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조항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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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조항 ‘헌법불합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7.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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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수사의 필요성’만을 요건으로 해 통제 어려워”
장기수사나 기소중지시 제외 ‘통지조항’도 헌법 위반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 사실에 대한 통지 의무와 방법을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헌법 위반이 인정됐으나 이들 규정에 대해 단순 위헌 결정을 선고하는 경우의 법적 공백을 방지하지 위해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잠정 적용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됐다.

먼저 위치추적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이하 요청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된다는 전제 하에 범인을 발견·확보하며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위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련 있는 자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는 공동논평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판단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는 점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을 허용해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실시간 위치추적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추적의 경우 보충성 요건을 추가하거나 대상범죄의 경중에 따라 보충성 요건을 차등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하는 점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에 수사의 필요성만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절차적 통제마자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인 점 등을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위치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해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제기 또는 입건을 하지 않는 처분을 한 경우에 당사자에게 정보제공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동법 제13조의3(이하 통지조항)에 대해서는 적법절차원칙 위배에 따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 사건 통지조항은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그 밖의 경우에 제공사실을 통지받더라도 그 제공사유가 통지되지 아니하며, 수사목적을 달성한 이후 해당 자료가 파기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정보주체로서는 위치정보 추적자료와 관련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가 장기간 계속되거나 기소중지된 경우라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에게 그 제공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일정한 조건 하에 정보주체가 그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통지의무를 위밚나 수사기관을 제재하는 방법 등의 수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요청조항과 통지조항 모두 합헌이라고 보는 반대의견을 냈다. 요청조항에 관해 이들 재판관은 위치정보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비내용적 정보로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점, 보충성 요건이 반드시 필요한 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를 나누는 기준도 모호하고 보충성 요건을 추가할 경우 수사지연과 추가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점, 서면을 통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실시하도록 하는 점 등을 합헌 의견의 근거로 제시했다.

통지조항에 대해서는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을 수사 진행 중에 정보주체에게 알려주는 경우 피의자 및 그와 관계있는 자들이 이동전화나 인터넷을 이용을 중단하거나 도주·증거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정보주체가 피의자인 경우 공소장부본의 송당이나 불기소처분결과 통지 등을 통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사유를 알 수 있으며 정보주체가 피의자가 아닌 경우 피의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제공요청 사유의 미통지가 바람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합헌 입장을 나타냈다.

헌재는 이번 사건의 심판대상조항 중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의미를 규정한 정의조항(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에 대해서는 기본권의 직접성이 부정돼 각하를, 자료제공 요청을 위한 법원의 허가에 관해 규정한 허가조항(제13조 제2항 본문 중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은 영장주의 위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요청조항은 그 제공요청의 요건으로 수사의 필요성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면 법원은 이를 허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결과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률은 약 1%에 불과해 수사기관의 권한남용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법의 통신제한조치(제5조, 제6조)가 대상범죄를 제한하고 보충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남용방식을 제한하고 있으며 외국의 입법례도 유사한 형태의 제한과 사후통지 강화 등으로 범죄 억제와 기본권 보호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국회의 개선 입법에 따라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요건이 추가되고 정보주체인 국민을 위한 사후통지 절차가 강화된다면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 제한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결정 당일 천주교인권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다산인권센터, 전국철도노동조합 등 다수 인권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하는 공동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거 통화내역이나 위치정보와 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통신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간주되었으나,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휴대전화를 모든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사용하는 만큼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위치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정이 “수사기관의 통신수사 남요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하며 개선 입법의 책임을 넘겨받은 국회에 대해 “즉시 헌재 결정에 따라 국민의 통신비밀과 위치정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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