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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 / 매장에서 음악 틀려면 공연료 내라?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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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7  1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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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우리는 커피전문점이나 호프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담소를 나누고, 휘트니스센터에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땀을 흘린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러 이러한 장소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장소에서 음악은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CD를 구입해 음악을 틀거나, 인터넷상으로 음원을 제공하는 업체에 이용요금을 지불하고 그 음원을 매장에 틀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SPC, 롯데GRS 등) 몇 곳에 내용증명을 보내 매장에서 음원을 제공한 것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음원제공업체에 사용료를 지급하고 매장에서 음악을 튼 업체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작사가나 작곡가들로부터 그들의 저작재산권을 신탁받아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음저협의 주장은, 음저협은 그동안 CD로 음원을 복제해서 판매하거나, 음원을 디지털화해서 이를 전송할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았던 것이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그 음원을 손님들에게 트는 것을 허락한 것이 아니므로 프랜차이즈 매장의 행위로 인하여 저작권자들의 공연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음저협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이라는 저작권의 성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저작권은 단순히 하나의 권리가 아니라 여러가지 권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방송, 전송, 디지털음성송신),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있다. 이러한 권리들은 각 개별적으로 행사가 가능하기에 저작권자는 복제권만을 허락하거나 전송권만을 허락하거나 할 수 있다. 위 사건에서 음저협은 CD 판매를 위해 복제, 배포를 허락하거나 인터넷상 음원서비스업자에게 복제, 전송(또는 디지털음성송신)권한만을 부여했을 뿐이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그 음원을 트는 행위(공연권. 저작법에서는 이처럼 음원을 재생하여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공연으로 정의하고 있다)에 대하여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불특정 다수인이 들을 수 있도록 매장에서 음원을 트는 것은 저작권자의 공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음원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하는 권리(공연권)를 저작권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상으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음반 판매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저작권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위 사건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CD나 디지털음원을 구매한 사람이 그 음원을 매장에 트는 것은 소유권 등에 근거한 권리 행사로서 정당하지 않은가 하는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음반 판매가 과연 줄어드는가 하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이도 음원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즉, 저작권법 제29조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로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더라도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 급부를 받지 않는 한 상업용 음반을 재생하여 공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저작권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종(단란주점, 유흥주점,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제외된다. 다행히 위 사건의 프랜차이즈 업종은 아직은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위 사건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러한 저작권법 규정으로 항변을 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항변에 대해 음저협의 입장은 무얼까? 음저협은 하이마트 판결을 생각했을 것이다. 위 사건과 유사하게 매장에서 인터넷 음원서비스 업체로부터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원을 제공받아 튼 사건에서 법원은 위 음원은 저작권법 제29조가 규정하고 있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므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공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저작권자의 공연권이 제한되는 사유(저작권법 제29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음저협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위 하이마트 판결 이후 저작권법 제29조가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공연권이 제한되는 음반이 '판매용 음반'에서 '상업용 음반'으로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판결에서는 매장에서 튼 음원이 ‘판매용 음반’에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개정된 법률에서의 ‘상업용 음반’으로는 인정될 여지가 있다. ‘판매용’ 보다는 ‘상업용’이라는 개념이 넓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여기까지도 꽤 복잡한데, 마지막으로 좀 더 나아가 보면, 8월 23일 이후부터는 위 사건 프랜차이즈 매장 중 일부 업종에서는 ‘상업용 음반’이라고 하더라도 그 음원을 틀려면 공연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저작권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추가된 업종(커피전문점, 호프집, 휘트니스센터 등)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저작권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문제였으나, 요즘에는 저작권자의 권리남용이 문제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작권법의 목적이 저작권자의 보호 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양자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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