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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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으며
  • 법률저널
  • 승인 2005.01.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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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임금에게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백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고 하니 12권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 다시 요약하라고 하니 1권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 다시 1줄로 요약하라고 하니 이렇게 썼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이 이야기는 여연수생 사은회에서 여연수생 지도교수님인 이선희교수님께서 수료하는 여연수생들에게 들려주신 이야기 입니다. 그러면서 저희들에게 수고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이셨습니다. 법조의 선배가 수료를 앞둔 까마득한 법조후배들에게 해주신 첫 번째 이야기 셨습니다.


지난 18일 3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장과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회장 등 법조계의 훌륭하신 선배 법조인들이 참석하셔서 수료를 축하해 주셨고 많은 언론사에서 열띤 취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상대로(?) 언론에서는 자고 있는 연수생 사진과 통계자료를 대문짝만하게 실으면서 많은 연수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여 침울한 수료식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더군요. 매년 그 통계는 수료일(1월 중순)을 기준으로 나는데 국가기관 같은 경우는 대개 2,3월이 되어야 채용을 하기 때문에 미취업자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지요. 33기의 경우에도 5월경에 100% 취직을 했는데 말이지요. 혹 그런 언론보도를 보고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고 계시는 수험생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법시험 합격해서 감격해 하던 순간, 칼바람을 맞으며 사법연수원에 처음 발을 내딛던 순간, 생전 처음보는 60명의 반원들과 세분 교수님 앞에서 어설프게 자기소개 하던 순간,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도,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준비하였던 체육대회, 처음으로 써본 판결문, 공소장, 변론요지서...MT... 폭탄주...법률봉사, 6개월간의 시보생활...그리고 힘겨웠던 세 번의 시험...


2년을 돌아보니 생각나는 것들입니다. 사법연수원은 정말 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고 저를 성숙시켜 주었습니다. 그것은 비단 저 뿐만 아니라 연수원을 수료하는 34기 연수생 모두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호사로 나가든, 검․판사로 나가든 말이지요.


언젠가 저희 조원 중에 한명이 그러더군요. 월급만 조금 더 주고 시험만 안 친다면 그냥 평생 사법연수생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말입니다. 사실 돈한푼 내지 않고 그 좋은 책을 받고 또 그렇게 양질의 교육을 받고 시간적 여유도 많고 더 나아가 월급까지 주는 곳이 사법연수원말고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수료를 하고 법조인으로서 이 사회에 나아가 2년 동안 받은 많은 것들을 사회에 환원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판사로 가게 될 거 같습니다. 고시공부를 할 때부터 판사가 꼭 되고 싶었기 때문에 시험 결과가 발표나고 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그러나 연수원을 수료하는 지금에서는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이 앞섭니다.


내가 과연 잘해낼수 있을까...
내가 과연 다른 사람을 정죄할 수 있을 만큼 정직한 삶을 살았는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심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 지금의 이런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사라지고 내 앞에 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고 처리해야 할 일들로만 치부해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요즘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지냅니다. 사법연수원에서의 2년은 정말 공짜가 아니었나 봅니다. 아마 평생 그 값을 지불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현숙전문기자․제44회 사시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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