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변호사들의 'she 4 she', 서로의 ‘워라밸’을 말하다
상태바
여성변호사들의 'she 4 she', 서로의 ‘워라밸’을 말하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12.19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워라밸 잘 되고 있나’ 점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친목 다져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3월 28일 'she 4 she' 행사를 열어 서로 간 업무 노하우와 고충을 공유하며 친목을 다졌던 여성변호사들이 지난 15일 저녁, 같은 취지 아래 다시 모였다.

이번 행사도 지난번과 같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최하고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 김앤장, 레이텀 앤 왓킨스가 후원했다.

이날은 ‘Connect, Inspire, Empower’라는 대주제 하에 ‘업무효율성과 wellness 두 마리 토끼잡기의 노하우 공유’를 전면에 내걸었는데, 특히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심 화두로 다뤘다.

행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박선정 대표변호사의 키노트 스피치(key note speech)를 시작으로 6명의 패널 디스커션, 테이블 디스커션, 마니또 게임 등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행사를 풍성하게 했다.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등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진 김주미 기자

키노트. 박선정 대표변호사
“‘잘 못한다’는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라”

박선정 변호사는 “아직까지 한국의 조직문화는 2차 산업혁명 때 그대로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고,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잘 하면 ‘일을 잘 한다’고 평가한다. 평가를 눈에 보이는 대로만 손쉽게 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이런 평가의 잣대를 바꾸는 것, 즉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잘 해내는 사람에게 ‘일을 잘 한다’고 평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맞게 될 변화의 모습을 크게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이러한 변화는 전반적인 기술발달과 아울러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변화라는 설명이다.

우선 상하 위계가 존재하던 피라미드식 조직 구조는 관계 중심의 원형망 구조로 바뀐다. 또 시장점유율을 놓고 서로 조금이라도 파이를 더 가져가려고 경쟁하던 구도는, 각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자신의 파이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형태가 된다.

기능별로 칸막이를 친 채 자신이 담당하는 일만 하던 직장의 업무 구조는 팀을 이룬 프로젝트식 수행으로 바뀐다. 또 조직을 우선시하던 조직 중심 일 문화는 개별적인 사람 중심 일 문화로 바뀔 전망이다.

끝으로 이전에는 사람이 한 직업으로 30년은 일해 왔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한 개인이 40세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게 될 거라는 관측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맞닥뜨릴 것이라고 이야기되는 이러한 변화들을 우리가 마음에 새기고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변호사들은 어릴 때부터 늘 ‘잘한다’는 칭찬에 익숙했던 집단”이라며 “그래서 굳이 자신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 처음 해 봐서 미숙한 일들을 하다가 남으로부터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심리를 과감히 깨야 한다”고 권했다. “‘잘 못한다’는 평가를 두려워 하다간 변화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라며 “책상 앞에 앉아서만 승부하던 시절이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변호사는 특히 IT분야가 앞으로는 읽고 쓰기처럼 당연한 영역이 될 날이 올 거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들을 비롯해 어느 산업군에 속해 있든지 간에 IT에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녀는 또 “우리가 empowerment(권한 부여)를 이야기할 때 ‘여성에게 이런 혜택을 달라’는 식으로 주장하며 남녀 성적 이슈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혜택의 형태로 주어진다고 해서 언제나 여성에게 이득은 아니며 따라서 혜택보다는 포용을, 더 나아가 우리 사회 문화 자체를 바꿀 것을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 (좌) 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우) 박선정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

패널 1. 조현욱 수석부회장
“남 눈치 보지 말고 결정하라”

6인의 패널 중 첫 번째로 나선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은 “자신의 일은 남 눈치 보지 말고 직접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무언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판사로 임관하기 전 법률구조공단 행을 택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그런 그녀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를 보냈고, 만류하는 지인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내가 추구하는 일과 삶의 균형, 즉 내 자신의 워라밸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여성변호사들이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조 변호사는 그때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주제가 있는 여행을 다닐 수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아이들은 금방 크기 때문에 부모가 함께 하고 싶어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잘 안 될 수 있다. 나는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아이들과 관계의 돈독함을 얻었고, 지나고 보면 그때그때 내가 중시해야 할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결정했던 것이 자녀와의 관계, 부부 관계, 업무 관계 등을 좋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눈에만 화려해 보이는 것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요소들을 선택하고서 정작 자신의 삶의 균형은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패널 2. 김서영 변호사
“시장을 넓게 보면 도움 필요한 곳 많다”

사내변호사로 8년을 근무했던 김서영 변호사는 지난해 법률사무소 이소를 차렸다. 정형화된 조직생활을 벗어나 유연하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고자 개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개업 전 고민을 많이 했다. 고객을 어디서 모을 건가. 서초동은 흔히 그 답을 ‘골프와 술자리’라고 이야기하지만 여성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녀가 고민 끝에 타깃으로 삼은 고객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유수의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법률서비스를 충분히 받고 있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법의 조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그녀는 전했다.

“그동안 사내변호사로서 대기업을 위해 일했으니까, 개업을 해서는 사내에 법무팀이나 변호사를 두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사내변호사가 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런 회사들의 재정 여건은 충분하지 않고, 그에 맞게 페이를 낮춤과 동시에 제 입장에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생각해 낸 형태가 ‘아웃소싱’”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그녀의 생각을 담은 문구가 법률사무소 이소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사내변호사를 아웃소싱하세요!’다.

월 약정을 통해 사내변호사 계약을 맺고 그 기간 동안 필요한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대기업을 고객으로 한 기존 법률 서비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자문계약’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시장을 서초동으로만 한정하면 개업할 엄두가 안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을 넓게 보면 아직까지 법률서비스를 접하지 못한 잠재적 고객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 패널로 나선 6인이 앉아있다.

패널 3. 김성은 변호사
“의지의 한국인, 이런거 하지말자”

최대 규모의 외국계 기업으로 업무량 많기로 소문난 골드만삭스에서 10년간 근무해 오고 있는 김성은 변호사는 이전의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소개했다.

그녀에 따르면 고시생 시절부터 시작된 ‘의지의 한국인다운’ 그녀의 삶은 공부를 위해 하루 16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직장에서도 10시 이전에는 집에 가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는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베스트 컨디션으로 일할 수 없을 땐 자리에서 일어나자’로 신조를 바꾸었다고.

그런 그녀는 현재 ‘딴짓의 여왕’으로 불린다고 한다. 지난 2010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개인전을 다섯 번이나 가졌다. 지난해부터는 사주 공부에 심취해 매사 음과 양의 조화를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요즘은 ‘너 정말 바쁜 거 맞냐’고 사람들이 묻기도 하는데, 딴짓 덕분에 나는 내 본연의 업무를 더 잘 하게 되는 것 같다”며 “각자 두뇌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지 않겠나. 딴짓으로 인해 오히려 내 두뇌가 더 활성화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녀는 후배들에게 “시간을 아껴쓰려고 짜투리 시간에까지 어떻게든 뭘 좀 해 보려고 자신을 옭아매지 말자. 의지의 한국인 이런 거 하지 말자. 저는 이 말을 하고 싶네요”라며 말을 맺었다.

패널 4. 정교화 변호사
“자녀와 일, 그 사이에 내가 존재해”

김앤장 소속의 정교화 변호사는 “아직까지 여성 변호사들이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워라밸’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녀 또한 김앤장이라는 대형 로펌이 가진 분위기 속에서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이 ‘고개가 숙여지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일과 나의 아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긴장상태와 서로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내 삶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고 말함으로써 워라밸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녀에 따르면 그녀의 일이 그녀로 하여금 아이들에게만 매몰되지 않게 해주고, 반대로 그녀의 아이들은 그녀가 일에만 빠지지 않게끔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정 변호사는 “그 사이 어디쯤엔가에서 내 자신이 형성되고 있다”며 “(자녀와 일 사이에 있는 나도) 나를 너무 내팽겨치거나 나에게 너무 집착하지도 않는 비교적 균형잡힌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정교화 변호사는 현재 갖고 있는 목표가 ‘로펌에서 오래 버티는 것, 내가 번아웃 되지 않는 것, 아이 둘을 잘 키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패널 5. 김지현 변호사
“여성편의적 문화, 한사람 한사람이 만들어가”

 

▲ 테이블별로 대화가 이뤄지는 모습.

레이텀 앤 왓킨스의 김지현 변호사는 “한국이 여성의 워라밸을 중시해야 한다는 걸 깨우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여성의 워라밸을 위해 회사가 유연적 근무시간 등을 허락할 경우, 그것이 곧 그 직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짐을 확인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지현 변호사는 “솔직히 말해 여성이 유연적 근무시간을 얻으면, 그녀가 샵에서 머리를 하든 네일을 받든 집안일을 하든 생각이 온통 업무에 가게 된다. work가 곧 life가 되는 것이다”라며 “편의를 제공받은 만큼 책임감을 더 갖게 되고 그래서 효율성과 결과물이 좋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물론 모든 여성변호사들이 회사가 편의를 제공하면 꼭 책임감을 더 갖는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여성변호사들이 그들의 워라밸을 위해 업무 편의를 제공해 주는 회사를 위하여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때, 회사는 더 큰 편의를 이들에게 선뜻 제공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이런 유능한 인력을 잡아두기 위해 회사의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결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여성 편의적인 문화는 한사람 한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여성 변호사들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 6. 이은경 회장
“자신이 행복한지 물음을 던져보라”

이은경 회장은 여성변호사들에게 ‘자신이 행복한가’ 물음을 던져보라고 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을 때는 과감히 그 일을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남을 돕는 역할인 변호사의 업무란,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고역에 가까운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 회장은 개인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로서 ‘비교의식’을 들기도 했다. 그녀는 “사람을 도관으로 비유하면 그 크기는 다 다르다. 하지만 큰 도관이든 작은 도관이든 물을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도 된다. 내가 더 큰지 남이 더 큰지는 인생에서 결코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있는가,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편 “나도 이전에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는 ‘돈을 정말 많이 벌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며 “그래서인지 하루하루가 참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돈이나 명예, 성취감 등을 자기 인생의 절대적 가치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며 “막연한 미래와 어떤 큰 목표를 위해 오늘의 자신을 다그치며 채찍질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에 집중하라. 그때 자신의 미래는 저절로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 회장 역시 “돈을 추구하는 삶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인식을 전환하자 놀랍도록 일이 수월해지고 편안해졌다”며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우선인 삶은 늘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