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염 속의 구치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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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염 속의 구치소 풍경
  • 김종민
  • 승인 2018.08.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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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번 여름의 폭염은 교정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수용자들에게도 유래 없는 고통의 시간이 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과도한 물사용 때문에 제한적 단수까지 실시되면서 세면은 물론 화장실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부산구치소처럼 40년이 넘은 노후한 교정시설은 더욱 열악한 형편이라고 한다.

평소에도 과밀수용 때문에 수용시설 내에서 생활이 쉽지 않은데 이번 폭염은 극한의 고통 속에 수용자들을 몰아넣고 있어 그들의 인권과 바람직한 형사정책의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 형사처벌에서 구금이 범죄자에 대한 불가피한 제재수단의 하나지만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하더라도 기본적 인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인간적인 형사사법이라는 목표도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다.

법무부가 관장하는 교정행정은 범죄예방, 수사와 재판, 형 집행, 보호관찰을 포괄하는 국가형사정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하며 궁극적 목표는 재범방지, 범죄자의 교화개선과 재사회화에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합적인 국가형사정책에 대한 논의는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서 조차 관심이 없고 시민이나 언론도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와 재판에만 신경 쓸 뿐 그 이후의 교정행정이나 재범방지 문제는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람직한 교정행정의 방향은 국가형사정책과의 연계 하에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와 재범방지라는 형사사법의 1차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수용자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장되는 교정행정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교정행정에 많은 국가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법경제학적인 관점을 도입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 설계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형사정책이라는 종합적인 틀이 없다보니 검찰의 소추권 행사, 법원의 양형기준, 교정당국의 가석방과 보호관찰이 제각각이고 특히 최근의 검찰, 법원의 대폭 강화된 양형기준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범죄자에 대한 중한 처벌의 필요성 못지않게 교정시설의 수용한계나 단기자유형의 폐해 등 또 다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데 여론에 밀려 구속과 실형 위주의 엄벌주의로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유럽평의회를 중심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개방된 환경에서의 형벌과 구금 이외의 제재 확대를 일관된 정책목표로 추진해 왔다. 형벌과 형사제재에 있어서의 인간적 처우를 통한 인권보호 강화가 그 주된 이유다.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구금대체처분에 따른 형사사법 예산의 절감도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유럽평의회는 1999년 교정시설 과밀수용에 관한 권고를 통해 인권적 차원에서 구금처분은 원칙적으로 다른 모든 처분이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될 때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도록 하였고 교정시설 과밀화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소편의주의 확대, 형사소송절차의 간이화, 대체적 소추절차의 확대를 권고하였다.

대표적인 구금대체처분은 전자감시제도와 핀란드에서 발전한 일수벌금제도이다. 일수벌금제도는 소득수준에 비례한 벌금부과제도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1년 미만의 단기 실형을 벌금으로 대체하는 제도이다. 프랑스는 ‘주거교도소’ 개념을 도입해 미결구금 단계에서 구금 대신 전자발찌를 부착한 가택연금 형태의 전자감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였고 네덜란드도 전자감시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다.

1960년대까지 구금형 중심의 형사정책을 유지하던 핀란드는 구금형이 재범방지와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짓고 구금대체처분으로 정책을 전면 수정하였다. 그 결과 핀란드는 과거 10만명당 구금자수가 북유럽 국가 중 월등히 높았으나 2000년에는 55명으로 스웨덴 60명, 노르웨이 57명 보다 낮아졌고 재범방지도 성공하였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증오하게 만드는 여름 징역살이의 고통을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이번 여름 폭염을 계기로 국가형사정책과 교정행정 전반을 검토하여 인간적인 교정을 위한 발전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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