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0)-승자(勝者)와 패자(敗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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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0)-승자(勝者)와 패자(敗者)
  • 정명재
  • 승인 2018.05.0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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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국가직 9급 발표가 있었다. 합격한 이들은 기쁨의 웃음을 지어 보지만, 아쉽게 떨어진 이들의 마음은 조금은 아련하고 슬픈 시간이었을 것이다. 연중 상반기에 공무원 시험일정이 몰려 있다. 3월부터 법원직을 필두로 하여 6월이면 거의 모든 시험이 끝나고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 발표한 국가직 합격자 중 한 명인 병준이 수험생을 소개한다. 그는 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넉넉지 않은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늘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곤 했다. 작년에 나를 찾아왔을 때 그의 모습은 지치고 피곤한 얼굴이었으며 머리에는 늘 모자를 눌러 쓴 채 다녔다.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그는 건강하고 잘생긴 청년이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이번에 합격 소식을 전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생활은 여전히 바쁜 스케줄이었다. 대학 학점을 이수하느라 바빴고,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지내다 시험에 응시하였다는 것이다. 거의 시험 막바지에야 공부할 짬이 나서 응시한 시험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오늘 합격 소식을 들은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는 늘 성실하였고 시간을 쪼개서라도 공부를 하는 의지와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가방에는 도시락을 두 개씩 준비해 식사 시간을 아끼는 습관 역시 예전 그대로였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병진이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매일 나와 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고 공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 지도 두 계절을 지난다. 평소 병진이 수험생을 생각하면서 나의 존재 이유를 찾곤 했는데, 내가 쓴 수험서와 내가 진행하는 강의를 잘 들어주는 수강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신체조건을 가지고도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나는 그를 대하며 늘 경외감과 안쓰러운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그에게는 부족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왼쪽 손과 발이 불편하다.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그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은 전혀 아니다. 병진이는 늘 밝은 목소리와 힘찬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씩 내게 걱정과 불안감을 전한다. 나를 만나기 전 이미 2년 넘게 고독하게 시험 준비를 하였고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우연히 나를 만난 것이었다. 그의 앞에 놓인 기회를 알려주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으며 이것이 그와 맺은 나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렇게 오늘은 두 명의 수험생과 통화를 하고 만남을 가졌다.

부족한 것이 오히려 축복이다. 모자라고 불리한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에서 본 두 명의 수험생 이외에도 그동안 합격시킨 많은 수험생들을 떠올려보니 불현듯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병진이 수험생에게도 전한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진 것을 느끼지 못하고 부족한 것에 초점을 두고 살아가는 일이 참 많다. 속담에도 있듯이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없을 때가 그러하고 기회가 없을 때가 그러하다. 돈이 없을 때가 그러하고 체력이 안 될 때가 그러하다. 그러나 주변을 한번 돌아보니,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과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뿐이다. 똑같은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일 뿐 모두가 다르다. 그럼에도 비교는 한결같은 잣대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수험생은 합격에 의미를 두고, 사업가는 성공에 목표를 두는 일이 전부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중시되는 사회풍토 역시 이러한 성과지향적인 삶을 부추기는 듯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눈물 젖은 빵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이란 신호도 없는 인생에서 마지막 눈물을 삼키며 살아가다 우연히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누구나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 크기가 서로 달라 보일 뿐 모두 같은 것이다. 오늘, 성공과 실패라는 세상의 잣대가 누군가는 합격생, 누군가는 불합격생으로 만들었다. 이번만 그대가 이긴 것이고 이번만 그대가 진 것일 뿐이다. 세상에 성공을 맛본 모든 이들이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참고 견디며 이겨낸 시간에 승자(勝者)는 실패자라는 낙인(烙印)이 쓰인 그 상처에 새 살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앞서 병준이는 지금까지 2번의 합격을 하였다. 그러나 내가 본 그의 삶은 굴곡지고 엎어진 상처에 굴하지 않고 하루를 견뎌낸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각장애를 가진 병진이 역시 지금의 밝은 성격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까지 많은 밤을 고민하고 힘겨워했을 것을 안다.

2주 뒤에는 지방직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국가직 시험이 끝나고 하루도 쉼 없는 날들을 보내며 수험생들을 위한 자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최선을 다하여 남은 2주를 그들과 함께 보내려 한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공부를 하는 것도 기적같은 일이지만, 매일 밤을 지새우며 수험서를 만들고 시험을 연구하는 것이 즐겁다니 이 또한 내게는 기적이다. 한번도 생각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냥 한번 해보자는 외침에서 시작한 일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매일 반복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어 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연구하는 일이 나의 직업이 되었다. 공무원 수험생들을 합격생으로 만드는 일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소수직렬의 수험서를 만들고 수험생의 의지와 잠재력을 이끌어내 그들을 합격생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나와 그들의 희망이 되었다. 누구나 공무원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천 일(千 日)의 시간 밤을 새우며 깨달은 바가 이러하다.

시험에 불합격하였는가? 괜찮다. 실패와 좌절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아주 많이 힘든 날이 내게도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벌판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고 마음 하나 정해 떠난 것이 지금의 이 길이다.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 전에 나는 지금의 삶을 늘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누군가에게 길을 인도하며 조언(助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누군가의 꿈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 신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힘들고 지친 몸은 억지로 하루를 버틸 뿐이다. 조금 일찍, 내가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다. 그래도 버티고 견디며 수험서를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합격생을 만들고 직접 시험장에 들어가 시험을 보며 합격을 하고 있는 지금이다. 지방직 시험일이면 나 역시 시험장 교실 어느 책상에서 시험지를 기다리는 수험생이 된다. 그렇게 그날을 위해 수험생들과 이 새벽을 지나고 있다. 도전하는 젊음이 되어라. 이루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자. 시도하지도 못한 것을 후회할 날들이 많다. 인생이란 살아보니 그러하다.

지금 수험생이 된 그대는 축복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도전하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고민만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지금 수험생의 길을 걷고 있는가? 그렇다면 결심을 하고 합격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도시락을 두 개 준비하는 병준이의 열정과 앞이 보이지 않는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몇 년의 시간을 합격을 위해 노력하는 병진이의 발자국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평범한 수험생에서 시작하였고 이제 완주를 앞에 두고 있다. 우리 모두는 마지막 피날레를 위해 이 길을 떠났을 것이다. 중간에 불어오는 비바람과 모진 시련을 예상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결심하였을 것이다. 처음의 그 마음처럼 걸어라.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상념을 버리고 오직 완주본능만 기억하라. 너무 힘이 들고 지친 날에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살아가자. 그렇게 시험이 끝난 후에는 조금은 복잡한 인간이 되어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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