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알쏭달쏭 청탁금지법 해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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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알쏭달쏭 청탁금지법 해설 (2)
  • 정형근
  • 승인 2018.05.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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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교수
경희대 로스쿨 원장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수정·완성된 청탁금지법

1. 전혀 흠결이 없는 법으로 심사하겠다!

법을 만든 목적을 입법취지라고 하는데, 대개 간결하면서도 정갈하고 좋은 말이 나열되어 있다.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등의 금품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지금 청탁금지법이 시행 중이라서 금방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올 것 같다. 그러나 공직자는 커피 한잔 받아 마실 때도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 아침식사를 했던 식당의 주인이 선물하는 나무젓가락을 받으면서 “이거 김영란법에 문제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보도를 봐도 그렇다.

이처럼 애매한 법을 국회의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했는지 확인해 보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방문하면 제헌국회 때부터 20대 국회까지의 입법과정 자료인 회의록이 있다. 법안심사 등을 위한 소관 상임위원회의 회의록은 속기록 형식으로 되어 있다. 속기록은 완성되지 않은 대화체 문장으로 수십 면에 걸쳐 있기에 이를 읽으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녹취록을 연상하면 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였던 정무위원회(법안심사소위원회)는 2014. 4. 25.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이하‘권익위’)가 2013. 8. 5. 정부안으로 제출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하‘정부안’)을 기본으로 심사에 들어갔다. 그 당시 의원들도 정부안과 같은 취지의 법률안3건을 제출한 상태였다. 정무위 소위원장은 “이 법안을 정말 철두철미하게 심사해서 공직사회가 투명해지는 계기로 삼아 나갈 것이며, 아울러 이 법 자체가 법으로서 전혀 흠결이 없도록 철저하게 심사에 임할 것을 다짐합니다.”라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의 제정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인지하고 그 각오를 다짐한 듯하다.

2. KBS는 대상자로 하면서 MBC는 왜 빠진 거냐?

정부안은 법의 적용대상자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공직자와 공무수행사인으로 한정하고 있었다. 국회의원은 처음부터 법 적용대상자로 규정되었는데도 국회의원은 그 대상자에서 빠졌다는 오해와 비난도 컸다. 정부가 부패 없는 청렴한 공직사회를 지향하였기에 공직자로 그 적용대상을 한정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기에 언론사와 사립학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법안심의가 시작되자 누가 이 법의 적용대상자가 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KBS와 EBS는 대상자로 하면서 왜 MBC는 빠지게 된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KBS와 MBC를 비교하면서 모든 언론기관이 적용대상자가 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화된 것이다. 위원회에 출석해 있던 권익위 관계자는 “KBS와 EBS는 공직자윤리법의 공직유관단체에 포함되기 때문에 당연히 포함된 것이고, MBC는 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빠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한다. “언론은 입법·사법·행정 그 다음으로 언필칭 제4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권익위가 힘 있는 언론을 법 적용대상자로 집어넣으려다가 언론의 저항을 받아 포기하고, 공직유관단체라는 형식적인 논리로 KBS와 EBS만 포함시킨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언론기관을 적용대상자로 잘못 포함시켰다가는 언론에 대한 부당한 정부의 개입으로 비쳐질 것 같아서 KBS와 EBS를 제외한 다른 언론기관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냐?”는 반박도 나왔다. 의원들은 사이비 언론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기자들이 부정청탁까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규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이라는 게 “하늘에 대고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보고 지키라고 하는 것이므로 적용대상자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보면, 의원들이 처음부터 언론사를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법안심사에 임한 것 같다. KBS가 들어갔다고 하여 법적 지위가 다른 MBC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언론사를 포함시키려 한다는 논의는 당연히 세간의 주목을 끌었을 것이다. 엄중한 세월호 정국 탓이었는지, 정작 언론의 반발은 그리 크지 않았다. 만약 주요 언론사가 비판기사로 여론을 이끌어 갔다면, 그렇지 않아도 난해한 법안심사가 더 늦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이는 서울의 주요 언론사가 전국에 난립해 있는 중소규모의 언론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 버릴 의도로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한다. 아무튼 정무위에서 민간 언론사까지 법 적용대상자로 포함시켜 이 법의 정착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법 시행에 대한 호응도 조사 결과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95% 찬성률을 보인 반면, 언론인은 62%로 가장 낮았다는 보고도 있다. 그 결과 이 법의 정착을 위한 홍보역할도 기대되는 언론이 문제점을 주로 부각시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법 적용대상자와 관련하여 국·공립학교는 적용대상인데, 사립학교는 왜 빠진 것이냐도 문제되었다. 공립학교의 급식실, 보일러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돈을 받으면 안 되는데, 사립학교 교장, 교사가 촌지를 받으면 괜찮다는 것이냐 등의 질의가 이어졌다. 당연히 민간영역인 사립학교 교직원의 업무도 국·공립학교와 동일하고, 예산 지원도 받기 때문에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시킬 필요는 있다. 그러자 권익위 부위원장은 MBC나 SBS같은 언론사와 사립학교 역시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 적용대상자로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권익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의 공직자의 범위에 사립학교 교직원도 포함시켜 민간영역의 부패방지를 도모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입법화되지 못하였다.
 

 

3. 심의할수록 늪 속으로 빠져드는 애매한 법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2014. 5. 27. 열린 정무위에서는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와 같은 공직부패를 기존의 법률로 막을 수 없었느냐”라고 문제되었다. 어떤 법률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고발생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청탁금지법 제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청탁금지법의 제정 없이도 다른 법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율할 수 있으니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가자며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왔다. 그 분은 나중에도 법의 제정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익위 위원장은 세월호와 같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청렴한 공직사회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입법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관피아, 각종 스폰서,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평소 향응을 베푸는 행위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라는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하는 뇌물죄로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하여 정무위는 법 적용대상자를 KBS와 EBS처럼 기존에 규율대상으로 한 언론기관 외에도 민간영역에 속하는 언론기관도 공익적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포함시켰다. 사립학교와 유치원도 예산지원을 받고 그 직무 역시 공익성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 결과 정부안에 없던 사립학교와 등록된 언론기관도 포함되었다. 이처럼 대상자가 확대된 것은 의원들의 제안도 있었지만, 권익위 위원장이 “사립학교 관계자 및 언론 종사자들을 포함시킨 것은 위헌의 요소가 적고, 국회가 결정할 수 있는 입법정책적인 문제”라고 답변하여 동조한 영향도 있다. 최근 불거진 하나은행 등의 채용비리 관련 보도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의료나 건설, 금융 분야 등의 민간영역의 부패도 심각하다. 그래서 언론사나 사립학교를 포함시켰다면 다른 민간영역도 포함시켰어야 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권익위의 발언을 보면, 공직자의 범위확대에 대한 위헌성 논란 등의 문제점을 가볍게 여겼거나 위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때 보다 적극적으로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를 정부안처럼 순수한 공직자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으면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적었을 것이다. 아무튼 청탁금지법은 이렇게 서서히 역사의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어느 의원은 “이걸 심의하면서 느껴지는 건 무언가 해결이 되었으면 빠져 나와야 되는데, 자꾸 늪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거든요. 제가 볼 때 전 국민적으로 파급 효과가 엄청난 굉장히 중요한 법인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청탁금지법을 심의하면 할수록 깊은 늪 속으로 빠져가는 느낌이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인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이 법조인 출신이 아니어서 그렇겠지만, 지금도 청탁금지법의 해석·적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4.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입법화 실패

정무위는 정부안에 있던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대해서 더욱 심란해 했다. 이해충돌 규제의 한 유형을 보면, 예컨대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집에서 전세를 살던 중에 그 집을 매수하려는 경우에 교사와 학부모는 직무관련자와의 거래에 해당되므로, 그 부동산 매매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이렇게 새로운 규제를 만들자는 것이라 낯설기도 하면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나중에 심사하기로 보류했다. 그 결과 이 부분은 입법화되지 못했다.

정부안에 있던 이해충돌 방지 내용을 보면 ①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제11조), ② 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제12조), ③ 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활동 금지(제13조), ④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제한(제14조), ⑤ 소속 공공기관 등에 가족 채용 제한(제15조)에 관한 것이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추가 입법될 여지가 크다. 부정청탁과 이해충돌방지는 공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 요소라는 점에서 정무위에서 마련된 안은 애초 정부안에 비하여 자체완결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먼저 청탁금지법을 우리사회의 문화로 정착 시기고 난 후에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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