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금지 헌법소원’ 낸 군법무관 강제전역 위법
상태바
‘불온서적 금지 헌법소원’ 낸 군법무관 강제전역 위법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3.2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청구권 행사, 불복종 목적 아니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군대 내 불온서적 반입 금지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을 징계하고 강제전역시킨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육군 법무관이었던 A는 동료 군법무관들과 함께 국방부장관의 군내 불온도서 차단 지시 등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고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처분 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2일 “원고의 재판청구권 행사가 정당한 지시에 불복종해 군 기강을 저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헌법소원 청구 전에 군 내부의 사전거의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A에 대한 징계처분 및 전역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군인이 상관의 지시와 명령에 대해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되는지 여부로 이와 관련해 대법원 다수 의견은 “상명하복에 의한 지휘통솔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인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할 복종의무가 있는데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해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재판청구권이 군인의 복종의무와 외견상 충돌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상관의 지시나 명령 그 자체를 따르지 않는 행위와 상관의 지시와 명령은 준수하면서도 그것이 위법·위헌이라는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구별돼야 한다”고 구분했다.

즉,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 자체로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직접 위반되지 않으며, 사법적 판단에 따라 위법·위헌 여부가 결정되므로 재판청구권 행사가 곧바로 군에 심각한 위해나 혼란을 야기하지도 않는다는 것. 또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준수하는 이상 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다수 의견의 판단이다.

이어 “군인이 상관의 지시와 명령에 대해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것이 위법·위헌인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 군 내부의 상명하복관계를 파괴하고 명령불복종 수단으로서 재판청구권의 외형만을 빌리거나 그 밖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다면 정당한 기본권의 행사라 할 것이므로 군인의 복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지시의 위헌성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해당 지시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하는 것 외의 다른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전에 지휘계통에 따른 건의절차를 거칠 의무도 부정했다. 다수의견은 지휘계통에 따른 의견 건의와 불편에 대한 상담 및 고충심사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및 제25조 에1항 규정이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은 안이라고 봤다.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이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해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부분은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복무와 관련된 사항을 ‘법령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며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은 대표적인 법령에 의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군무 외 집단행위 금지 위반,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도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군모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헌법소원을 수임한 소송대리인이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관해 언론 인터뷰에 응한 행위를 A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했다.

결국 A의 헌법소원 청구와 관련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징계사유와 동일한 현역복무부적합자 조사위원회가 처분의 근거로 삼은 부적합 세무내용 사실도 인정될 수 없으므로 전역처분 또한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해 고영한, 조희 대, 박상목, 이기택 대법관은 “이 사건 징계처분은 군 내부적인 시정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채 다른 법무관들을 규합해 집단으로 이 사건 지시에 불복종하려는 수단으로 헌법소원제도를 이용했음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위법하다면 향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을 이룬 군인들이 재판청구권의 행사라는 명목을 빌려 불순한 의모의 군무 외 집단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제대하기 어려워져 군기문란은 물론 국가 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사건은 군인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유보원칙이 준수돼야 함을 확인한 것”이라며 “군무 외 집단행위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문에 배치되는 행위라는 기존 법리를 확인하고 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