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특별기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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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특별기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 이찬희
  • 승인 2018.09.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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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찬 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병역법 제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의 주문 낭독과 함께 법정 안에서 터져 나온 “아!”하는 짧은 탄성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돈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역사적 결정을 하였다. 2002년 1월 29일 당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형사 단독판사이던 박시환 전 대법관이 병역법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이후 2차례의 합헌결정 끝에 드디어 헌법불합치결정이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해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2019. 12. 31.을 개정 시한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고,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와 관련하여 형식적으로는 합헙결정을 하였지만, 위헌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뿐만 아니라, “처벌조항은 단순 병역기피자를 처벌하기 위한 포괄적 규정이므로 규정 자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는 위 처벌조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때문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2명의 보충의견까지 더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처럼 병역종류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문을 열어주면서, 처벌조항의 위헌으로 발생할 혼란과 처벌의 불합리성을 절묘하게 조화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하여 많은 고심을 하였음을 느끼게 하였다.
 

이찬희 회장과 백종건 변호사는 6월 28일, 헌재가 역사적인 선고를 내리는 그 현장에 함께 있었다.

법률과 판례는 시대의 정신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그동안 우리는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형사처벌하여 전과자로 만드는 잘못을 반복하여 왔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국가의 잘못을 정리하면서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공존하는 사회로 발전하는데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소속 회원인 백종건 변호사와 관련되어 있다. 백변호사는 종교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였다가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변호사등록이 취소되었다. 복역이 끝나고 변호사재등록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법 제5조와 제8조가 문제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병역법 제5조, 제88조 제1항 및 변호사법 제5조, 제8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헌성이 인정되고, 합헌이라고 하더라도 변호사법의 취지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경우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넓게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비록 대한변협에서 거부되기는 하였지만 백변호사의 재등록을 받아들이는 한편, 국회의원 박주민과 라운드테이블을 공동주최한 것을 비롯하여 각종 심포지엄과 세미나,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진신민(陳新民) 대만 전 대법관 초청강연회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오해를 시정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왔는데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직 길을 깔아놓지는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기피를 구별할 기준, 이러한 판단을 담당할 기관, 현역복무와 비교하여 대체복무의 기간과 난이도, 근무장소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도 마련을 위해 멀고도 험난한 길이 남아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국회의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

국회의 조속한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입법과 더불어 이번 결정의 취지에 따라 현재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관련사건에서 구속된 피고인들을 석방하고, 신속히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불필요한 재판절차에서 조속히 해방시키고 사면 등을 통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 쥐어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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