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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같이 숨 쉬는 나라, 쿠바②
제임스리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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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7  1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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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불법체류자’ (꿈과 비전 발간, 2017)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전편에 이어...

길을 걷다가 현지인들이 긴 줄을 서 있기에 무슨 일인가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안을 살펴봤더니, 빵. 계란 등의 배급 물품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쿠바는 현재 기준으로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 당 한 달에 쓸 식량, 식료품 총량의 약 1/3 정도를 매달 무상으로 배급한다고 하는데, 무상 교육 및 무상 의료혜택 등과 함께 쿠바를 지켜내고 있는 사회주의적 색채가 남아있는 시스템으로서, 현재의 자본주의 국가들의 시스템과는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배급소에서는 수첩(쿠폰)을 수령인들로부터 받아 일일이 수급자격 여부를 확인한 후 식료품을 배급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아!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이지’하면서 이 사실을 다시 몸소 느꼈다.

 

   
▲ 대표적인 건축물인 까삐딸리오(옛 국회의사당 건물)


선진 의료기술을 가진 쿠바는 제3국의 의사들을 초청해서 쿠바 내에서 자체교육도 시키고, 반대로 외국에 쿠바 의사들을 파견시켜 무료 의료 활동을 편다고 하는데, 쿠바 의사들의 월급은 한국 돈으로 따져서 당시 7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나라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정류장에서 투어버스를 타고 ‘아바나’ 시내를 두어 시간 돌아 본 후, 저녁에는 세계적인 미국 작가 ‘헤밍웨이’가 자주 들락거렸다는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바를 찾았다. 이곳은 너무 유명해서 그런지, 항상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인해 빈자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바의 벽면에는 여기저기 ‘헤밍웨이’의 흔적이 많이 보였다. ‘헤밍웨이’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쿠바국기, ‘카스트로’수반과 함께 악수를 하는 사진 등이 나란히 벽에 걸려 있었는데 나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다가왔다.

 

   
▲ 중앙부처 건물 벽면에 혁명의 주역인 체 게바라 모습이 있다.


작가이자 낚시광인 ‘헤밍웨이’는 반평생을 ‘아바나’에서 보내면서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등과 같은 역작을 이곳에서 썼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서 ‘아마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쿠바만이 가지는 분위기가 ‘헤밍웨이’로 하여금 그의 작품들을 이곳에서 완성할 수 있게 한 모티브가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곳에서 멕시코에서 온 청년들과 어울려 대표적인 칵테일인 ‘모히토’를 홀짝이면서 5인조 현지전속 밴드의 라틴음악 공연을 즐겼는데,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스페인 노래 몇 곡을 들려달라고 요청하고는 감사의 표시로 그들의 공연내용이 담긴 CD 몇 장을 기념으로 샀다.

‘까사’로 돌아온 우리는 멕시코 청년이 가져 온 멕시코 산 ‘데킬라’ 한 병을 현지 주인가족들과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밤을 보냈다.

새벽 3시쯤 숙소 방에서 자고 있다가 큰 소리가 나서 잠이 깼는데,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를 지칭하는 듯 ‘남한(South Korea) 사람을 숙소에 들여도 괜찮은가?’하고 서로 티격태격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호주 국적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직 양국이 국교가 없는 쿠바의 현 상황에서는, 서로 헷갈리는 부분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 듯하였다.

 

   
▲ 무상보급소 내부


여행 둘째 날

어제 만났던 멕시코 청년들은 ‘아바나’에서 며칠 더 묵는다고 해서, 나는 혼자 아침 일찍 머물렀던 숙소를 나와 쿠바 남쪽에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지역인 ‘트리니다드’로 가기 위해 ‘비아술(고속버스)’터미널로 택시를 잡아타고 갔다.

이번 쿠바여행에서 꼭 방문해야 할 관광명소가 몇 군데 있었으나, 시간상 ‘아바나’에서 남쪽으로 버스로 약 6시간 정도 떨어진 ‘트리니다드’로 가기로 일정을 잡고 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지도상으로는 한국의 도로사정 같으면 차로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으나, 실제로는 이곳의 도로 사정상 생각보다 두 배 이상 걸렸다.

대합실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버스를 기다린 후, 약 6시간이나 걸려 무사히 ‘트리니다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였다. ‘트리니다드’로 가는 길은 거의가 열대 야자수 등의 초록색 나무뿐이고 인공적인 건축물이 거의 보이지 않아, 나는 차창 밖으로 드넓게 펼쳐진 순수한 자연을 몇 시간이고 충분히 만끽 할 수 있었다.

버스 밖의 온도는 섭씨 30도를 훌쩍 넘기고 있었지만, 외국인들이 즐겨 타는 버스인 ‘비아술(Viazul)’내부는 에어컨을 너무 세게 트는 바람에 승객들 모두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옷을 꺼내어 껴입는 해프닝이 잠시 벌어졌다.

한국의 시골정류장 같은 한적한 ‘트리니다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까사 주인들이 여행객들을 자기들 ‘까사’로 유치하기 위해 서로 쟁탈전을 벌이는 바람에, 그 조용하던 버스정류장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30대 초로 보이는 한 여성 현지인과 숙박비를 흥정한 후, 정류장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그녀의 ‘까사’로 가서 짐을 풀고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 앙콘 비치 모습


동네골목을 다니다 보니 동네어귀에 현지인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마작게임과 유사한 ‘도미노게임’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모습에서 삶에 지친 모습들을 역력히 읽어낼 수 있었다.

골목모퉁이를 돌아서니 한국의 시골동네같이 손녀가 할머니와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한편 건너편에 있는 정육점주인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 걷는 것 자체가 다소 무리가 있어서, 근처에 있는 ‘앙콘 비치’를 가기 위해 ‘꼬꼬택시’(오토바이를 변형한 닭 모양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택시)를 잡아타고 약 30분 정도 달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드넓은 비치가 내 눈앞에 확 펼쳐졌다.

어느 나라 해변이든 모두 다 아름답게 느껴지겠지만, 특히 ‘앙콘 비치’는 6층짜리 ‘앙콘 호텔’을 빼고는 그 넓고 기나 긴 해변에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또한 사람들이 수 십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내 여행경험상 최고로 조용하고 안락한 해변으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때가 묻지 않은 해변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잠시 발길을 멈췄다. ‘카리브 해’의 유혹에 흠뻑 빠져 바닷물에 몸을 담그니, 바닷물은 물을 덥혀 놓은 듯 따뜻하였다.

바다를 응시하고 있노라니,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러고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가 다시 개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편안한 휴식시간을 갖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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