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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65)-두 개의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두 개의 결단
강신업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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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7  1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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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처음 해내는 것은 대개 지혜보다는 결단의 문제다. 고대 프리기아 왕국의 수도 고르디움에는 고르디우스라 불리는 전차가 있었다. 그 전차에는 매우 복잡하게 얽힌 고무 매듭이 묶여 있었는데,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정복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졌다. 지혜 있다는 사람들,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모두 매듭을 푸는 데 실패했다. 그 때 14살 소년이 나섰다. 어른들도 못한 것을 어린 소년이 한다는 데 모두들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소년은 등에서 칼을 뽑더니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렸다. 그 소년이 훗날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Alexandros the Great B.C.356~B.C.323)이다.

소년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 것은 용기의 산물이다. 다른 사람들도 칼을 쓸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매듭을 지혜나 힘으로 풀어야 한다는 가공의 룰에 지배당했다. 알렉산더가 범인(凡人)과 다른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전설에 매듭을 칼로 끊어서는 안 된다는 룰까지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을 바꾸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세계에서 나가야 한다. 주저주저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는 있을 수 없다. 용기로 뒷받침 된 ‘사고틀의 전환(Paradime Shift)’만이 세상을 바꾼다. 요즘 우리는 현실변혁에 필요한 두 개의 결단을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항구적 평화와 관련된 ‘트럼프 & 김정은의 결단’이고, 다른 하나는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로 신뢰받는 사법을 위한 ‘김명수의 결단’이다.

한국전쟁 종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문제는 당사국인 남북한 및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등이 70년간이나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이 매듭을 푸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어떤 합의를 내놓을지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사람이 이리 저리 상대방을 떠보며 변죽만 울리다 매듭엔 손도 대지 못한 채 한바탕 매듭풀이 쇼에 그칠지 아니면 고르디우스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린 소년 알렉산더처럼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이라고 하는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이익을 버리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이라는 매듭을 풀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지 등 해결방법을 놓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법원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소장파와 법원의 독립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선 안 된다는 중견법관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혼란과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은 사법구폐의 틀을 깨고 사법개혁을 이룰 호기다. 법원행정처가 안락한 의자에 깊숙이 앉아 일선에서 재판하는 판사들 위에 군림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다. 법원행정은 판결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사법부가 사법의 독립이라는 명분하에 특권과 혜택을 누리는 집단으로 더 이상 국민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김명수 대법관이 결단에 앞서 명심할 것은 법원은 법원 구성원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리더는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결단을 나중으로 미루고, 내가 해야 할 결단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것은 리더의 몫이 아니다. 물론 결단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때로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문제다.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은 사물과 사태를 직시하는 자세다. 리더는 고독 속에서 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다음 한 주는 한반도의 운명 그리고 사법 신뢰의 운명이 결정되는 한 주가 될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싱가포르의 트럼프와 김정은, 대법원의 김명수에게로 집중될 것이다. 부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지금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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