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4)- 정치의 근본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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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4)- 정치의 근본과 이상
  • 강신업
  • 승인 2018.08.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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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1515년 중종 10년 알성시의 책문(策問)은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였고, 질문의 요지는 ‘공자는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나라를 맡아 다스리게 한다면, 1년이면 그런대로 성적을 낼 것이고, 3년이면 정치적 이상을 성취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오늘과 같은 시대에 옛날의 이상적인 정치를 이루고자 한다면 먼저 무엇에 힘써야 하겠는가’하는 것이었다.

조광조는 대책(對策)에서 먼저 정치는 ‘하늘을 닮아, 도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며,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것과 같은 가치판단이 마음에 들어차 있으면 모든 일이 사리에 맞게 이루어지고 세상 모든 만물이 제대로 자라나는 것이며, 정치란 온 세상에 보편적인 도로서 천만 사람을 이끌고 온 세상에 공통된 마음을 갖고 천만 사람을 감화시키는 것인 까닭에, 공자는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으로 사람을 이끌고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으로 감화시켰으니, “1년이면 그런대로 실적을 내고, 3년이면 정치적 이상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이 헛된 말일 수 없다고 답했다.

조광조는 나라의 법도와 기강을 세우는 원리는 근본과 말단을 구별하여 근본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근본을 바로잡는 일이 우회인 것 같지만 사실은 쉽게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정치원리를 잘 아는 사람은 반드시 근본에 속하는 일과 말단에 속하는 일을 구별해서 먼저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인데, 이는 근본이 바르면 말단을 다스리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조광조는 나아가 “성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자의 제자 자사(子思)의 말을 빌려, 정치에서 성실은 기강을 세우는 근본이고 실효를 거두는 바탕이라고 하였다.

조광조의 대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임금은 도와 성실로써 법도와 기강의 큰 줄기를 세우되, 대신을 믿고 정권을 맡겨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는 “정치는 군주 홀로 할 수 없으니 반드시 대신에게 맡겨야 정치의 법도가 확립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전제군주라 하여 모든 것에 사사건건 개입하려 할 경우 정치의 법도가 흐려질 수 있으니 이를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옳은 이유는 왕이 만기친람하려 할 경우 대신들은 왕만 쳐다보게 되고, 왕의 지시나 명령이 없으면 땅에 엎드려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나쁜 행정은 복지부동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조광조의 이런 지적은 매우 타당한 것으로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조광조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자세로 신독(愼獨)을 강조한다. 신독이란 ‘홀로 있을 때 조심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조광조가 이를 강조한 이유는 원칙과 대의명분을 따르는 정치는 올바른 마음가짐에서 나오고 올바른 마음가짐은 스스로 엄격히 절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요체는 중심을 잡는 것이다. 나라의 법도와 기강을 세우고 원칙과 대의명분을 따라 가용한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행하여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정치를 위해서는 먼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가감 없이 통찰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정치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개 사심을 가진 무리에 둘러싸여 상황을 잘못 파악하는 데 있다. 또 선악(善惡)을 구별하고 시비(是非)를 일삼는 것 역시 정치가 실패하는 이유다. 정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우열(優劣)을 가리는 것일지언정 선악을 나누어 편을 가르고 상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인은 혼자 있을 때도 대중 속에 있는 듯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고, 대중 속에 있을 때도 혼자 있는 듯 인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우리 국민의 삶이 어지간히 신산하다. 500년 전 청년 조광조의 대책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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