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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5)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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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11: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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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씩씩하게 겨울을 보내는 이들에게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는 고양이들이 산다. 길고양이라면 길고양이지만, 근처에서 살거나 일하는 분들이 캣푸드를 가져다 주고, 물도 갈아주고, 비바람을 피할 집도 만들어준 "지역 고양이"들이다. 어느 일요일, 볼일을 보고 수퍼마켓에서 장을 봐오는데, 이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친한 척을 하며 다가와서 어쩌니, 너 줄 것 없는데, 하고 말했더니 마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다시 일광욕을 하러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그 공원을 지나칠 일이 있으면 작은 캣푸드 봉지를 가방에 넣는다.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는 고양이들이 밖에 나와있는 것이 뜸해졌다. 행방불명이 되어 모두 걱정하는 검정 얼룩 고양이 한 마리를 빼고는 다른 고양이들은 잘 지낸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은 안심을 했다. 등의 검은 색때문에 이름이 "거북이"라는 그 얼룩 고양이도 무사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추운 겨울이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는 외무고시 2차시험 준비를 하며 신림동에서 보낸 겨울이다. 손이 시려운 학원 강의실에서 모의고사 답안을 작성하며 생각한 것은, 시험 공부 자체가 고통스럽다기 보다는 모든 시험 준비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불확실성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누군가가 합격하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하면 합격하지 못한다 하는 얘기를 하면 매번 동요하기도 했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처음 한 생각은 추웠던 겨울을 다시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두번째로 생각나는 겨울은 로스쿨 첫 학기를 보내고 맞은 겨울이다. 나는 로스쿨 3년을 침실 세 개, 키친과 화장실 겸 욕실이 하나 있는 기숙사 유닛에서 보냈다. 로스쿨측에서도 공부 스트레스가 심한 1학년들은 같이 방을 쓰게 했다. 같은 유닛에서 생활했던 미국인 룸메이트 둘은 학기가 끝나자마자 부모님 집으로 가고, 나는 혼자서 크리스마스에서 1월 첫째주까지의 짧은 겨울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된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TV에서 연속 재방송 해주는 로 앤 오더: SVU 드라마 시리즈를 보면서 보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니 좀이 쑤셔서 기숙사를 나섰다. 시간의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별로 없어서 다녀보지 못한 동네를 산책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랜드마크 선샤인 시네마 극장까지 걸으면서 난생 처음으로 맞는 뉴욕의 겨울 바람이 참 매섭게 느껴졌다. 한 학기를 마쳤으니 로스쿨 과정의 1/6을 마치고, 내가 계속해서 로스쿨 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을 했다.

세번째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맞은 겨울이다. 회사 업무 시작을 기다리며 보낸 겨울은 참 눈이 많이 왔다. 나뿐 아니고 로펌 취직이 결정된 동기들 다수가 그랬지만, 힘들게 로스쿨 생활을 마치고, 바 시험을 치고 나서 경기가 어려워 업무 시작 시기를 늦춘다는 회사의 연락은 겨울을 더더욱 춥게 만들었다. 로스쿨 교수님의 집필도 돕고,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과 NGO 활동을 하고 연수도 받으면서 내 나름대로는 바쁘게 보냈지만 마음속 깊이 있는 불안은 떨치기 어려웠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고 예전 겨울의 고민들이 마무리된 지금은 걱정없이 마음 편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예전의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된 대신 지금은 또 지금의 고뇌와 고민이 있고, 겨울은 여전히 춥다. 다만 같은 고민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고민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원의 고양이들, 현재 로스쿨 진학중인 학생들, 현직 변호사들을 포함해서, 겨울은 용기와 끈기를 요구하는 계절이다. 내 자신에게, 또 모든 이들에게 격려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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