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56 /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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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6 /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 논의
  • 이용훈
  • 승인 2017.11.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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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감정수수료는 얼마인지요? 사장님이 최대한 깎아달라고 하시네요.”

“수수료는 감정평가액이 결정되면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저희가 임의로 조정을 못합니다.^^”

최근, 한 법인과 그 대표자 간 지분 매각이 진행되면서 이를 세무당국에 신고하기 위해 감정평가서가 필요한 의뢰자와 SNS를 통해 수수료를 놓고 나눈 대화다. 이럴 때면 마음이 편하다. 감정평가 수수료는 어디나 큰 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감정평가업자라면 누구나 보수에 관한 기준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을 붙이길 원하는 의뢰자가 보수기준 때문에 감정평가사 선택권에 제약을 받는 것처럼 보여도, 수수료를 무기로 감정평가사를 흔들 수 있는 만행을 억제할 수 있어 필자로서는 안심이다.

최근 구입한 부동산의 법무사 비용을 싸게 해 달라는 요구를 의뢰자 입장에 서서 대놓고 한 적이 있다. 법무사사무소의 청구서에 등기발급비, 출장비, 신고대행료 등 여러 항목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흥정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등기발급비에 출장비를 얹었으면 출장비 명목으로 입력한 금액을 조금 줄여줬으면 좋겠다는 엄살이었다. 저 쪽에서 그렇게 언짢아하지 않고 몇 만원 깎아준 것으로 봐서 아마도 조정할 여지를 두고 청구서를 작성했다고 보인다.

법무서비스든 감정평가서비스든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수수료는 조정할 여지를 두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부동산 소유관계의 등록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일까. 같은 서비스지만 의뢰자의 요구를 따르는 것으로 업무가 종결되는 법무서비스와 달리, 의뢰자와 보고서의 예정사용자 그리고 불특정 다수인이 감정평가 결과물에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한 보상지구의 보상평가액은 후속되는 그 주변 다른 공익사업 보상평가액을 실질적으로 견인한다. 변호사가 공익에 관계없이 의뢰인 일방을 위해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동일한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이해관계인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감정평가 서비스가 의뢰인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면 그 누구의 종재도 없이 잘못된 결과물은 어느 누군가에게 외부불경제의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감정평가 시장이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라는 것이 문제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 6조 1항에서는 ‘감정평가업자는 감정평가를 의뢰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감정평가를 실시한 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정평가 의뢰인에게 감정평가서를 발급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 3조에서는 감정평가를 의뢰받았을 때 감정평가업자 스스로 평가 거부를 할 수 있는 사유로, 자신의 능력으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와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자기가 감정평가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자격자 중 유일하게 감정평가업계만 보수기준에서 하한요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감정평가 서비스가 의뢰자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막자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가격 경쟁 입찰은 가장 적은 노동력 투입계획을 세운 곳 그래서 가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완화해서 표현하면 품질저하고 진지하게 말하면 신뢰할 만한 감정평가보고서가 사라진 세상을 대할 것이다. 대국민 신뢰를 상실하는 감정평가업계를 맞닥뜨릴 자신이 없다. 감정평가사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으로는 보수 기준이 사라진 세상을 감당할 수 없다.

“자율화할 경우 부실평가로 감정평가 공신력 저하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은 특수한 사정으로 보수기준 존치하기로 최종 판단”

“감정평가 시장은 공적 성격이 강하여 보수기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장”

전자는 지난 99년 제 37차 규제개혁위원회의 발표 내용이고, 후자는 2006년 기재부와 공정위 논의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시각이다. 현재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및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로 이원화되기 전, 종전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 준수의무가 법제화된 것은 2013년 6월경이다.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기재돼 있다.

“감정평가업자가 보수기준의 준수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수수료 할인 등을 통해 업무를 수주할 경우 의뢰인의 부당한 압력에 취약해지고 부실한 감정평가가 자행될 가능성이 있는바, 감정평가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판단”

요즘, 보수기준 철폐로 감정평가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업계 내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감정평가사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국민은 감정평가업계를 신뢰하지 않는 아수라장만은 회피하고 싶은 게 과욕인가. 또 지난 시절, 보수 기준을 옹호했던 규제개혁위원회와 공정위의 입장은 설익은 의견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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