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조인력양성제도와 비교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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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조인력양성제도와 비교형량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3.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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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영화 호사가는 아닐지라도 누구나 다시 보고픈 한 두 작품은 있기 마련이다. 기자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전쟁과 전우애, 조국애를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밀러 대위와 7인의 대원은 3형제가 모두 적진에서 사망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막내 라이언 일병을 귀국시키는 특명을 부여 받고 험난한 전장을 누빈다. 나약하기만 한 동명이인 라이언들을 만나며 이들은 좌절한다. 단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지만 라이언 찾기는 계속되고 결국 두 명의 전우를 잃는다. 마침내 극적으로 찾은 라이언 일병. 용맹스럽고 전우애가 투철한 라이언의 모습에 모두 안도하며 그의 귀국을 종용하지만 그는 다리를 사수해야 한다며 극구 귀국을 거부한다. 대원들은 결국 함께 다리를 사수하기로 하고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이 전투에서 밀러 대위를 비롯한 모든 전우들이 사망하고 라이언만 생존한다.

4형제 모두를 전장에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다며 단 한 명만이라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려는 미국 정부의 결단, 그리고 그 결단은 왜 한 명을 위해 여덟 명이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교형량의 명제는 적지 않은 과제를 던진다. 하지만 영화는 또 다른 굵직한 무엇인가를 던진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법적으로도 정당행위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도 사회 상규로 비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생명’은 천부인권이라는 고귀함은 결코 포기되어서도 포기해서도 안 되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선행된다.

생명권 이외의 권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좀 더 이득을 보고 좀 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국제질서에서든, 국내사회에서든, 단체든, 개인간 일상에서든 비교형량의 문제는 삶이 계속되는 한 시소게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교형량(비례의 원칙)의 문제는 최상의 헌법해석 도구가 된다.

각종 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2009년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나 반세기 동안 법조인 양성을 도맡아 왔던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제도가 폐지되는 것 또한 같은 이치다. 로스쿨 제도로 좀 더 이득을 보는 자가 있고 사법시험 폐지로 불이익을 받는 자도 있다. 후자를 두고 헌법재판소는 사실상의 불이익은 차치하고 법률상의 불이익, 권리 침해가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남았다며 최근 대한법학교수회, 대한법조인협회 등이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황이다.

로스쿨 제도도 순항만 하는 형국은 아니다. 고비용 구조 해소, 교육 내실화 다지기 등의 과제도 남은 데다 졸업 기수별, 즉 변호사시험 회차별 합격률도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이 역시 비교형량의 문제일지 모른다. 1회 합격률이 87.25%였지만 지난해에는 51.45%로까지 하락했다. 응시자 평균점수는 꾸준히 높아지지만 합격률은 급락하면서 로스쿨생들은 합격률 제고를 주창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성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이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희소성을 유지하려는 변호사들과 일단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간에 치열한 비교형량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셈이다.

로스쿨 안착과 발전을 위해 국고 지원도 늘고 있다. 사법시험 또는 예비시험을 주장하는 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국민 중에도 동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 제도 폐지에 따른 불만은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왜 다수가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 라는 명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새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라는 손실비용은 라이언을 구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사회적 이익만큼 대등한 가치를 얻어야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하는 말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발전 지향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것이다. 라이언을 만난 전우들이 ‘꽤나 쓸 만한 놈이구나’라며 자신들의 희생을 아까워하지 않았듯, 국민모두가 흡족해 하는 로스쿨 제도로 발전시켜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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