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 / 야구응원가 저작권 논란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4) / 야구응원가 저작권 논란
  • 신종범
  • 승인 2018.05.25 10: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프로야구 중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 중계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야구를 보는 관중들의 모습이 우리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 관중들은 영화를 보듯 조용히 앉아 경기를 지켜 보면서 간혹 일어나 박수를 치는 정도로 자기 팀을 응원한다. 반면, 한국 관중들은 응원하는 팀에 따라 1루, 3루에 자리를 잡고 응원단을 중심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서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응원한다. 야구장이 가까워 가끔씩 가게 되는데(작년까지는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우리 딸이 이제는 아이돌에 빠져 방문 횟수가 많이 줄었다), 탁 트인 그라운드를 보며 좋아하는 호랑이 팀을 연호하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이러한 한국 야구 응원에서 관중들을 더욱 신나게 하고 응원의 흥을 한층 높여주는 것이 바로 각 팀마다 특색있게 부르는 ‘응원가’다. ‘응원가’는 각 팀별로 전체 응원가가 있고, 각 선수별 개별 응원가, 상황별(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거나) 응원가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응원가 사용이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총21명의 작사, 작곡가들이 삼성 라이온즈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운영하는 구단들이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도 받지 않고 그 음원을 응원가로 사용하여 문제가 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프로야구 응원가에 사용된 곡이나 노래는 음악저작물로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당연히 저작권이 제한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한 그 사용을 위하여는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잘 알기에 각 구단은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한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을 통해 저작권자 등에게 지불해 왔다. 그런데 왜 작사, 작곡가들이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것일까? 이들은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은 단순히 하나의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성된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가 가지는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인데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공연, 방송, 전송, 전시, 배포 하는 등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재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이다. 재산적 권리이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은 이를 양도할 수 있고, 상속의 대상이 된다. 한편,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가 갖는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지 공표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공표권), 저작물에 자신의 성명 등을 표시할 권리(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동일성유지권)가 그 내용을 이룬다. 저작인격권은 인격권이라는 특성상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하고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각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해 지급하였다고 하는 저작권료는 저작재산권을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작곡, 작사가 등을 비롯한 저작자들은 저작인격권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즉, 저작자들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준 권한은 저작재산권이고,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 권리이므로 여전히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는 것이다. 각 구단이 응원가로 사용하면서 문제되고 있는 저작인격권은 ‘동일성유지권’이다. 저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이 적법하게 이용되더라도 그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가 있는데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개사, 편곡 등을 통해 자신의 저작물을 변형하여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작자는 슬픈 분위기의 발라드 곡을 만들었는데, 이 곡이 편곡과 개사를 통해 빠른 템포의 흥겨운 응원가로 바뀌게 되면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문제된다. 결국, 프로야구 구단이 저작권료로 지급한 것은 저작재산권에 대한 것이고, 저작인격권의 내용으로 ‘동일성유지권’은 여전히 저작자에게 남아 있으니 저작자들은 그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은 5월 1일부터 선수 등장곡 사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통 저작권이라고 하면 저작재산권을 의미하고, 그동안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그다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응원가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저작자의 권리가 뭐 그리 침해되었나 싶기도 하고 더욱이, 이미 저작권료를 지급받은 저작자들이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 부당하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비디오 제작자가 영화를 비디오로 제작하면서 저작자인 영화감독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일부 분량을 삭제한 사건(영화 ‘하얀 전쟁’ 사건)이나, 드라마 제작사가 극작가의 허락도 받지 않고 대본에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인물을 드라마에서는 다시 살려낸 사건(일일연속극 ‘더 이상은 못 참아’ 사건), 그리고 역사교과서 집필진들이 교육부의 수정지시를 따르지 않자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한 사건(‘역사교과서 수정사건’) 등을 보면, 저작인격권이 중요한 권리임을 알게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야구장에서 응원가를 부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번 응원가 사건이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오현 2018-05-25 18:04:02
응원가 만들때 미리 확인하고 안된다고 하는 곡은 응원가에서 빼고 가능하다고 하는 곡으로 선정하면 되는것 아닌가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