증절차는 불신의 여지를 남기고, 이는 공공기관의 대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성한 보고서가 질의서가 되어 의원실 명의로 나가는 것을 보니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국정감사 기간 여러 건의 질의서를 만들었고, 이 질의서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들이 많았지만, 자력으로 시작과 끝을 맺은 첫 질의서였기에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신없이 보낸 첫 국정감사였습니다. 자정 넘어 퇴근길을 나서도 의원회관은 한창인 날이 많았습니다. 300개의 의원실이 저마다의 입장에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기 위해 밤을 낮처럼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52시간 시대에 역행하는 풍경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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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13:16:05
오 영준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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