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일함은 결국 화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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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일함은 결국 화를 불러온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7.12.15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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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기자는 최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 취재에 나갔다. 행사 취재 여부는 프로그램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고, 취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행사 일시,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가야한다.

하지만 더 따져봐야 할 건 누구나 그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지, 기자 같은 경우 취재가 가능한 지의 여부다. 행사라고 주최 측에서 모든 참석자를 수용하거나 취재를 허락하진 않으니 말이다.

참석 및 취재가 가능하더라도 경호가 삼엄한 행사 시 사전 신청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자는 이러한 변수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실수를 저질렀다.

컨퍼런스가 열린 장소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이었다. 정부서울청사 건물에는 행정안전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가 입주해 있다. 외부사람이 이곳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청사 내 관계자와의 사전 조율이 돼있고 신원확인 후 방문증을 발급받아야만 가능하다.

기자는 정부서울청사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 장소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이었다. 정부서울청사가 행사 장소였으면 당연히 사전 취재 가능 여부를 확인받았을 했을 텐데, 별관에서 진행된다고 돼있어 기자는 프레스센터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다.

사실은 행사 장소를 보고 사전에 “취재 가능 여부를 주최 측에 한 번 확인해야 할 것 같긴 한데...”라고 생각을 하긴 했으나, 확인 받는 게 귀찮고 “별 일 없겠지...”하는 안일함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행사 당일 명함 하나 들고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향한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행사 당일, 기자는 기자의 안일함으로 인해 결국은 아차 싶은 상황을 맞이했다. 사전 신청을 한 사람에게만 출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사전 신청을 한 사람은 명부에 싸인을 하고 비표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았던 기자는 당연히 입장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기자는 비표를 나눠주고 있던 공무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한 공무원이 행사 총괄하는 팀장에게 전화를 해 사정을 얘기했고 팀장과의 최종 통화를 마친 공무원은 일단 방문증을 발급받자며 카운터로 기자를 안내했다.

방문증 발급은 신분확인을 위해 방문자의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한데 기자는 신분증도 갖고 있지 않았다. 머리가 또 한 번 하얘졌다. 방문하는 당사자가 신분증이 없다면 대신 기자를 안내한 공무원이 신분증을 맡기면 방문증 발급이 가능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기자를 안내한 공무원은 사무실에 지갑을 두고 와 신분증이 없었고, 그 공무원은 비표를 나눠주고 있는 다른 공무원들에게 신분증이 있냐고 물어봐줬다. 이에 신분증을 갖고 있었던 다른 한 공무원이 기자를 다시 안내했고 신분증을 대신 맡겨줘서 결국 기자는 방문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는 기자가 행사 취재를 마치고 나올 때 쯤에는 자신은 이 별관에 없을지도 모르니 혹시 취재 끝나고 나오면 신분증 반납을 위해 전화를 달라며 명함에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기자는 그의 명함을 받고 방문증 확인 후 비표를 받아 행사 내로 입장할 수 있었다. 기자는 이런 민폐를 끼친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고 도와준 공무원에 감사했다.

당황스러운 기분은 행사 내 들어가 자료집을 손에 쟁취한 후에야 진정이 됐다. 순간 기자는 “지금 상황이 응시표가 없어 시험을 보지 못하는 수험생인 거라면...”이라고 생각해봤다. 수험생이 어떻게 응시표를 두고 시험장에 갈 수가 있냐며 이해할 수 없었던 기자였다. 그런데 응시표를 못 챙긴 수험생과 사전 신청을 못해 행사장에 못 들어갈 뻔 한 기자의 입장과 무엇이 다른가.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험생이 응시표를 못 챙겨왔더라도 신원확인 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준 사례가 떠올랐다. 그도 공무원들의 도움이 간절했을 것이고, 도움 받아 시험을 볼 수 있어 연신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자는 안일함은 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리고 이 같은 맥락으로 수험생들도 시험 보러가기 전 공고문을 꼼꼼하게 다시 확인해 준비물, 유의사항 등을 잘 챙기고, 시험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안일한 태도는 금물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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