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9)-봄날이 오다
상태바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9)-봄날이 오다
  • 정명재
  • 승인 2018.04.30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화창한 햇살에 눈이 부신 봄날이 왔다. 길가에 작고 소담하게 핀 꽃 한 송이가 계절의 전령이 되어 눈인사를 하는 시간이면, 우리 수험생들의 마음은 바빠지곤 한다. 5월에는 지방직 시험이, 6월에는 서울시 시험이 성큼 다가옴을 느끼기 때문이다.

노량진의 골목 어귀에도 수험생의 마음을 사로잡는 봄바람은 불고 있지만, 총총거리는 발걸음은 바쁜 시험일정에 맞춰 걷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보는 풍경은 참으로 다채롭다. 세상에 걱정 없는 것처럼 사는 이도 보이고, 세상의 걱정을 다 안고 사는 이들도 보인다. 화려한 도시의 쇼윈도 속 형형색색의 상품들이 보기 좋게 진열된 그 거리를, 폐지를 한 가득 실은 손수레가 지나는 풍경이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한 수험생과의 상담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만일 제가 시험에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지나가는 손수레 끄는 분들의 일상이 마치 제 미래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너무 심합니다.”라며 불면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날씨가 화창한 계절이면 상대적으로 본인만 더 우울하고 불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시험공부가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많지만, 반면 불합격을 여러 번 경험한 이들에게는 시험공부가 그리 즐겁거나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한번은 경제학적으로 합격확률과 불합격확률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기대수익을 계산해본 적이 있다. 많은 수험생들이 도전하는 직렬인 일반행정직렬의 경우 합격확률은 2% 남짓이다. 평생수익으로 연금까지 합한 금액에 합격확률을 곱하고, 떨어질 확률에 수험비용을 곱해 합산하면 기대수익을 구할 수 있다. 놀랍게도 1년 이상 공부할 경우부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경제학적인 면을 떠나서 심리적으로도 1년 이상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을 만나 상담을 해 보면 그 심각성은 생각보다 크다.

심리적인 박탈감과 불안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내재되어, 홀로 있는 시간에 익숙하게 되고, 외부와의 차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성친구는 금물(禁物)이요, 오락과 게임을 멈추고, 핸드폰은 폴더폰으로, 친구와의 연락마저 사치처럼 여기며 지내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는 이러한 고립감을 부추기는 것이다. 과연 어떤 인간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고립감과 외로움을 견디면서 1년을 넘게 살아간단 말인지. 시중에는 독해야 살아남는다, 독종처럼 공부하라는 식의 수험생 가이드북이 넘쳐난다. 이러한 책을 탐독하고 지내면서 합격으로 좋은 결과를 본 수험생도 없지는 않겠지만, 내가 만난 다수의 수험생들은 실패와 좌절의 시간에 더욱 심한 통증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수험생활을 한 수험생이 있었다. 상담을 통해 만난 그는 공부를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다. 얼마 전 합격소식을 전했다. 그동안 서른이 훌쩍 넘었고, 지치고 지친 마음에는 합격의 기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긴 우울증이 왔다. 합격이라는 이야기 한 번, 입에서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고 그동안 그의 마음에는 돌덩이처럼 굳어진 외로움과 슬픔이 서려 있었을 것이다. 고립감과 우울증이 낳은 합격후유증(後遺症)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수험생들은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노량진에서 3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수험생들의 틈에서 공부방법을 연구하며, 교재를 집필하며 강의를 하고 있다. 수험생들과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찾아주고, 공부재미를 가르치는 일을 즐거움으로 여기며 살아온 날들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합격생들이 되었고 지금은 어엿한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나의 제자들이 되었다. 강의 첫해에는 두 달의 시간에 7급 합격생을 만들기도 하였고, 6개월의 시간에 장수생을 합격생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최근에도 3개월 만에 합격생이 탄생되는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이러한 일을 주변에서는 기적이라 말했지만, 사실 그들의 잠재된 의지를 이끌고 나의 공부기술이 더해진 결실이라 생각한다. 이후로도 나를 찾는 수험생들을 합격생으로 만든 일은 많다. 찬도는 2관왕, 대석이 2관왕, 선주는 3관왕, 병진이 2관왕, 현철이 2관왕, 대성이 3관왕 등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의 시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나는 그들과 작은 교실 하나에서 수업을 하였고, 작은 서재 한 모퉁이에서 수험서를 집필하였으며, 전체 과목을 강의하며 수험기간을 내내 같이 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나를 찾는 수험생들과 새벽을 누비며 수험서를 집필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시험공부란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공부를 잘 하는 이들은 없었다. 나를 찾는 수험생들 다수는 공부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초보생이거나, 오랜 기간 공부에 지쳐있던 장수생들이었다. 이들에게 처음 가르치는 공부법은 공부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공부할 분량은 많지 않고, 암기할 부분 역시 많지 않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 다음은 단순한 반복의 힘을 기르도록 노력하였다. 나 역시 공부기간이 기껏해야 두 달 정도 시간에 합격하였고, 짧게는 일주일 공부로도 직렬 수석을 한 적도 있기에 자신 있게 나의 공부법과 공부방식을 전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일은 없다. 합격을 여러 번 한 경험이 있지만, 새로운 분야의 책을 처음 대할 때면 두려움과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러나 책을 빠르게 한 번 읽고, 다시 두 번째 볼 때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세 번째 볼 때는 암기가 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특히, 내가 집필하는 소수직렬 수험서 중 상당수는 전국에서 유일한 저서이기도 한데,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강의를 참고하거나 책을 참고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논문을 뒤져 읽어보고 법률 조문을 찾아서 공부해 보니, 이해가 되고 정리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며 공부에 대한 안목과 요령을 터득한 것일 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단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월이면 공무원 시험이 있는 달이다. 지방직 9급 시험은 각 지자체별로 선발하는 시험이므로 각자가 고향으로 내려가 시험에 응시하고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날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부모님이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시험에 합격하려 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에서 출발하였다. 자신을 죽이고 버리며, 고독감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아파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닌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을 내게 묻는 수험생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힘주어 말하곤 한다. 공부란 재미있으면 잘 할 수 있다. 공부하는 방법을 잘 배웠으면 온전히 실천하고, 공부를 하되 재미있고 잘 되는 날이면 밤을 새우면서도 기쁘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며, 너무 지치고 힘들어 하기 싫은 날이면 하지 말고 자야 한다고. 그리고 깨어 있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가까운 목표에 뜻을 두며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봄날은 왔고 공부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이제 3주 후면 쾌청한 어느 하루,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 줄 좋은 기회가 온다.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오래 공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회가 더 필요하다고 투정부리지 말며, 지금 앞에 놓인 시간을 잡아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확신에 찬 공부를 하자. 분명한 결심으로 미래를 준비하자. 우리가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