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발행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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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발행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 오시영
  • 승인 2018.04.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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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한 번 더럽혀진 세상을 깨끗하게 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더럽혀진 세상은 제 스스로 계속 더러워지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어 깨끗해지려는 반작용에 반동한다. 하지만 본질은 깨끗함이기에 더러움은 결국 부분적으로 깨끗해지는 과정을 통해 전체가 깨끗해지려는 속성이 있다. 일부씩 계속 더럽혀지면서 다른 일부가 계속 깨끗해지는 순환자정능력을 갖는다. 자정능력이 떨어지면 할 수 없이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정능력의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적절한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세상은 더욱 맑아질 수도 있고, 더 더러워질 수도 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고 하지만, 고철이 용광로에서 녹은 후 새로운 철제품으로 태어나듯 완전히 새로워질 수도 있다. 깨끗함과 더러움의 한계점에서 시지프스의 바위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 떨어질지 심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이다. 촛불혁명을 통한 민심의 결집을 새로운 제도로 안착하는 과정에 기득권의 반발은 여전히 극심하다. 흩어진 힘들이 느슨한 연대 상태로 풀어지자 마치 공기처럼 그 틈새 사이로 맑은 기운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괄약근을 조이듯 다시 한 번 촛불혁명의 그 투명하고 맑은 하나의 정신이 새롭게 결집되어져야 할 시점이다.

자랑스럽기만 해야 할 세계 일류기업 삼성이, 계속해서 더러움의 상징이 되어 세상을 소란케 한다. 첫째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를 조건으로 뇌물을 주고 경영권 승계를 받았는가 여부이고, 둘째가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라 의심받고 있는 주식회사 다스에 대한 미국 재판비용을 뇌물로 대납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원 포인트 특별사면을 받았는가 여부이고, 셋째가 위와 같이 특별사면된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청탁성 뇌물을 주었는가 여부이고, 넷째가 삼성 근로자들의 노조설립을 방해하거나 설립된 노조 파괴를 책동하여 노동조합법 등을 위반하였는가 여부이고, 다섯째가 삼성증권이 어떻게 발행되지도 않는 유령주식을 발행하여 주식시장을 교란하여 경제질서를 어지럽혔는가 여부이다. 어느 것 하나 세계 일류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이나 자부심을 찾아볼 수 없는 음험하고 암습한 양아치 짓 같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4월 6일의 1심 형사재판에서 24년 징역형과 180억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기소된 18개의 범죄사실 중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특이한 점을 들라면 첫째 공범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정유라에 대한 세 마리 마필 제공 부분을 그대로 유죄로 판결한 것(이재용에 대한 항소심재판에서 정형식 재판장은 이 부분을 무죄로 인정하고 이재용을 2년 6월로 감형한 후 집행유예로 석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이고, 둘째 이재용 부회장이 미르재단 및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출연 등의 행위로 뇌물죄로 기소되었다가 무죄를 받았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범죄사실은 “삼성전자에 현안(경영권승계)이 없었기 때문에 현안 해결을 청탁할 일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를 1심재판부가 이재용 재판과 동일하게 유지하였다는 점이다.

이 점은 엄청난 국민적 비판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제일제당의 합병(이 합병을 통해 제일제당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소주주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소유할 수 있게 되어 삼성전자의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었다)을 처음부터 반대(삼성전자의 주식을 과소평가하고 제일제당의 주식을 과소평가하는 편법을 써서 상대적으로 제일제당 주식을 많이 가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더 많이 할당받을 수 있도록 한 합병안이 부당하여 반대했던 것이다, 이렇게 반대할 때까지는 국민연금공단이 제 정신이었다)하던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찬성하게 되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이 맡긴 연금 손실로 이어져 연금의 주인인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의 대가로 찬성하도록 지시함으로써 합병이 성사되어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현안이 없다고 판단한 1심재판부의 판결은 결국 “삼성 봐주기 판결”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것과 모순된다).

두 번째 물의를 빚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에 대한 뇌물죄의 대가로 이건희 회장의 1인만의 특별사면이 단행되었는가 여부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위 사실에 대해 기소가 이루어졌으므로 재판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세 번째 사안인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IOC 위원들에 대한 금품 수수 등의 불법행위가 자행되었는가 여부인데, 이 역시 수많은 증거문서들이 압수됨으로써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적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감추고 덮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과 그래도 드러내어 다시는 이러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부당한 절차의 허용이라는 잘못된 과거의 관행을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하다. 어설픈 애국심과 맑은 정의감의 충돌 앞에서 혼란스럽기가 그지없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IOC 금품로비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하고, 특별사면의 대가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 위원에 대한 금품로비”로 이어지는 꼬리물기가 되고 있으니,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결국 마지막 단추는 꿸 고리를 찾지 못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만다.

네 번째 물의사항인 노조파괴라는 전 근대적 범죄사실인데, 그 동안 무노조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이 다스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6천여 건의 압수된 문서에서 노조파괴를 기획하고 실행한 증거자료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현재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조만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 전부터 언론과 수사기관 등에 대한 로비 등을 통해 노조파괴행위로 의심받을 수많은 불법행위들을 증거불충분이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으로 잠재워온 삼성의 나쁜 습관이 이번에는 된통 서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증거 앞에 할 말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핵폭탄 같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발행사건”은 우리 증권거래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최악의 한국경제교란행위”로 경제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량 위조지폐발행”과 다름 없는 최악의 경제범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증권의 주식발행한도는 1억2천만 주이고, 그 중 현재까지 실재 발행된 주식은 8,930만주이며, 4월 5일 주식종가는 주당 39,800원이다. 그렇다면 삼성증권이 발행한 총 주식가치는 약 3조5,54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3조가 넘는 거액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다니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오전에 법적 발행한도를 23배나 초과한 28억3162만주, 시가로 쳐서 112조6984억 원어치의 “유령주식”을 발행 등록하였고, 그 중 501만3000주(시가 약 2천억 원)가 증권시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유통이 되었다. 삼성증권의 이번 유령주식발행사건은 전산을 조작하는 한 사람의 증권맨에 의해 대한민국 증권시장이 붕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어떻게 삼성증권의 내부 결제 통제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 및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 등으로 “개미투자자인 국민”들만 소위 큰 손들의 봉이 될 수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첫째로 “정식으로 발행되지 않는 주식을 어떻게 증권거래 전산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느냐 이다. 현재 시스템이라면 전산 직원 누구나 “유령주식을 정당한 주식처럼 버젓이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증권회사 등이 이전에도 이러한 “불법행위”를 자행한 적이 없었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주식 공매도의 신뢰성 문제”라고 할 것이다. 주식 공매도 방식에는 “차입공매도”와 “무차입공매도”가 있다. 차입공매도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로부터 공식적으로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나중에 주식을 사서 다시 갚는 방식”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빌려서 파는 공매도자는 빌린 주식을 먼저 비싸게 판 후 나중에 싸게 사서 그 차액의 이익을 보거나, 나중에 더 오르게 되면 손실을 보게 된다(보통 주식시장은 공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거래량이 늘게 되어 이번 사태처럼 주가가 폭락하게 되어 그 이후 폭락한 가격으로 되사게 되어 그 차액 상당의 이익을 공매도자가 취할 수 있다. 반면에 더 큰 세력이 개입하거나 공매도 전략이 잘못 되게 되면 싸게 팔고 비싸게 되사게 되어 엄청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러한 차입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실재 주주로부터 빌린 주식에 대한 거래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투기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허용되고 있다.

반면에 무차입공매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주식, 즉 남으로부터 차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없는 주식을 매도한 후 나중에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여 메꾸어 넣는 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에 공매도자가 주식을 나중 매수해서 공급을 해 주면 문제가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주가가 오르거나 폭망하여 주식을 매수하지 못해 공급을 못 할 경우 주식을 매수한 사람이 주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시장 교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증권시장에서 무차입공매도는 금지하고 있다. 즉 차입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준 자와 빌린 자 사이의 문제만 발생할 뿐 주식을 매수한 자는 주식 공급을 받는데 지장이 없는 반면, 무차입공매도는 주식이 없기 때문에 공매도자의 신용에만 의지하게 되어 매수자가 주식을 공급받지 못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자사주를 가진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씩의 현금배당을 입력한다는 것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1,000주를 입력하는 바람에 발생한 실수(1,000원이 3,980만원으로 팽창한 것이다)라며, 이러한 실수를 악용한 일부 직원들이 자신들의 주식통장에 잘못 입금된 주식을 500만 주 넘게 팔아 버리는 모럴 헤저드로 인해 주가가 하루만에 11% 넘게 폭락하였다며, 이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거래물량이 대량으로 나오자 삼성증권에 악재가 있다고 판단한 선의의 주주들이 주식을 투매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들의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문제는 그 동안 상장회사들이 주식공매도라는 방법을 통해 자사의 주가를 조작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을 수 없이 받아왔다는 점이다. 즉 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차입공매도 방식으로 빌린 주식이나 자사가 가진 주식을 고가로 매도한 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주가를 급격히 떨어뜨린 후 다시 재매집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위 전산실수라고 우기는 방식을 악용한다면 차입공매도 없이도 허위로 유령주식을 발행하여 고가로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싼 값에 되사서 그 차액을 착복한 후 전산자료를 삭제 폐기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국민적 의심이 일어나고 있고, 이에 대해 삼성증권 및 금융감독원 등이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돈 놓고 돈 먹기라고 한다. 가진 자들이, 시스템을 작동하는 자들이, 칼자루를 쥔 자들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악을 행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나쁜 짓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대주주들의 주식 보유형태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를 개혁하여 올바른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여야만 국가경제가 제대로 정립된다는 강한 개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김기식 전 의원이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대기업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자유한국당 등에서 김기식 원장의 의원 시절 외국출장경비조달문제를 내세워 그의 도덕성을 공격하며 그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직 시절이나 낙선 후 시민운동 과정에서 붙여진 금융개혁을 위한 ‘저승사자’라는 닉네임이 상징하듯 그의 거취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작은 실수마저 용납하지 않는 맑은 물을 요구하다가 엄청 크고 더러워진 금융 불법에 대한 개혁을 못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작은 구시대의 관행에서 빚어진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를 개혁의 심부름꾼으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결국 국민 여론이 결정할 문제라 할 것인데, 이번 삼성증권의 유령주식사태에 대한 그의 해결능력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 하겠다. 세상은 어디까지 얼마쯤 맑아야 하는 것일까, 이 더럽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죽림칠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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