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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봄이 온다... 가을이 왔다.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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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6  10: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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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봄이 오고 있다. 말 그대로 오고 있다. 한창 올라오는 벚꽃이 알려준다. 지지 않은 목련이 벚꽃과 개나리들을 맞이하고 있다. 봄이 꽃들과 함께 흐드러지게 오고 있다.

꽃놀이 철이다. 꽃은 새로운 생명이자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나는 에너지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꽃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는 자신을 한 없이 아름답게 만든다. 그래서 보는 이의 넋을 뺀다. 그러니 꽃을 보면 새로운 삶의 에너지와 사랑의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봄꽃을 보고도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인류의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새로움의 상징인 봄이 예정대로 오고 있다. 잠시 바쁜 일과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라. 봄이 와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 봄 기운에 너무 취해있으면 일상으로 못 돌아간다. 봄 바람이 난다. 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된다.

그렇다. 그런 봄이 왔다. 주체할 수 없는. 아니 자신의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의 인생 스승이신 이영석 박사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아부를 하는 인간형에 관한. 아부를 하는 인간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지조형’이다. 이 유형은 자신이 아부를 하지만 지조를 지키는 유형이다. 그래서 가끔 아부를 하는 상대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아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에 대한 충성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다. 자기 확신이 강한 형으로 무엇을 할지 쉽게 예측이 된다.

두 번째는 ‘살살이 형’이다. 그저 살살 거리며 아부를 한다. 만약 자신이 아부를 더 이상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이 서는 순간 다른 상대를 찾아간다. 간과 쓸개가 없는 유형이다. 이 유형 역시 향후 행보가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세 번째는 ‘변화형’이다. 이 유형의 인간들은 지조를 지킬지 살살거릴지를 자신도 알지 못한다. 정말 변화무쌍한 유형이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동물적인 본능이다. 자신이 아부를 한 대상이 위험한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옆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반대편에 아부를 하여 위기를 타파할 것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그저 동물적인 감각이 시키는 대로 한다. 무엇을 할 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장 위험한 유형이다.

봄이 왔는데... 그런데 아부의 유형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의아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에 대입하면 재미있는 고리가 있다.

한반도에도 정치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봄이 오는 듯하다. 2018년 들어와서 한반도의 냉전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남한 예술단이 4월 1일 북한에서 한 공연의 제목을 보라. ‘봄이 온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이 공연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관람을 하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예정에 없던. 그는 공연 중에 도종환 문화부장관에게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보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라고 했다. 즉흥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결실을 만들어보자는 이 메시지는 남한측에 많은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그래서 4월과 5월로 잡혀있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리가 더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렇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그 뒤 가을이 필시 온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역사의 순리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모든 이들은 그 순리가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반도의 역사는 바람과 현실이 잘 안 맞아 왔다는 것을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이야기해준다. 1970년대 데탕트 시기. 1991년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만들어지던 시기. 김영삼 정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4자 회담이 열리던 시기. 1994년 북미 제네바 회담 이후 북미관계 개선 시도 시기. 2000년 6.15정상회담 이후 시기. 2007년 10.4정상회담 이후 시기. 가까이는 김정은 위원장 취임 이후 북한 식량문제로 이루어진 2012년의 2.29합의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탄이 났다. 그래서 한반도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너무나 안타깝게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았다.

그러면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과거와 달리 현재 김정은 체제는 다를까? 달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하지만 냉정한 이성은 그 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2012년부터의 지난 6년간의 기간을 보라. 젊은 지도자.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지도자. 서구식 놀이공원과 NBA를 좋아하는 지도자. 이런 이미지는 많은 이들에게 북한에 대한 변화를 예상하게 했다. 그러나 이후 통치 방식은 전혀 서구적이지 않았으며 고답적이었거나 퇴행적이었다.

북한이 2018년 들어 전향적인 태도로 바꾼 것은 외부상황이 주는 압박에 따른 전략적인 판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2월 31일의 김정은과 2108년 1월 1일의 김정은이 하루 사이에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동화 속 스크루지영감이 아니라면.

여기서 궁금한 것은 ‘한반도 봄 도래와 냉전 해체’라는 칼자루의 한 쪽을 쥐고 있는 김정은이 과연 어떤 유형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현재 북한이 처한 국제적 제재와 그에 따른 국내통치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인 고려가 김정은을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면 이 상황에서 그는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앞서 본 ‘아부 유형’은 그런 점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통찰을 준다. 김정은도 현재 상황에서 한국을 활용하여 미국과 현재 상황을 돌파하고자 한다. 그가 보여준 지난 7년간의 행동들이나 2018년 현재 보여주고 있는 변화무쌍한 행보들로 유추할 때 김정은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변화형’에 가깝다. 그래서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는 순간순간을 즐긴다. 지난 7년간 방문한 적이 없는 중국을 다녀오고 남측 공연장에 나타나서 할아버지 때처럼 훈시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사방이 꽃이다. 봄이 오고 있다. 계절이라는 순리를 따르면서. 그리고 역사의 순리를 따르면서 지긋지긋한 냉전을 끝내고자 하는 봄도 오고 있다. 우리는 봄이 가면 여름이 그리고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안다. 계절은 항상 그랬다.

한반도의 역사도 그 순리를 따랐으면 좋겠다. 김정은의 본능이 역사의 순리를 알아채고 그 역사를 따르기를 바란다. 그래서 봄이 온 자리에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혹시 봄만 즐기다 여름에 누워버리면 어쩌나? 변화무쌍한 인간이라 그게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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