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6)- 시험을 통해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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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6)- 시험을 통해 얻는 것
  • 신종범
  • 승인 2018.01.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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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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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제일 무서운 악몽은 군에 다시 들어가는 꿈이라고 한다. 꿈 속에서라도 다시 입대하여 푸른 색 군복을 입고 땅 바닥을 뒹굴고 있는 나를 만나는 것은 두렵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보다 더 무서운 악몽이 있다. 요즘에는 거의 꾸지 않지만 고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꿈이다. 다시 불안한 수험생으로 돌아간 느낌도 두렵지만, 시험시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답을 적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머릿속에서는 문제를 풀고 있는데 손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 하지만 손가락 하나 조차 말을 듣지 않는다. 어느새 시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또 1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쌀 때 쯤 간신히 몸부림치며 시험장에서 벗어나 현실의 나로 돌아온다.

군에 다시 들어가는 꿈 보다 고시를 다시 보는 꿈이 더 무서웠던 것은 그만큼 고시 공부할 때가 더 힘이 들었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군에 두 번 입대하는 것 보다 두렵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고시공부하던 때가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 너무나 낮은 합격률에 언제 합격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상당한 분량의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한 눈을 팔지 않고 일정한 정도의 공부는 반드시 해야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간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체력, 성실함과 함께 공부 외적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절제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거기다 꼭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합격이 보장되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의 공부량이 합격에 필요조건이긴 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공부량은 많았지만 시험에 적응하지 못해 떨어진 경험이 필자만의 경험은 아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함께 공부할 때는 고수였던 사람들이 정작 최종 합격은 하지 못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시험은 정해진 시간에 요구되는 문제를 정확히 빨리 해결하는 사람을 합격시킨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풀어내지 못하면 시험을 통과할 수가 없다. 이러한 여러 조건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합격의 문이 열린다.

고시에 합격하고 나서는 더 이상 시험이라는 고통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변호사로 생활하는 요즘도 시험의 연속이다. 날마다 새롭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여전히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문제들도 많다. 시험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문제들은 제 시간에 풀어내야만 한다. 거기다 이 문제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관련되어 있어 심적 부담은 시험 문제를 풀 때보다 더 클 때가 있고, 정해진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느라 애를 먹을 때도 많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내기란 쉽지가 않지만, 고시공부를 했던 경험이 이를 극복해내는 커다란 힘이 되곤 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없었더라면,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자료를 검토하고, 서면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놀고 싶고, 쉬고 싶은 유혹을 참아가며 공부한 기억이 없었다면, 유흥과 안락을 쫓느라 처리해야 할 일을 미루는 때가 많았을 것이다. 시험장에서 복잡한 문제를 짧은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푼 경험이 있었기에 방대한 기록을 최대한 빨리 검토해서 쟁점을 파악하고 변론을 준비할 수 있는 일이 가능했다. 그러고 보면, 시험이 단순히 지식만을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보이지는 않지만, 합격한 이후 요구되는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도 시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감당해야 할 일이 중요한 것일수록 이러한 시험의 난이도는 높다. 고된 준비과정을 통해 지식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이 단련된 사람만이 합격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험을 마주한다. 삶이 끝날 때까지 크건 작건 수많은 시험이 계속될 것이다. 지금 무슨 시험을 맞이하고 있건, 피하지 말고 나를 단련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히 맞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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