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3)- 나의 꿈은 너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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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3)- 나의 꿈은 너에게로 간다.
  • 정명재
  • 승인 2018.05.28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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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우리는 매일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루는 기쁘며, 어제는 분노했고, 하루는 슬프며, 어제는 기뻐했다. 지방직 시험이 끝났고 어김없이 수험상담이 줄을 이었다. 하나같이 현실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외로움과 목표의 좌절로 이야기 내내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험생이 지닌 감정의 골은 생각보다 상처가 많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메마른 표정보다도 견고한 고독감이 스며있었다. 독서실 또는 도서관에서에서 사투를 벌이듯 보냈던 길고도 지루한 수험기간이 몇 점의 점수를 득(得)하였는 가로 귀결되는 나의 짧은 질문 역시 마뜩하지는 않다. 그렇게 오늘도 몇 명의 수험생을 만났다.

꿈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 각자 모두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희망은 그들의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걱정할 때면, 화두(話頭) 하나를 품고 산다.‘버텨야 한다. 한 번만 더 해 보자.’최근 나는 이러한 화두를 중얼거리며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우리에게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이것을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희망을 삼기 마련이다. 돈이 그러하고, 합격이 그러하며, 건강이 그러하다. 특히,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남들과 비교할 때면, 상대적으로 더한 결핍이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나의 제자인 병진이가 서울 노량진으로 왔다. 그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수험생이다. 나는 그와 생활하며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며, 공부를 함께 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인 삶을 살아가는 병진이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것뿐만 아니라 그는 한 쪽 팔도 불편하다. 언뜻 보기에는 힘겹고 막막한 상황에서 그는 불행할 것이고 성격은 음울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병진이는 아주 유쾌하며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사람들과 대화 나누기를 즐겨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만, 몸의 불편함이 있을 뿐이다. 그는 오랫동안 홀로 공무원의 꿈을 가지고 수험생활을 하다, 우연히 나를 알게 되어 찾아온 경우였다.

병진이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정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10살 이전의 삶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의 삶은 시각장애와 신체장애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그는 전후(前後)의 삶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혼돈의 시간이었고 이후에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누구나 겪는 상황은 아니었고 그리 흔한 인생은 아닐 수 있는 병진이의 삶에 나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단정한 외모와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소박하지만 우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공무원의 꿈을 가진 야무진 30살의 청년이며, 부모와 형제 그리고 친구들을 배려할 줄 하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병진이의 꿈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으며, 병진이의 일상은 나와 다른 것이 없었다. 산책하기를 즐겨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보통의 인생이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우리는 그동안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다름을 이야기하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그들을 배려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본다.

수험생으로서 병진이의 점수는 만점에 가깝다. 이토록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열정과 끈기가 대견하고, 포기하지 않아 늘 넘어져서 아팠을 몸을 이끌고도 웃을 수 있는 여유에 나는 만점이라는 점수를 주고 싶다. 병진이의 꿈은 공무원 시험 합격이다. 합격! 그에게는 가장 절실한 단어라고 한다. 내가 늘 가지고 있어 그 소중함이 무디어졌을 합격이라는 단어를 그는 5년째 품고 있는 소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희망을 주고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돕고 있다. 나의 꿈이 그에게로 가서 더 큰 희망의 열매를 맺게 하고 싶었다. 아픈 사람이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불편한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사는 이의 힘겨움을 어루만진다.

우리는 수험생으로서 겪는 아픔을 자신만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매주 칼럼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면 나를 찾아왔던 그동안의 많은 수험생 그리고 합격한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과의 첫 만남이 생각난다. 그들은 힘겹고 지친 표정으로 막막한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내게 끊임없이 현실의 탈출구를 알려달라고 갈구했다. 고통을 해결할 방법으로 합격을 목표로 하였고 이를 위해 자신에게 길을 제시해주기를 바라면서 남은 힘을 다해 내게로 온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칼럼을 쓸 때면 늘 숙연한 마음이 들곤 한다. 이 글이 힘겨운 오늘을 사는 누군가와의 첫 만남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돕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부모님이 그러하고,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그러하며, 나와 함께 공부하는 수험친구들이 그러하다. 흔히,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이라 말하고 남을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 사회라고 말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수험가(受驗街)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선한 수험생이 많다. 그들도 나처럼 아프고, 그들도 나처럼 고독하며, 그들도 나처럼 꿈을 가졌다. 봄날의 거리에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개한다. 시원한 바람은 지친 하루를 위로하고 거리에 핀 작은 민들레는 홀씨에 소망을 담아 꿈을 노래하는 계절이다. 나의 꿈은 네게로 가서 속삭인다. 그 시작은 미약하고 작으며, 보잘 것 없이 보일지라고 언젠가 또 하나의 성숙한 민들레로 살아갈 것을 믿는다.

서울시 시험을 앞두고 많은 수험생들은 분주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는 한 달 간격으로 시험일정이 있어 어느 해보다도 힘든 수험기간을 보내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찾아올 수 있다. 나 역시 힘들고 지친 순간이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곤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그렇게 미약하고 작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그 때, 주변을 둘러보니 병진이가 곁에 와 있었고,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지나고 있었다.

힘을 내야 할 시간이다. ‘한번만 더 해보자. 그래, 한번만 더 힘을 내 보자.’이렇게 주문을 외워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단 하나를 잘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합격 5관왕을 하였고 합격생 80여 명을 민들레 홀씨로 떠나보냈다. 어제는 힘들었고 오늘은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내일은 더한 고통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미래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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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감사 2018-05-28 19: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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